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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Nov 11. 2019

#1. 오케이. 거기까지

#일어나 출근해야지

퇴사를 권하는 책들을 볼때마다 불편하다. 

회사밖은 지옥도 아니지만 천국도 아니다. 퇴사를 한 사람 대부분이 결국 퇴사에 대한 강의로 사는 모습을 볼때마다 이런 불편함은 더하다. 

그들은 정말 끝까지 최선을 다해 회사를 다닌 후 퇴사한걸까?


퇴사 통보를 받기 전 대부분 시그널이 온다. 

그 시그널을 무시하더라도 그날은 온다. 


'회사가 어려워서..'

'이번에 인사이동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이렇게 나오는건 양반. 


어떤 회사들은 산호도 없이 보직 해임을 하거나, 인사이동에서 좌천시키거나, 말도 안되는 곳으로 발령을 내버린다.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으면 화가 난다. 화가 난 후에는 슬퍼진다. 슬픔 뒤에는 원망이다. 세상 모두가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다. 


'내가 뭘 잘못한거지?'

잘못한건 없다. 잘못한건 그들이다. 누군지 특정할 수 없어도 그들이다. 후회하는 것도 그들이다.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을 것 같아도 선택할 수 있는게 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고, 울 수 있고, 끝까지 버티며 계속 다닐 수 있다. 

그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선택 가능하다. 


나 역시 선택의 기록에 섰던적이 있다. 

지금은 그때 오갔던 말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기억하는건 매일 같이 출근길에 마주쳤던 광고.


[인생은 한번뿐이니까]


퇴사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부서를 선택해야겠다. 다른 부서를 갈 경우 매달 받는 월급은 이어질 수 있고,

매일 같이 출근해서 회사의 내 자리는 지킬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언제라도 올 수 있는때가 조금 빨리 왔다. 

조금 더 있을수록 세상에서 제대로 버티며 나갈 힘도, 생각도 없어질 것 같았다. 


오케이 거기까지. 

세상 누구도 대신 답해주지 못한다. 모든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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