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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Dec 17. 2015

남겨진 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Red Writing #7


 고속 성장은 불편하다. 


 빠르게 달린다는건 그만큼 후유증을 남긴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은 다른 종족에게는 없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스.팀.팩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빠르게 총을 난사한다. 정말 미친듯이 신나게 질주를 한다. 그리고 효력시간이 끝나면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괜찮다. 가야할 곳이 있고, 물리쳐야 할 적이 있으니까. 

동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다른 동료들은 전진해나간다. 고지가 눈 앞이다. 


스팀팩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끝까지 한번 더 체력을 불살라 적을 물리친다. 그리고 본인도.


 고속성장을 해오며 우리나라는 전진을 계속해왔다. 그 와중에 약해진 사람들과 뒤쳐진 사람들은 남겨졌다. 따라올 시간을 주지 않은채, 남겨진 자들을 돌보지 않은채 다시 또 전진했다. 물론 그런 전진이 있었기 때문에 이만큼 성장한 나라가 된 건 대단한 일이며 그 혜택안에서 감사해한다. 


 다만

  IMF때 남겨진 사람들은 차가운 지하철 역사에 남겨졌다. 항상 그들은 그 자리에 있지만 사람들은 마치 그들이 없는것처럼 지나친다. 마치 주위의 배경이라도 된 것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그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용기와 지혜도 없지만 춥고 굶주린 사람들 옆의 지하상가에서 밥을 먹는 행위. 그것만은 못하겠다. 

 세월호에는 아이들을 남겼다. 그리고 없었던 일처럼, 배경처럼 잊혀져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다음엔 무엇을 남기게 될까. 무엇을 잊으려 노력하게 될까. 

2015년의 마지막 12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기억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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