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임복 Mar 31. 2018

3. 글감 수집하기 – 덕후처럼

#글감

3. 글감 수집하기 – 덕후처럼

  

 앞에서 우리는 내 안에 있는 ‘주제’를 찾기 위해 질문을 던졌고, 주제를 바탕으로 어떤 내용을 쓰면 좋을지 생각도 해봤다. 아직 주제가 명확하지 않아도 좋다. 어렴풋하게라도 정리되었다면 이제부터 필요한 건 '글감'이다. 시작이 반이듯. 책은 글감이 반이다. 


그런데 글감. 왜 필요할까? 
  

 가끔 예전 수강생들에게서 두 가지 이유로 연락을 받는다. 하나는 ‘드디어 출판사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반가운 전화다. 다른 하나는 ‘글을 써야 하는데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라며 메시지나 전화가 오는 경우다. 글이 써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쓸 이야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써야 할지 주제를 정했다. 내용을 구성했다. 이제는 쓰는 일만 남았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달려 나갈 때가 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너무 많은데 그동안 이야기할 곳이 없었기에, 이때를 기회로 쏟아져 나오는 경우다. 그런데 더 이상 써지지 않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재능이 부족해서거나 너무 힘이 들어서가 아니다. 그동안 쓸 이야기들을 다 써서 더 이상 쓸게 없는 상태. ‘글감 부족’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요리 도구를 쓴다고 해도,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부족하다면 맛있는 요리가 나올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글감이 부족하다면 좋은 책은 만들어질 수 없다. 그렇기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바로 이 ‘글감 수집’이다.  

 그렇다면 글감의 수집은 어떻게, 어느 정도나 해야 할까? 

  

 덕후처럼 하라

 덕후?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덕후 이전에 오타쿠라는 말을 네이버 지식사전에서 검색해보면 [‘한 가지 일에만 병적으로 집중하거나 집착하는 사람 혹은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마니아적 성향을 지닌 사람’]으로 나온다. 일본에서 처음 사용되었을 때는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이었다는데 그 어원이야 어찌 되었든 우리는 글감을 수집하는 과정에서만큼은 덕후가 되어야 한다. 쓰고자 하는 책의 주제에 집착해야 한다. 글감을 수집하는데 미쳐야 한다.  

 연애에 관련된 책을 쓰겠다면 당신의 짧은 연애만으로는 부족하다. 영화를 찾아보고, 책을 모조리 읽어보라. 블로그에 한 줄 올라와있는 사연이라도 도움이 된다 싶으면 파고들어라. 여행에 관련된 책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만이 가진 이야기만으로 채우기에 지면은 너무나 넓다. 여행을 기획하며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어보았듯 더 많은 글들을 찾아 읽어보자. 경영에 관한 책이라면? 에세이를 쓰는 게 아닌 이상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 경험을 한톨까지 다 긁어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고, 수집하라.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책을 쓰는 게 중요하지 자료만 수집하다가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닐까? 아니다. 나 역시 트렌드에 대한 책을 쓸 때면 시중에 출간된 책들과 신문 기사들과 보고자료. 찾아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찾고 듣고 읽고 생각한 후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 수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당신이 가진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음식을 만드는 건 더 쉬운 일이 된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다음 여섯 가지 방법을 시작해보자.

   

 첫째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이야기’다. 정한 주제에 대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질문을 던지고 알고 있는 것들을 꺼내야 한다. 예를 들어 ‘스무 살 여행기’를 쓴다 가정해보자. 당신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당신은 무작정 여행을 떠났고, 그때의 경험이 당신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힘이 됐다. 이를 토대로 다른 이들에게도 훌쩍 떠나는 게 나쁘지 않다는 것,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여행 때 찍었던 사진, 적었던 글들을 모조리 다시 꺼내어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책에 쓸만한 것들을 정리하는 일이다.  

 많은 예비 저자들이 의외로 이 작업을 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외부에서 자신이 부족한 것들부터 찾으려 하기 때문에 나의 경험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좋은 이야기로 책을 쓰려한다. 이래서는 좋은 책이 될 수 없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시작은 언제나 ‘내 안의 이야기’에서부터다.   


