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이서 May 07. 2023

이제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도시풍경을 기대할 때

도시풍경을 입체적으로 바꾸는 아파트


익숙하지 않은 도시풍경으로 이제 공동주택인 아파트로 넘어가 볼까?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가면 도시와 접하는 경계에 테라스 하우스 형태의 아파트가 길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진 곳을 만날 수 있다. 이 아파트는 저층부, 중층부, 고층부가 다양한 구성으로 되어있는 아파트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생겨난 지도 이제 10년이 지나 새롭게 시도한 도시디자인의 일환이다.

그림 >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반곡동 아파트

세종시 행복도시 반곡동 소재 아파트, 특별한 아파트 출입구가  들어가 보고 싶게 만든다. 사진 전이서


이것은 건축적으로 어려운 접근이 아닌데,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이제껏 잘 적용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공동주택에 적용하고 있는 법규 문제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이 이제껏 보던 박스형 아파트가 아니면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다른 향에 좋은 풍광이 있든 간에, 거실 바로 앞이 뷰가 나빠도, 바로 앞 동의 뒷모습으로 막혀 있어도 오직 남쪽을 바라보기만을 바라는, 쭉 한 곳만 바라보는 똑같은 박스 형태의 아파트여야 아파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디를 가도 똑같은 줄지어진 아파트 풍광은 개발 시대에 공급 위주 공동주택의 유형일 뿐인데도 말이다. 수많은 사람이 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찾아 전국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정작 내 집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내 아파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도시건축의 면에서 아픈 역사를 지녔다. 대단위 아파트들과 함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주거공급을 빠른 시간에 해결하여야 했기에 그 어느 나라보다 공동주택이 ‘아파트’라는 유형으로 깊게, 그리고 전국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그것은 고스란히 사람들의 주거에 관한 생각을 고정화했다. 정해진 공간, 줄지어진 박스의 모습, 그리고 주거를 환금성의 대상으로 굳어버리게 했다. 그 결과인 도시는 어디나 똑같은 네모난 아파트 장벽이 줄이어 서 있는 모습을 만들었고, 하나의 단지는 너무 크고, 단지 경계를 따라 담이 설치되어 도시의 숨을 끊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버렸다. 아파트의 형태며 공간구성이 다 똑같으니 자신들만 특별한 단지인 양 우악스러운 문설주를 세우는 것에 목숨을 걸고, 아파트 이름으로 삶의 성공을 가늠하려 한다. 이로 인한 단지별로 경계 지우기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소통의 단절이라는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길과 면하는 아파트 경계에 조경이 마치 정원과 같이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다.  세종시 반곡동 소재 아파트 , 사진 전이서


이제는 이런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의 유형에서 우리 스스로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제 것은 그런 아파트가 제공되지 못해서였다면, 이제는 아니다. 단지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주면서, 형태며 공간구성이며 건축적으로 우수하고 장점이 많은 아파트가 다양한 시도와 디자인과 함께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중에서 이제껏 무시되었던 외부공간과 도시경계의 혜안들은 기존 아파트 단지가 가지는 건물과 외부공간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죽은 도시가 아닌, 사람들의 활동이 담긴 다채로운 모습의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혜안도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적으면 그만큼 파급효과가 적다. 그만큼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좀 더 나은 도시가 늦게 찾아오는 것이다. 좀 더 나은 변화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가 막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때다. 지금 우리 도시는 닫힌 눈을 뜨고, 도시 경계에 새로운 시도를 즐겁게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도시풍경을 기대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