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좋은 사람이 되자
연말이다.
해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다.
‘참 시간 빠르다.’
‘요새는 크리스마스고, 연말이고 연말 분위기가 안나.’
나 역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려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곳에 가야 하고
연말 분위기를 느끼려면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가야지.’
다시 묻는다.
‘그런데 도대체 <연말 분위기>가 뭐야?’
대부분 이에 대해서 답하지 못한다.
언제부턴가 내 연말은 고요하다.
어릴 적에야 가장 시끄러운 곳에 가서 가장 시끄럽게 떠들며 가장 시끄럽게 다음 날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지만
지금은 조용한 게 좋다. 조용한 곳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조용함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조용함 속에서 내일을 준비한다.
그러고 보면
연말 분위기를 느끼지 않게 된 건 나이를 먹어서,
어른이 되어서 아닐까?
어른이 된다는 건 잃어버리는 게 점점 많아지는지는 것 같다.
그래도 연말이 기쁜 건
자고 일어나면 똑같은 날일 수 있지만
왠지 1년 365일간 복잡했던 생각도, 미안했던 마음도, 쌓였던 마음도
오늘 하루의 마감으로 잘 포장해서, 담아두고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아닐까.
2019년을 닫고
2020년을 열며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는 사람을 늘리기보다 지금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로 결심했다.
나를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겠다 결심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되겠다 결심했다.
급하지 않겠다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