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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이 Dec 13. 2019

[엄마편]10개월 기저귀 갈기 전쟁

머리 뚜껑 열린 날 

준이는 꽉 찬 10개월이다. 

잡을 것만 있으면 잡고 일어나서 옆으로 앞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드디어 기동력을 확보했다. 헬게이트가 열렸다고들 한다. 심지어 바닥에서 배를 띄우고 엉금엉금 길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다. 그리고 짜증이 부쩍 늘었다. 준이는 공식 인증을(가족지인인증) 받은 순둥이었다. 그래서 정말 신생아 시기를 지나고 나서는 나름 육아가 편해졌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갑자기 닥친 아이의 짜증과 떼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모든 것을 응축한 것이 바로 기저귀 갈기였다. 전날까지도 무난히 밴드형 기저귀를 쓰고 있었다. 밴드형 기저귀는 누워야만 갈아 줄 수 있다. 그런데 준이는 절대로 절대로 누우려고 하지 않았다. 눕히면 뒤집고 눕히면 뒤집고 눕히면 뒤집었다. 내 팔과 다리로 붙잡으려 해도 온몸에 힘을 주어 뒤집는 아이를 막을 수가 없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10개월짜리 아이한테 짜증을 낸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 생각했다. 그래 너도 언젠가 지치겠지 애써 마음을 다잡고 계속 뒤집었다. 50번쯤 뒤집었을까 출산하고 처음으로 머리 뚜껑이 제대로 열렸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진짜 왜 이러냐고 나도 힘들다고오오!!!!!!' 아차 싶었다. 준이는 역시나 놀라서 '음마 음마' 하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놀란 모습이 너무 짠했다. 스스로가 한심해서 눈물이 나왔다. 울먹이던 준이는 엄마를 위로해 주려 했는지 입을 벌리고(아직 입 다물고 못함) 뽀뽀를 하러 다가왔다. 그리고는 애교를 부렸다. 


10개월밖에 안된 아기가 엄마를 위로해 주려는 행동에 내심 감동을 받았다. 마음을 추스르고 준이를 꼭 안고 사과했다. '엄마가 소리쳐서 미안해. 기저귀 갈자~'.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기저귀를 갈 수 있겠다고. 


다시 준이를 바닥에 눕혔고 뒤집었고 눕혔고 뒤집었다. 나는 순순히 팬티형 기저귀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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