 둘째 ‘책’이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 다른 저자들이 쓴 책을 읽어봐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당신은 A라 생각한 것에 대해 다른 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책을 썼는지 확인해보자. 어떻게 표현했는지 어떤 식으로 사례를 들었는지 참고해보자. 시중에 나와 왔는 관련된 책을 모조리 읽으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적어도 10권은 추려내서 읽자. 그리고 단기간에(1주 적어도 2주) 몰아서 읽자. 찔끔찔끔 읽어서야 도돌이표를 밟을 뿐이다. 공통점과 부족한 점을 찾아내자. 그리고 공통점에는 사례를 더하고, 부족한 점은 보강해 책에 들어갈 글감으로 삼자. 이 작업이 끝났다면 다음은 각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자. 독자들이 남긴 ‘서평’을 모조리 읽어보자. 여러분의 독자가 될 수도 있는 독자들이다. 어떤 부분을 좋아했는지 어떤 부분을 아쉬워했는지 확인하자. 아쉬운 점을 당신의 책에서 충족시켜주자. 


 셋째 ‘인터넷 검색’이다. 넷은 광대하다. 검색창에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먼저 ‘뉴스’를 검색하자. 당신이 쓰는 책이 소설이라면 사건사고를 검색하라. 실용서라면 기업의 사례 혹은 개인의 성공스토리를 검색하라. 여행이라면 여행 칼럼을 검색하라. 그리고 나온 기사들을 가급적이면 모조리 읽어라. 읽어나가면서 당신의 책에 들어갈만한 소스를 발견하면 북마크를 통해 한쪽으로 모아 두자. 읽어나가는 과정에 머릿속에 ‘번쩍’하고 연계되는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것 역시 잘 정리해두자. 기존에 있는 것들을 수집함과 동시에 자극된 당신의 머릿속 ‘인사이트’ 역시 중요한 글감이다. 인터넷 검색할 시간이 없다고? 출퇴근하는 버스, 지하철 안에서 웹툰이나, 게임, 그리 궁금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의 일상을 기웃거리며 쓸 시간에 당신의 책을 위한 정보를 검색하라.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넷째 ‘다큐멘터리’다. 조금 더 직접적이며 실제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각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행운이다. 커뮤니케이션, 소통에 대한 책을 준비 중이라면 그 이름으로 검색해보자. 이미 많은 실험 사례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소설을 쓰는 중이라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어떤가. 굉장히 다양한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현실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런 부분을 잘 기록해두었다가 여러분들의 책에서 정확한 출처를 밝히며 인용한다면,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좀 더 객관적인 근거로 쓸 수 있다. 


 다섯째 ‘사람들과의 대화’다. 당신이 가진 의문에 대해서 혹은 책에 들어갈만한 글감의 수집과 관련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지난번 다낭 여행 어땠어?’ ‘칼퇴하고 난 다음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할까?’ 친구들, 가족들, 친척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 이것도 아니라면 SNS에 가지고 있는 의문들을 던지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보자. 이 역시도 좋은 글감이 된다. 혹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다음 카페’ ‘오픈 채팅’ ‘네이버 카페’ ‘밴드’ ‘페이스북 그룹’ 등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곳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린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한 내용들을 보며, 책에 들어갈만한 자료를 수집하라. 다른 사람의 것을 마음대로 베껴서는 안 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답을 했겠는가를 생각하며 당신의 생각을 수집하라. 

   

 여섯째 ‘관찰’이다. 휴가를 나온 군인은 정말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볼 수 없다. 이유는 평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소 관심 없으며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은 알아서 보이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출근할 때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다. 책을 쓰고자 하는 수집 과정에서 필요한 건 끊임없는 ‘생각’이다. 글감을 수집하는 동안, 여러분들의 머릿속에는 글의 ‘주제’가 계속 떠오른 상태여야 한다. 마치 구글 글라스와 같은 AR 안경을 쓰면 현실 세계 위에 ‘문자’가 표현되듯, 여러분이 쳐다보는 세상은 여러분들의 주제가 덧붙여서 보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길가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술자리에서 듣는 이야기, 길거리의 표지판 등 무엇하다도 버릴게 하나도 없는 책에 들어가기에 아주 좋은 글감이 된다.   


 지금까지 글감의 수집을 위한 6가지 방법을 이야기했다. 모두 다 기억하기 어렵더라도 이 한 가지는 반드시 기억해두자. ‘글을 쓰기 전 충분한 글감을 수집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지금 당장 종이 한 장을 꺼내 들고 당신이 알고 있는 것, 경험했던 것을 적어보자. 


이전 02화 2. 주제잡기 –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