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면?

엄마가 된 마리아, 그녀의 이야기

특별한 아기를 태중에 두었던 마리아의 삶은 두려움과 놀라움, 기대감으로 충만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아이를 낳던 날의 경험은 남자들이 군대 간 경험을 평생토록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나는 첫 딸이 태어나던 때를 잊지 못한다. 난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과 함께 삶의 충만함이 동시에 느껴졌었다.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 숫자를 확인한 후 보잘것없는 내가 세상 부자가 된 것 같은 그 세상 가득한 풍족한 느낌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특별한 선택을 받은 마리아, 그녀는 그 축복을 대단히 자랑스러워했을까. 아니면 처녀가 출산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을까. 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2천 년을 기다려온 메시아를 본인이 수태한 것이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처녀의 몸으로 감당하기 벅찬 일이다. 그런데, 엄청난 선택을 받은 마리아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다. 우선 다윗의 자손이라는 것, 왕족이라는 것이다. 그의 남편감인 요셉도 마찬가지로 왕족이었다.

이 두 사람은 예수님의 부모로서 손색없는 왕족의 혈통을 갖춘 것이다. 또한 차분하고 온순한 성정으로 현모양처의 성격도 가졌다.

어린 예수의 자라나는 과정은
마리아의 어깨를 여러 번 으쓱하게 했을 것이다.
대단한 아들이었음은 틀림없으나
엄마 마리아는 딱히 치맛바람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마리아는 일찍 남편을 잃었으므로 의지할 사람은 아들밖에 없었다. 아들들 중에서도 자기 배 아파서 낳은 예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을 탄생시켰다는 이유로 마리아에게 큰 힘이나 엄청난 축복을 내렸다는 이야기는 성경 어디에도 없다. 아쉽게도 마리아의 공로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며 영향력을 행사할 그 무엇도 없었다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조차도 "여자여"(요한복음 19장 26절)라고 표현하신 것을 보면 예수님을 낳은 마리아에게는 아무런 공로가 없고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만 희망과 구속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원을 위하여 마리아는 어떤 치맛바람이라도 일으킬 수 없었다는 얘기다.

예수님은 효자였을까?

마리아는 하늘의 모든 증거를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예수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녀는 언젠가 나타날 메시아의 이적을 고대했다. 자신의 아들이 언젠가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우뚝 설 날을 고대했다.

엄마들이 똑똑한 자녀에게 희망을 걸듯이
마리아도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그 기대에 부응하듯 예수님의 어린 시절은 영재와도 같았다.

회당에서 제사장들, 박사들과 대화가 통하는 아들이었고 친절하고 이기심 없는 생애가 그녀에게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 어린 예수는 왕재로서 부족함 없이 자라나고 있었다.

언젠가 이 아들은 이스라엘을 구원할 왕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 엄마는 그날을 얼마나 고대했을 것인가.
온 삶의 희망을 아들에게 걸었을 것이 당연하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기적을 봐도 알 수 있다. 마리아는 포도주가 동이 났다는 사실을 은근히 아들 예수께 알린다. 드디어 이적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든 것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주목받고 존경받기를 고대하는 어머니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런데 예수의 대답은 사뭇 퉁명스러워 보인다.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 하신다. 이 말은 우리가 보기에는 매우 실망스러운 불효자의 대답처럼 보이지만 당시의 동양의 관습으로 볼 때 경의를 표하는 표현이었다. 어머니의 권위를 존중하는 표현이었으며 충실한 아들의 대답이었다. 마리아 역시 아들이 자기에게 적당한 때와 방법대로 그 필요를 채울 것이라 여기고 만족했다는 것이다.(10 BC, 517)

마리아는 아들 예수께서 이적을 보여 메시아임을 선포하기를 바랐지만 예수님은 정중하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어머니께 말씀하셨다. 이제 아들 예수는 더 이상 그녀의 사적인 아들이 아니라 세상의 구주로서 공적인 삶을 시작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마리아는 아들의 사명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옆에 끼고 있고 싶은 아들이었지만 그 아들은 이제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서 사명을 감당할 것이다.

마리아의 기대는 응답되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전적인 신뢰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예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고 지시한다. 드디어 예수께서 이적을 행하셨다. 첫 이적이었다. 이날 마리아의 역할은 예수님의 사업을 위한 길을 준비하는 것에 최선을 보여준 행동이었다.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로서도 충분히 효자였다.

나는 엄마로서 마리아를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그런 아들이 십자가로 향할 때 그녀의 무너지는 슬픔에도 어렴풋이 공감한다.
나는 엄마니까...

그녀의 희망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을 것이고
그 슬픔은 믿음으로 견디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마리아의 엄마로서의 삶은 그랬다.

위대한 아들 예수를 낳았음에도 딱히 치맛바람은 일으키지 않고 조용한 여인으로 살다가 간 마리아, 오늘을 살아가는 특히 나처럼 고슴도치 엄마들이 꼭 배울 점이다.

사진-aditya-romansa-117344-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