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제
2. 주제잡기 –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첫 번째 시간에 우리는 6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해본 독자라면, '나란 사람.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혹은 '정말 쓸 말이 없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둘 다 좋다. 다만 아직 답해보지 않았다면 앞의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답한 후에 이번 글을 읽자.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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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준비물은 같다.
종이 한 장과 연필 하나,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잔.
시작해보자.
앞에서 답했던 내용 중 두 가지를 예로 어떤 주제를 잡으면 좋을지 생각해보자.
당신이 잘 알고 있다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잘 알고 있다 생각하는 그것에 대해 책을 쓰는 건 어떨까. 이미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책을 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생각한다면, 지금 알고 있는 것들에서 새롭게 배워나가는 것들까지 자세히 기록해 나가자. 어라? 이상하다. 전문성을 갖춘 다음에 책을 써야 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인정할만한 사람이 된 후에야 책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니다. 책은 일단 써봐야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 수 있다. 당신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언제나 1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동안 주장했던 것들,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찾고, 연구하고, 질문을 던져가며 완성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첫 문장을 쓰는 당신과 마지막 문장을 끝내는 당신은 좀 더 성숙한 다른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잘 알고 있다 생각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의심해가며, 완성해 나가자.
가장 최근에 배우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세 번째 던졌던 질문은 ‘가장 최근에 배우고 싶던 것’이었다. 첫 번째 질문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첫째 질문이 업무적으로 배워나가는 것을 뜻한다면 이 질문은 좀 더 ‘라이프’, '생활'과 '취미'에 가깝다. 만약 요새 배우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스쿠버 다이빙'이라 가정해보자.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어디서 배워야 할까? 얼마의 비용이 필요할까? 위험하지는 않을까? 초보인 당신이 설레며 모았던 하나하나의 지식과 부딪히면서 배웠던 경험들은 아직 시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책을 쓰지는 않더라도 나중에 지금 배우는 걸 토대로 책을 쓰겠다 마음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찾아봤던 사이트, 들었던 설명, 받았던 자료 하나하나가 소중해진다.
그래도 참 어렵다. 시작이 반이라고 어떤 책을 쓸지 주제가 명확하면 글을 쓰는 건 시간을 내서 달려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참 어렵다. 그래서 다음 세 가지 방법을 더 참고해보자.
첫째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일이 될 수도 있고 사물이 될 수도 있으며,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관계없다. 생각해보자. 만약 ‘만화’를 좋아한다면? 그중에서도 [슬램덩크] [원피스]와 같은 책들을 보며 전율을 느껴봤던 사람이라면 어떨까. 너무 올드한 책인가? 아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좋은 '주제'가 될 수 있다. 슬램덩크에는 촌철살인의 ‘안 감독’님이 있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널 위해 팀이 있는 게 아냐 팀을 위해서 네가 있는 거다’
등의 대사들은 밑줄 치며 읽어도 될 정도로 훌륭하다. 자 그렇다면 이 만화를 당신이 쓰고 싶어 하는 ‘리더십’이나 ‘코칭’등의 책과 연결시켜보면 어떨까? 슬램덩크는 이미 중/고등학생에서 60대 이상까지 알 정도로 세대를 관통하는 만화가 됐다. 이럴 때 슬램덩크에 나오는 안 감독의 말을 분석해서 리더십과 엮어서 책을 쓴다면 분명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http://www.yes24.com/24/goods/20255041?scode=032&OzSrank=4
‘원피스’ 역시 마찬가지다. 몇 년이 되어야 주인공들의 모험이 끝날지 모르겠으나, 연재 기간이 길어진 덕분에 꽤 많은 세대가 알고 공감할 수 있는 만화가 됐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주인공 루피'다. 그는 모든 일을 다 잘하는 만능형 리더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잘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고, 많은 실수를 한다. 하지만 다른 팀원들에게 언제나 희망과 믿음을 주는 존재다. 팀원들은? 역시나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잘하는 일에 전문성을 보이며 모두가 있기에 완벽해져 간다. 여기서 ‘팀워크’ ‘리더’에 대한 주제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들로 과연 책을 낼 수 있을까.
