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나래 Jul 15. 2022

고양이 출산 훔쳐보기

창밖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있어요

그예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코로나는 비껴가지 않았다.

시작하는 즈음에는 좀 긴가민가 했는데 견딜 만큼 아팠다. 4일 정도 앓고 나니 그럭저럭 살만했다. 밖에 나갈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나랑 우리 집 강아지 둘이 일주일을 자가력리 했다. 남편은 같이 밥 먹는데도 면역력이 좋아서인지 잘 넘어갔다. 증상은 목소리가 내 목소리가 아닌 것, 무기력증에 빠져 가물가물 계속 잠이 오는 것, 입 맛이 똑 떨어져 세상 맛있는 음식이 없는 것 등이었다. 입맛 없는 게 뭐야 했던 내게 닥친 새로운 이질감이었다.

약 먹고 자고 약 먹고 또 자고, 자다가 화장실 가고 싶어 겨우 눈뜨고 갔다 와서 또 자고 그런 시간을 보냈다.


출산 장소를 찾는 어미 고양이


고양이 출산 현장 목격

그러던 어느 날,

조금 살만해졌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 강아지가 격리하는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창문 위로 올라가고 싶어 했다. 산책 못하는 날엔 으레 창문틀에 앉혀주는 것이  배려였기에 그날도 창문에 앉혀놓고 무심히  밖을 둘이서 하염없이 바라 있었다. 창문 밖으로 고양이  마리가 지나간다. 어슬렁어슬렁.... 고양이는 어슬렁거리며 지나가고 우리 강아지는  고양이를 보며 낑낑 난리가 났다.

그런데 고양이의 배가 심상치 않았다. 불러도 너무 불렀다. 순간 임산부 고양이라는 직감과 함께 배를 쳐다보니 아이고~~~ 고양이 배는 꿀렁꿀렁하고 우리 강아지는 낑낑거리고 나는 순간 너무나 당황했다. 자세히 보니 배가 무거워서 어디로 빨리 가고 싶어도  수가 없는 새끼를  낳을 것만 같은 어미 고양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주책바가지 우리 강쥐와 나는 얼마나 불청객이었던고.

왠지 방해하면 큰일   같은 상황이었다. 서둘러 강아지를 창문에서  문을 닫았다. 그러고 나서  쏟아지는 코로나 무기력감을 이기지 못해 한잠을 자고 일어나니 오후가 되었다. 고양이가 어찌 되었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창문을 빼꼼 열고 내다보니 창문 밑에 고양이는  곳이 없었다.

이리저리 눈을 돌리는데 멀리 초록의 나뭇가지 사이로 정체불명을 회색 줄무늬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뭔가를 핥고 있다. 미끌미끌한 까만 것을 계속 핥고 있다. 노안이 온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분간하려고 주시했고 멀리 있어 분간이 잘 안 되었지만 새끼 고양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한참을 지켜보니 글쎄....ㅠㅠㅠㅠㅠ 죽은 새끼 고양이였다.

첫아기가 죽은 것이다. 내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 시간 이후로 우리(강아지와 나)는 창문에 매달려 살았다. 창문을 빼꼼히 열고 좁은 틈 사이로 어미 고양이가 어쩌고 있는지를 살폈다. 고양이에게 들킬세라 숨죽여가며... 사람 손이 타면 자기 새끼도 물어 죽인다는 괴담을 어디선가 들은 터라 엄청 조심했다.

그 후, 우리 창문에서 보이는 것은 엄마 고양이 등과 엉덩이뿐이었다.



어미 고양이 음식 전달 프로젝트


움직임이 없다. 죽은 듯 보였다. 회색 고양이의 등과 엉덩이가 움직이지 않는다. 죽었을 거라 판단들 때쯤 한 번씩 움찔... 살아있음을 알려주곤 했다. 아마도 난산으로 지쳐 쓰러진 듯 보였다. 시간이 좀 지난 후 조심스럽게 창밖을 보니 고양이가 어그적거리며 돌아눕는 모습이 보인다. 엉덩이 부분에 피가 묻어 있다. 한 마리를 더 낳았나 보다. 사실 그날은 몇 마리를 낳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한 마리를 더 출산하고 두 마리의 새기 고양이를 핥아 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어떤 돌봄도 없이 혼자서 출산하는 길냥이의 삶이 애달프다.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을 하자, 낮에 있었던 고양이 출산 목격담을 늘어놓았다. 아무것도  먹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없을 고양이 어미에게 우리 집에는 딱히   없었다. 고양이가 먹을만한   없을까 하다가 닭가슴살을 썰어 말려 놓은  - 우리 강아지 최애간식 -  생각났다. 그러나 창밖의 고양이에게 그것을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남편은 궁리 끝에 기다란 나무 막대기를 구해 왔다. 나무 막대기 끝에 실을 묶어 비닐을 접시처럼 걸어서 바위 위에 건네주는  난이도의 "출산  어미 고양이 음식 전달식"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집중에 집중을 더하여 무사히 바위 위에 올려놓는 것을 성공했다. 이때 우리의 희열이란.... 매우 뿌듯했다. 그날 우리 강아지는 온통 신경이 고양이에게 쏠려 있어서 좋아하는 간식도 먹지 않았다.


