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나래 May 25. 2022

고양이 요도루 재수술

고양이 요도루 조성술 3번째

고양이 요도루 조성술, 말 그대로 요도를 조성해주는 수술, 쉬게 말해 소변로를 다시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수술한 지 3 만에 다시  번째 재수술에 들어갔다.

이쯤 되면 병원이나 의사가 문제 있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에휴~~


두 번째 수술을 하면서는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이게 끝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너무나 실감 난다. 끝이 아니었다. 어쩌면 시작일 수도...


"두루(고양이)가 쉬를 못해"

이 말은 우리 집의 금기어, 그러나 그 금기어가 다시 튀어나오고 말았다.

나는 딸들의 고생이 너무나 맘 쓰이는 엄마다. 한번 병원에 갈 때마다 수백만 원씩 들어가는 병원비가 진심 걱정인 넉넉지 못한 엄마다. "두루야. 제발 너의 집사들의 주머니 사정 좀 생각해주라" 이러고 싶다.


그러나 아프고 싶은 사람이 없듯 고양이도 마찬가지. 어쩌다 아픈 몸으로 태어난 거다. 그러다가 어떻게든 병원비를 마련하는 주인을 운 좋게 만난 것은 고양이 묘생에 둘도 없는 행운인 것이다. 두루는 그렇게 살아가는 거고 내 딸들은 눈물과 애간장 녹는 심정으로 고양이를 돌보며 살아가는 중이다.

병원비가 진심 걱정인 내가

"얘들아, 이제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사실 이 말을 고심하며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가족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엄마 초코라면 그럴 수 있어요?" 한다.

내가 무지무지 애정 하는 강아지 우리 집 초코를 생각하니 아이고 내가 실수한 게 맞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아야지... 나는 두루가 너무 아프고 이제는 수술을 다시 하게 되면 배로 쉬를 하게 된다니까, 그러면 괄약근이 없어서 아무 데나 아무 때나 쉬를 흘리게 된다니까... 게다가 고양이 쉬는 냄새도 지독하고 하니... 그러자면 서로 고통일 거 같아서 그런 거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거였다.


그날 다시 수술하게 된, 그러니까 세 번째 같은 수술을 하던 날이 토요일 밤이었다. 

"엄마, 두루가 수술이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세요"


아이들이 다급할 때 하나님을 찾아서 다행이다. 두루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도 간절히 기도를 했단다. 이 말을 들은 나는 그날 밤, 내 골방에 들어가서 특별 기도를 했다. 고양이를 위해서였다. 고양이를 위해서 특별 기도를 올리다니... 아니 딸들을 위한 거지. 이건 내가 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가늠이 아니고 무엇이랴.


내 기도 내용은 우리 딸들을 위해서 고양이 수술이 잘 되게 해 주십사 하는 간구였다. 그리고 덧붙여 그 작은 생명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고 집사들 사랑받으면 행복하게 잘 살다가 충분히 보살핌 받은 후 이별하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어차피 누구나 한 번은 이별을 해야 하니까 너무 마음 아프지 않게 이별을 맞이하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특별히 마지막에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께 실망하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로 공을 하나님께 돌려 드리며 떼를 쓰는 기도를 드렸다. 수술이 끝난 시간에 대기 중이던 딸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수술은 잘 되었고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작은 생명이 세 번이나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견뎌준 게 안쓰럽고 대견하다.


두루는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이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병원비 무서워서 2~3일만 입원하다가 퇴원을 시켰는데 이번에는 일주일을 입원시키는 중이다. 같은 수술을 여러 번 하게 되니 이번에는 수술비를 안 받겠다고 했단다. 사실 수술을 여러 번 하게 되어 우리 딸들의 보호자로서 한 번쯤 따지고 싶었으나 참아주길 잘했다 싶다. 변수가 많은 수술이니 의사 맘대로도 안되었겠지 하며 이해하고 넘어간다.

다행히 맘 착한 우리 아이들의 기도와 나의 기도는 그렇게 하나님께 닿았던 모양이다. 하나님께 공을 돌려 드렸더니 하나님은 그 공을 받아주신 거다. 당분간은 병원 신세 안 지고 싶은 이 마음도 하나님께 돌려 드린다.



두루와 마리의 바구니 사랑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매거진의 이전글 1000만 원짜리 샤넬 고양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