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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전성은 Mar 02. 2018

세렌디피티 로맨스를 기대한다면 건축 전시를 가보자

serendipity romance place


'우연의 일치가 우리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어떤 초월성에 의해 선택됐다는 느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_보이지 않는 차이, 연준형, 한상복 지음 중에서


비행기를 타면, 혹시 내 옆자리에 우연히 아름다운 여인이 앉을까? 근사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위칸에 넣어주는 그런 우연한 데이트를 상상을 한번쯤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렌디피티, 많은 영화에서 다뤄지는 뻔한 스토리 같지만,  마음속 갈망인 우연한 로맨스 말이다.


미국의 한 흥미로운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미혼 남녀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춘 공항이 어디인가, 조사에서 1위는 필라델피아 공항이었다고 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그 이유가 '고질적인 발착 지연'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무의미한 대기시간 동안  라운지나 바에서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행운을 경험한 사람이 조사 대상자 가운데 10 퍼센트에 이른것으로 나타났다? 열명 중 한명이 그런 경험을 한 셈이다. (보이지 않는 차이 , 사랑을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놓은 공항 > 중에서)


여기서 재미있는 요건은 ' 무의미한 시간' 그리고 '무작위의 뚝떨어진 공간에서의 만남 '' 우연의 만남에서 주는 어떤 초월성으로의 느낌으로 전이 과정'이다.


이런 우연의 만남이 공간적으로 나타나지는 곳이 어떤 곳일까? 하고 생각해 보니, 건축 전시공간이라는 것을 얼마 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10월이면 마치 가을 추수처럼 각종 건축문화제가 줄을 잇는다. 얼마 전 필자도 그 건축문화제 전시장에 다녀왔다. 거기서 올해의 젊은 건축가상을 받는 예전에 모르던 한 건축가를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곤 또 다른 전시장에서 돌다 우연히 또 만나고, 소요하다. 또 만나고.. 하는 우연한 마주침을 경험했다. 나중엔 "자주 뵙네요 ^^" 란 인사가 되었다. "그러게요. 왠지 인연이 있는 것 같지요? ㅎㅎㅎ "하고 그 잠깐의 전시장에서 마주치는 시간들이 모여 이미 특별히 친숙해진 느낌이 되어버렸다. 미혼이었다면 썸 타기에 딱인 우연한 순간순간들이 그곳에 있었다.


건축 전시는 그림 전시와 다르게 아일랜드 전시가 많다. 아일랜드 전시라 하면 벽체 그림을 쭉 거는 방식이 아닌 섬처럼 전시공간 내에 단독형으로 조각처럼 서게 되거나 테이블 위에 놓이는 방식이다. 건축 전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모형인지라 아일랜드 방식은 건축 전시를 대표하는 전시기법 중에 하나이다.


이 아일랜드 전시가 주는 장점은 관람객들을 전시장으로 쭉 뿌린다. 이는 자유로운 관람 움직임이 관객에게 주어진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벽에 걸린 그림은 일정한 한 줄 서기 전시 관람 방향이 있게 되기 마련이다. 일방향의 움직임과 벽에 걸린 두 방향의 대면방식에서 관람객은 다른 부분과의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일랜드 전시는 가운데 마치 섬을 두고 마주 보기가 가능하고 섬처럼 떠 있는 전시는 여러 갈래의 길을 가지고 있으며 이 사이사이를 돌아다니게 된다. 더욱이 건축 전시는 비주류라  즉, 인기 전시 종목이 아니라서 대체로 전시장이 좁다. 해서 왔다 갔다 돌아다니다 보면 저절로 마주침이 생기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다.  그 덕분에 사람들과 우연한 마주침이 절로 생긴다. 또한 아일랜드 전시화된 작은 건축물 모형은 저절로 고개를 숙여 세밀히 집중해서 보게 된다. 이로 인해 모르는 사람들과 상대적 위치에서 적정거리로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기분을 주기에 특별해진다.


건축 전시는 다소 대중에게 어렵다는 편견이 있기도 하지만 추상화보다 쉽고, 우리의 일상과 매우 근접해 있는 건물들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이제껏 우리를 담아왔던 건축물들을 내 눈 안의 시야에서 보는 일명 버즈 아이뷰로 (birds eye view)  아주 근접해서 볼 수 있다는 묘미가 있다. 게다가 전시장의 자유로움은 우리의 마음속 로망인 우연한 마주침의 가능성도 매우 높다.


'지루할 수 있는 시간, 무의미한? 시간 이건 세렌디피티 로맨스의 가능성의 기본이다. 건축 전시는 이건 외형상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좀 더 미시적으로 건축전을 들여다보면 일반인들이 매우 즐거워할 수 있는 것들이 조물조물 있다. 더욱이 공간 구성은 만나지 않을 래야 만나지 않을 수 없는 좁은 공간, 자유로운 이동, 소요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마주 볼 수 있는 아일랜드 구성 게다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치면 세렌디피티 로맨스의 장소로는 이보다 좋은 곳이 더 있을까?


우리가 막연히 꿈꾸던 우연한 만남인 세렌디피티 로맨스를 꿈꾼다면 건축전을 가보자, 비행기나 공항의 우연히 만남을 기대하는 확률보다 높게 당신은

우연한 연인을 만날 수도 있다.


사진:1,2

<장소의 재탄생> 2014 한국 근대건축 특별전 ,

design by 전 아키텍츠 , 건축가 전성은

photo by 윤준환




건축가 전성은 소속전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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