닭가슴살을 먹으려고 나온 수척한 모습의 어미



미동도 없던 고양이는 죽었나 싶을 그때, 닭가슴살이 전달된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몸을 움직여 어슬렁어슬렁 나온다. 닭가슴살과 디포리 말린 것을 함께 매달이 보냈더니 닭가슴살만 먹는다. 디포리는 생선인데   먹었을까?? 허기를 겨우 달랜 어미 고양이는  비좁은 출산처(누가 버렸는지 모를 반려동물 침대) 다시 들어간다. 들어가서  미동도 없이 웅크리고 있다.

자가격리로 할일없는 나와 우리 강아지는 창문 쪽으로 온통 신경이 쏠려 새끼 낳는 고양이를 훔쳐보느라 정신없었다. 그런데  녀석  조용히 했어야 했다. 고양이를 확인하고는 자꾸 낑낑거린다. 내려놓으면 올라가겠다고 낑낑거리고 고양이가 눈에 띄면 눈에 띈다고 낑낑거리는 참말로 불청객이 따로 없다.

하루 자란 까만 꼬물이들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인다. 지친 어미 고양이는 미동도 없는데 까맣고 작은 머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새끼들을 연신 핥아주는 어미의 본능적인 모성이 감동스럽기까지 . 이튿날, 우리는 길냥이 가족을 창문 밖에서 키울냥으로 고양이 사료를 주문했다. 빠른 배송으로 오후에 사료는 도착.

남편이 돌아오자 이번에는 "사료 전달 프로젝트" 돌입했다. 사료는 닭가슴살처럼 비닐에 담아서 전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커다란 플라스틱 그릇이 필요했다. 때는 봄이었고 딸기 바구니가 마침 있었다. 딸기 바구니에 구멍을 뚫어 사료 전달 그릇을 만들었다. 사료를 담아 조심스럽게 바위에 올려놓는 것을 성공했다. 그런데....

어미가 먹지를 않는다. 오히려 사료 냄새를 맡고 모여드는 길냥이들... 다른 불청객들이 모여들었다. 우리 강아지 길냥이를 쫓아내겠다고 멍멍.

사료는 그대로 남아 있다.


삼일 째 되니, 눈도 못 뗀 아기 고양이들이 어미 몸을 놀이터 삼아 기어오른다. 연신 꼼지락댄다.

미동도 없는 어미의 엉덩이만 보던 우리는 이제 엿볼  많아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미 엉덩이가 보여야  곳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고 눈을 비비며 찾았지만 흔적도 없이 고양이 가족이 사라졌다.

우리 강아지와 나, 불청객인 우리 둘을 피해 이사 간 것일까? ㅠㅠ

이제  움직일만하니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갔나 보다.


얘들아!~~ 우리가 엿보는 것이 그렇게도 싫었던 거야? 아니면 넓은 장소가 필요했던 거야?


물론 그 좁은 데서 육아를 하기에는 역부족인 장소였겠지만 지붕 틈에서도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게 고양이던데... 분명 우리가 싫어서 떠난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리는 텅 빈 창밖을 자주 내다본다. 혹시라도 고양이 가족이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우리 집에는 그때  고양이 사료  포대가 그대로 남아 있다. 길냥이 돌보는 분에게로 보내야겠다.

그러다가 3개월이 지난 어느 , 주차장에서 어린 고양이  마리를 발견했다. 왠지 반가웠다. 혹시  아기들이 저만큼 컸으려니 하는 생각에... 그런데 산후조리도 못한 어미 고양이는 어찌 되었을까.  위의 고양이의 고단한 삶이 짠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양이 요도루 재수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