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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나래 May 10. 2022

1000만 원짜리 샤넬 고양이

길냥이에서 샤넬 고양이로

고양이 수술,

길냥이에서

어미 잃은 길냥이와 인연이 된 지 6년째다. 주인을 너무도  선택한 천재 길냥이들이다. 왜냐하면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 두 딸을 집사로 선택했다는 것. 어떻게 알고 간택했을까? 이 집사들이 그 본분을 지나칠 만큼 성실히 수행할 거라 어떻게 알았다지? 딸들이 훌륭한 건지 고양이들이 훌륭한 건지... 이 녀석들이 아기일 때는 무탈했다. 눈곱만 꼬질꼬질, 못 먹어서 비루한 모습 뭐 그 정도엮는데 그건 대단히 양호한 편이었다. 특이할만한 사항은 둘 중 하나는 균형을 못 잡아 점프 실수를 한다는 것. 높은 곳을 향해 뛰어오르면 원하는 곳에 착지를 못하고 철퍼덕 오 착륙이 잦았다. 고양이 자존심 다 뭉갠 녀석이다. 이 녀석 이름은 두루!!

꼬리가 미끈하고 날렵하면서 약간 까칠한 다른 녀석은 마리다. 마리는 예민하지만 애교가 많고 날씬하며 건강한 냥이다. 둘 다 병원 신세를 자주 진다면 파산이었겠지만 이 아이는 그럭저럭 건강한 편이다. 두루 마리는 그렇게 우리와 인연이 되어 6년 동안 가족으로 잘 자라주었다.

그런데 인물 좋은 두루는 몸매가 영 꽝이었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던 듯… 배가 늘 불룩하여 배속에 아기 고양이가 들어앉아 있는 외모를 가진 남자 고양이 두루. 신장이 안 좋았다. 두루는 겁이 많아 스트레스를 잘 받고 그때마다 영락없이 소변에 적신호가 들어온다. 소변이 안 나오면 밤새 야옹거리며 먹은 것을 다 토해놓는다. 입원 신호다. 한번 입원하면 병원비가 후덜덜하게 나온다. 의료보험도 없는 녀석이 두 차례나 입원을 해서 그새 400만 원이나 병원비가 들어갔다. 고양이 사랑이 홍 씨 가문에서 단연 최고인 우리 딸들, 주머니 사정이 말이 아니다.

 



예민한 고양이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분가를 했다. 우리 집엔 방문객이 딱히 많지 않지만 간간이 드나드는 방문객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냥이들 때문에 급기야 우리 두 딸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분가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집에서 멀지 않은 5분여 거리에 방을 따로 얻고 넷이서 옥탑방 고양이 신세가 되었다. 햇살이 잘 들고 방해받는 요인이 적어서 해방을 맞이했을 줄 알았더니 웬걸… 두루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밀당을 한다. 가끔 “두루가 쉬를 못해” 하고 연락이 오면 걱정과 긴장이 함께 동반된다. 동물병원에서 다음에 또 쉬를 못해 병원으로 오면 그땐 수술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시 비상사태가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 부모로부터 독립이 자신의 삶을 위한 로망이라지만, 우리 딸들은 고양이 스트레스 줄여주기 위해 독립했다. 고양이 사랑에 질투를 느끼는 이 엄마가 될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주건만, 두루는 왜캐 아픈건지.., 사람이든 동물이든 질병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고양이 요도루 조성술(고양이 요로변경 수술)


수술 후 돌아온 두루에게 경계하는 마리
쉬를 아무데나 해서 수건을 깔아주었다는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이 수술을 해야 했다. 고양이 수술비 400만 원. 후덜덜한 병원비에 OTL이다. 간호사인 둘째 딸이 코로나 병동으로 옮겨서 방호복을 입고 열일하고 퇴근 후에는 발바닥이 아파서 마사지를 해야 할 정도로 그야말로 발바닥에 땀나도록 일을 했더니 이 비상사태로 인해 고스란히 두루 병원비로 들어갔단다.

얼마 전 우리 남편 허리 디스크 내시경 수술비와 맞먹는다.

수술 후 경과도 만만치가 않았단다. 정확한 수술이름은 고양이 요도루 조성술이라고. 한 마디로 요로변경 수술인거다. 남자 고양이 생식기를 없애고 항문 쪽으로 요도를 만들어 새로운 소변줄을 만드는거. 수술 후 퇴원한 두루는 아직 익숙지 않은 배변활동 때문에 아무데나 쉬를 싼단다.

하루에 세탁기를 두 번씩이나 돌렸다는 나의 애지중지 딸들, 이 사서 하는 고생을 어이하리ㅠㅠ

그런데 이 일이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요도에 염증이 생겨서 재수술을 했다는 거...

다행히 재수술은 50%만 들어가서 200만 원이 또 들었다.

도합 1000만 원이 들어갔다.

800만 원 들었을 때 800만 원짜리 로열 고양이야 ㅠㅠ 하더니

이번에는 그래도 해벌쭉하며 "엄마, 우리 이제 샤넬 고양이라 부르기로 했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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