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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나래 Aug 02. 2022

시츄 10년 키우면 일어나는 일

점점 똑똑해지는 강아지, 어쩔~~

나는 시츄랑 10년을 살았다.

아기 때 귀엽지 않는 존재는 거의 없다지만 시츄의 귀여움은 한도 초과이다.


시츄 아기 모습


우리 가족은 반려견은 처음이라 미숙한 점이 참 많았었다. 아는 것이 너무 없던 터라, 책을 통해 정보를 의존할 양으로 서점에 갔다. 반려견 서적 코너를 열심히 뒤진 결과 한 권의 책을 선택했다.



제목도 생각 안나는 그 책, 엉뚱한 정보로 가득한 그 책 때문에 우리는 아기 시츄를 너무나 외롭게 키우고 말았다. 다 자란 후에 경험으로 반려견 육아를 알고 나니 무익한 책의 유해함이라니...

책이 잘못된 것인지, 우리가 잘 못 선택한 것인지 암튼 우리는 옳은 정보를 얻겠다는 당찬 계획에 차질을 빚었고, 폭풍 성장을 하는 우리 귀염둥이는 얼마 안되어 성견이 되었다. 요즘도 우리 딸들과 그때의 안타까움을 토로하곤 한다. 그 귀엽던 시츄의 아기 시절을 놓쳐버렸다는 안타까움을...

우리가 구입했던 그 책은 아마도 말 안 듣는 강아지를 길들이는 일반적인 정보로 쓰인 책이 아니었나 싶다.

교육이란 것이 사람이나 강아지나 일반적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안하니만 못하다고 본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우리 강아지에게는 우리 만의 방법으로 했어야 했다. 후회가 크지만 그렇다고 우리 귀염 댕댕이의 아기 시절이 돌아오는 거은 아니니... 안타까움은 이쯤에서 접는다. ㅠㅠㅠ


처음에는 시츄가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똑똑지 못하다는 정보를 가지고 키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기 때 좀 엄격한 방법으로 엉뚱한 교육을 시작했었고, 조금 크고 나니 귀여움 한도 초과로 교육은 무슨 교육, 귀여우면 모든 게 용서되지 하면서 키웠다.


10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갔는지, 우리 귀염둥이가 올해 10월이 되면 벌써 10년이 된다. 사실 아기 때 푹풍교육 시켰던 것들을 우리는 확인하지 않고 지냈다. 간식으로 유혹하면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를 하지 않았던 거다.

똑똑한 강아지들이 온갖 재롱을 다 부려도 나는 이뻐라만 하면서 키웠다.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고 그렇게 순둥순둥 자랐다. 나를 귀찮게 하는 것도 없었다. 이게 다 시츄의 특성이려니 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적응을 했었지.


그런데....

10년을 키웠더니.

요즘에는 루틴이 생겨버렸다. 무슨 루틴? 강아지 저녁시간 루틴이라고 해야 할까?

하루 종일 혼자서 외로이 집을 지키다가 저녁에 우리 부부가 퇴근을 하면 온 몸을 다 던져가며 우리를 환영해 주는 우리 귀욤이가 요즘 안 하던 버릇이 생긴 거다. 자꾸 하고 싶은 것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산책을 요청하고, 먹고 싶은 것도 꼭 집어서 요구를 한다. 내가 저녁 식사를 하고 쉬고 싶은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산책 나가자고 조르는 것이다. 우왕~~ 안 나가고는 못 배긴다. 즐겁게 산책하고 돌아오면, 발 닦고 세수를 한다. 그러고 나면 먹고 싶은 것을 코스대로 요구한다.


1차, 쭈르를 달라고 하고,

먹고 나면 2차로 영양죽을 먹는데 예전에는 영양죽을 주는 대로 다 먹었는데 이제는 고기만 먹으려고 한다.

자, 이제 3차는 닭가슴살 말려놓은 수제 간식을 먹겠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입가심으로 양치가 가능한 강아지 껌으로 마무리한다.


순서를 바꾸면 위에 열거한 것을 다 먹어야 조용해진다. 간식을 너무 많이 먹이는 거 아닌가 싶어서 좀 줄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저녁마다 하나씩 건너뛰려고 씨름을 하는 중이지만 매번 내가 진다.

그러나,

"귀여운 강쥐님!~~ 나도 할 일이 있답니다요~~"

내가 내 일을 마치느라 그 루틴을 따르지 않으면 그때부터 아주 가관이다. 처음에는 달라고 왕왕~ 하다가, 그게 안 먹히면 작전을 바꾸어 완전 처량 모드로 내 앞에 착 앉아서 눈을 떼지 않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주시한다.

예전에는 결코 이런 일이 없었다. 아주 순둥순둥한 말 잘 듣는 강아지 그 자체였다.

이 녀석 10년을 키워놨더니 내 머리 꼭대기로 올라가려 한다? 손주를 귀여워하면 할아버지 상투 끝에 올라간다는 옛말(이런 말 있나??)이 이해되고 남는 순간이다.


우리 시츄, 왜 점점 똑똑해지는 걸까?

정말... 사랑 때문일까? ㅎㅎ

저녁에 피곤하더라도 우리 강아지 루틴은 지켜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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