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전 가끔 하고 싶은 이야기 #간만에
제주도에 왔다.
3주전에는 여행으로 왔고,
이번에는 강의가 있어 출장이다.
가끔 강의와 강의 사이 황금같은 시간이 주어질때가 있다. 이번이 그렇다.
제주도에서 오전 강의를 끝내고, 다음날 강의는 오후 늦게 있다.
덕분에 꽤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어디를 가야하지?
뭐를 먹지?
이왕 온 김에 좀 놀다가 가야할텐데?
꽉 채운 일정을 보내려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정으로 바꿨다.
어차피 해야할 일은 있고, 뒤로 미루지 못하니까.
이틀째 숙소는 함덕 대명리조트.
근처에 좋은 카페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되면 가보지 머'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 해변을 봤다.
'시간을 내서라도 가야겠다.'
풍경은 마음을 바꿨다.
숙소에 짐을 풀고, 노트북 하나를 넣어 나왔다.
근처 스타벅스가 그렇게 좋다고 하기에 가볼 생각이었다. 국내 여행은 물론 다른 나라를 갈때에도 나는 그 곳의 스타벅스를 꼭 간다. 장소마다 특징이 있기에.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건 너무 예쁘자나...
해변에 조금 더 가까운걸 빼고는 아무것도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카페 델문도는 그냥 해변에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위치를 잘 잡았지?
따뜻한 아메리노 한잔 가격은 6,000원
스벅에 비해 오히려 비싸지만
이 풍경이면 이해할만했다.
검색해보니 성수기에는 바글바글하다던데,
평일 특권으로 여유가 있었다. 특히 분위기 잡기 좋은 바다가 보이는 자리가 비어있는건...
서둘러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일할게 많았지만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쓰던 책을 이 분위기에서 조금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다 발견했다.
'지금 당신이 머물고 있는 이 곳도, 누군가에게는 세상 어딘가 입니다.'
회사를 그만둔 때가 생각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남들과 다른 타임라인을 살게 된다.
매일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일을 하고
반복되는 시간에서 벗어난
첫 퇴사는
좋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 매일 같이 어딘가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이상한 일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생각했는데 부럽다니
버스 창 밖으로 보인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고, 커피를 마시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치고박고 싸우더라도 사람과 사람들이 있는 곳이 좋은게 아닐까 생각했다.
다시 회사 생활로 돌아왔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삶이 주는 포근함이 언젠가 다시 지루함으로 바뀌었다.
문득 창문밖으로 바라본 하늘은 맑았고, 어딘가로 걷는 사람들은 자유로워보였다.
다시 퇴사.
좋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이제 일하면서 쉬고, 쉬면서 일하는 법을 알게됐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좋고,
바다는 예쁘다.
나는 세상 어딘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