있다. 그것도 이미 출간된 책들이 있다.
‘슬램덩크 승리학’
http://www.yes24.com/24/goods/246129?scode=032&OzSrank=1
절판되었지만 슬램덩크에 나온 대사를 토대로 작가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엮은 책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슬램덩크 인생특강’이 있다. 이 책 역시 작가들이 슬램덩크를 보며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써졌다. ‘원피스’ 역시 마찬가지다. ‘원피스식, 세계 최강의 팀을 만드는 힘’ ‘원피스식 인생철학’ 등의 책이 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또 어떤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함께 줘서 성공한 책이 됐다.
이런 책들은 하루 종일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많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 ‘미드’ ‘음악’ 모두 마찬가지다. 만약 당신이 ‘일드(일본 드라마)’에 푹 빠진 적이 있다면 이 역시도 책의 좋은 주제가 될 수 있다. 왜 한국 드라마보다 일본 드라마에 빠지게 된 걸까? 분명 당신을 사로잡은 이유가 있다. 둘의 차이점에 대해 써보는 건 어떨까? 이를 조금 더 확장하면 <드라마로 본 한국과 일본의 차이>란 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책을 써나 가면서 자료수집의 차원으로 드라마와 만화를 마음껏 보고 읽을 수 있다는 건 하나의 덤이다. 그러니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해보자.
둘째 경험에서 찾자. 어떤 경험을 해왔는가. 남들보다 특별한 경험을 한 게 있다면 좋다. 아니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특별한 경험을 해 나가보자. 만약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이라면, 책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위에서 시키는 업무는 명확하지 않아 언제나 혼란을 자아내고, 편리함을 위해 도입되었다는 회사의 시스템은 하나같이 사용자 편의성이 아니라 조직 관리 편의성 때문에 만들어져 시간을 잡아먹는 기계다. 이런 사소한 불만들이 가득 차 있다면 즐거운 회사생활을 누리기란 힘들다. 그러니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써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은 불만을 이야기하며, 누군가 해결해줄 것을 기다리지만 어른은 불만에 대해서 ‘그렇다면 이렇게 해 보면’이란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아무리 개선책을 구두로 설명해봤자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여기에 더해져서 당신에게는 이미 당신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예비 독자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경험이 없다면,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 해나가는 건 어떨까. 현인들이 이야기했듯 특별해서 적는 게 아니라 적으니까 특별해진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일상적인 '의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은 '소송'에 대한 이야기다. 두 권 모두 급작스럽게 지금부터 예전에 있던 일들을 떠올리며 썼던 책은 아닐 것이다. 조금씩의 기록이 이어져서 지금의 책이 됐다. 그러니 우리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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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진부한 것에서 찾자.
이상하다. 새로운 것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다. 진부한 것이 맞다.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진부한 이야기라더라도, 당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해보자.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어 보자. 인터넷 서점에서 스티브 잡스라고 검색하면 174권 이상의 책이 나온다. 많다. 그래도 앞으로 또 관련된 책이 나올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잡스라는 인물은 한 명이고, 너무 많이 나와 진부해 보일지라도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 해설하는 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타일리스트라면 잡스를 보며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 평생을 히피로 살던 잡스가 애플 컴퓨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정장을 입기 시작한다. 그 후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청바지와 검은 티, 동그란 안경가 나타나게 된다. 왜일까? 여기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심지어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샤오미의 레이쥔은 잡스의 옷차림을 따라 할 정도다. 이것에 대해 스타일리스트는 일반인들과 다른 답을 내릴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전문가의 눈으로는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를 풀어낼 수 있다. 해마다 잡스의 키노트는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었다. 이를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동작'에 어떤 사람은 '키노트 장표'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스티브 잡스의 본능적 프레젠테이션’등의 책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시작해보자. 평소 관심 있던 인물이나, 책, 혹은 이야기를 뒤집어보자.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를 뒤집어 재해석한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처럼 뒤집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생각해보자.
두 번째 시간이 끝났다. 조금은 복잡했던 책 쓰기. '주제'와 '내용'을 구성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