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돈과의 싸움인가 보다!!!!!!
드디어 준이가 언어치료센터를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 어려서 음악치료를 먼저 받기로 했다. 음악치료는 보청기를 끼우고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아이가 소리를 임의로 무시하지 않고 잘 듣도록 하는 것이다. '아~ 소리를 들으면 재밌는 일이 있네, 즐겁네'를 깨우쳐 주는 과정이라고 한다.
여러 군데를 비교해보고 결정하고 싶었지만 시기가 약간 늦기도 했고,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일단 유명한 곳 중 한 곳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첫 수업은 일단 분위기 파악하는 수업이랄까. 다행히 낯을 많이 가리진 않는 편이라 새로운 악기들에 금방 흥미롭게 접근했다. 처음 본 선생님이지만 워낙 아이를 다루는데 전문이신 분이라 그런지 준이도 쉽게 가까워졌다. 내가 봐도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분위기랄까. 그런데 준이의 그날의 가장 큰 흥미는 치료실 책장 문을 열고 닫는 것이었다... 짧고도 비싼 수업의 삼분의 일 정도가 문 열고닫기로 사라졌다.
두 번째 수업은 첫 수업보다 훨씬 호응이 좋았다. 열렬히 큰북과 종을 쳤다. 너무너무 즐거워하고 함박웃음을 지어서 그 순간만큼은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이거지!! 비싸도 어쩌겠나 다른 데서 더 아끼는 수밖에'라고 생각했다.
지금 다니는 곳은 예약이 꽉 차서 늦은 오후에 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이 끝나면 퇴근시간과 맞물려 아이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너무 어렵다. 또 아이가 졸려서 멍해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겸사겸사 오늘은 또 다른 언어치료센터와 상담 후 예약을 했다. 이곳은 치료시간이 더 길고 비용도 더 비싸다. 현재 받고 있는 곳도 아이도 좋아하고 맘에 들지만, 혹시나 새로 가볼 센터가 더 맘에 들면 나는 비싸더라도 또 욕심을 낼것이다.
그런데 언어치료 비용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마음 같아선 어디가 더 전문적일까, 어디가 더 치료에 용이할까만 고려해서 팡팡 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보청기 값이야 큰돈이긴 해도 몇 년에 한 번씩 구입하는 것이니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적금 1이 있으니까(첫 보청기 사고 놀라서 적금 붓기 시작). 그렇지만 언어치료는 당장 매주 매주 들어가는 비용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더 압박으로 다가온다. 난 왜 월급을 더 많이 주는 회사에 가지 못했을까. 난 왜 현실에 안주해있었을까. 아이에게 미안하고 스스로를 원망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결론적으로 자신을 원망해도 우울해질 뿐 현실이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은 이미 안다. 가끔씩 이렇게 자기반성의 시간을 강제로 갖게 된다. 다행히도 잘 들어가고 잘 빠져나온다. 그리고 나는 다시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그렇게 가계부를 샀고, 적금 2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