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견
Who am I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잠자기 전 짧은 시간, 너무 힘들어 주저앉았을 때, 세상에 누구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다가, 문득. 우리도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질때가 있다. 하지만 곧 바쁜 일상으로 돌아와 질문은 묻히고, 답을 찾을 시간은 사라진다. 깊은 사색은 빠른 검색으로, 다른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밤을 새우며 이야기하던 시간은 단문의 채팅에 자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책 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인스턴트커피를 뽑듯 짧은 시간 내에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위해 짧은 시간 내에 출간을 해주겠다는 강의가 넘쳐나는 시대다. 깊은 고민과 사색과 진하게 살아온 날들의 경험과 이에 대한 정리 없이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 채운 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당신에게 먼저 필요한 건 장발장의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 글자 한 글자에 당신의 인생을 담은, 당신의 책으로 당산을 말해보자.
시작은 오프라인 서점이다. 모니터 속의 온라인 서점을 ‘보는’것과 오프라인 서점의 책들 사이를 거니는 건 다르다.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책들을 보며, 많은 책들만큼이나 많은 작가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위에 많은 시간들이 더해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당신의 마음속에는 '저 책들 중 한 권이 내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열정,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는데, 나도 책을 낼 수 있을까?'란 냉정이 자리 잡게 된다.
그런데.
정말.
당신도.
가능할까?
답부터 내리자. '가능하다.’ 다만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솔직할 것' '포기하지 말 것'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제가 경험했던 건 남들도 다 해본 겁니다. 제가 책을 쓸 수 있을까요?' 물론이다. ‘다낭 여행기’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다녀온 여행지는 같더라도 경험한 것, 생각한 것들, 얻은 것들은 다르다. 따라서 당신이 쓰는 책은 다른 사람이 쓴 책과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솔직한' 생각이 담겼느냐의 차이다.
'포기하지 말 것' 이 역시 기억해두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기 전부터 고민한다. '내 책이 출간될 수 있을까요?' '책을 쓴다고 팔리기나 할까요?'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펜과 종이를 들고 일단 써라. 한 줄도 쓰지 않은 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어떻게 끝나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고민은 나중이다. 이것만 생각하라. 당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책의 한 문장이 있듯 당신이 앞으로 써나 갈 책의 한 문장이 언젠가 미래의 독자에게 닿아 그 삶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쓰자.
자. 여기까지의 이야기로 짐작했듯 지금부터 함께할 ‘책 쓰는 토요일’ 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책 쓰기 과정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잠깐 멈추고,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내가 가진 이야기'는 무엇인지에 대한 발견에서 시작해보자.
여기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잠시라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 종이와 펜,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잔이다.
1. 당신이 잘 알고 있다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어떤 일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는 것과 잘 ‘안다’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영업일을 잘 알고 있다'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개인 대상인지, 기업 대상인지. 파는 것은 물건인지, 시스템인지 조금 더 자세하게 답해보자.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편의점에서 일하는 방법’이 아니라 ‘진상 손님을 대하는 방법’ ‘물건 잘 진열하기’ 등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다.
잘 알고 있는 게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가볍게 생각해보자.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면 된다. 무엇이든 좋다. 믹스커피를 기가 막히게 탄다. 소맥을 잘 제조한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난다. 싸게 물건을 잘 산다. 맛집을 알고 소개하는데 실패한 적이 없다. 무엇이든 적어보자.
2.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에세이, 소설, 실용서적 등 장르에 관계없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렇게 해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둘러보자. 어떤 책들이 있는가. 집에 있는 책이라면 직접 골라 돈을 주고 샀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 받은 책들이다. 그게 언제였든 버려지지 않고 책장에 있는 건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책을 찾았다면,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보자. 문장력인지, 상상력인지, 작가의 삶 자체가 멋진 사람이기 때문인지 무엇이든 좋다.
3. 가장 최근에 배우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 가장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기 시작했던 혹은 배우려고 마음먹었던 일, 뒤로 미루었던 건 무엇인가. 자전거 타는 법, 자전거 수리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적은 없는가? 드론을 날리는 방법은? 커피는 어떨까. 항상 스타벅스에서 다른 사람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셨다면 직접 커피를 내려보고 싶지 않은가. 추상적인 것이어도 좋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면 그래서 ‘상처받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4.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무엇인가?
- 1번과 유사하며 3번과는 반대되는 질문이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는 작은 강의장 안에 있다. 당신은 사람들 앞에 서 있다. 1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기대에 찬 사람들에게 당신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과연.... 내가 남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물론이다. 혼자서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혼자 여행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보라. 15분? 150분도 부족하다. 첫 출근을 하는 신입사원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인생 술집’ ‘인생 맛집’ ‘그림 그리는 방법’ 등 무엇이든 좋다.
5. 지금까지 겪었던 경험 중 당신을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든 [경험]은 무엇인가?
-스탠퍼드 대학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은 각각 하나의 사건들, 하나의 점들에 불과했으나, 돌이켜보면 각각의 점들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신의 삶에도 이런 점이 된 순간들이 있다. 그 점들이 선으로 이어져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생각해보자. 어떤 일들이 당신을 이 자리에 있게 만들었는가.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 혼자 떠난 여행, 재수를 했던 경험, 힘들었던 군생활, 처음으로 본 일출, 인생의 멘토를 만난 일,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 죽도록 일을 해야 했던 순간들, 아무리 생각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아 절망하며 살아갔던 날들… 무엇인가?
6. 요새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는 화제는 무엇인가?
- 결혼을 준비 중이라면 ‘결혼 준비’ 창업을 생각 중이라면 ‘창업’ 혹시 요새 관심 있게 본 만화/애니메이션이 있다면 그것을 떠올려도 좋다.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모자랄 정도로 열정적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무엇이 있는가?
각각의 질문들은 ‘나’에 대한 질문임과 동시에 여러분들이 앞으로 쓸 책에 관한 이야기다. 답을 해나가며 잊고 있었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해보자.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왔던 삶에서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삶으로 바꿔보자.
책 쓰는 토요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