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라임이와 종로에 있는 보청기 센터에 다녀왔다. 2차 보정력 검사를 받았다. 라임이 덕분에 요새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보청기를 착용했다고 무조건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보청기가 소리를 청신경에 제대로 전달하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결과에 따라 마치 마이크 볼륨을 조정하듯 보청기 출력값을 올리거나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라임이는 한 달 전 중도 난청 판정을 받았다. 지난 6개월간 소리 병원에서 한 번, 대학 병원에서 세 번 검사한 결과다. 의사 선생님은 결과값이 중도 등급에 해당하지만 실제 청력이 경도에 가깝다고 했다. 일상에서 대화하는 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속삭이는 말이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특정인의 목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다. 아예 안 들리거나 '웅-' 하고 진동이 느껴진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일에 나와 아내는 좀 많이 당황했다. 지난해 3월 최초 청각 검사 결과를 들은 날, 아내는 집에 오는 내내 울었다. 그러고 나서는 다음 날 아침 "우는 건 하루면 충분하다"며 아동 발달과 관련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아내에게 <나는 뻔뻔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를 소개했다. 희귀성 소아암을 앓은 자녀를 돌봤던 경험이 담긴 책이다. 거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엄마는 아이의 인생을 좌우하는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제 운명을 감당할 때 그저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다."
지난주 1차 보정력 검사를 받았을 때, 착용 전과 후 청력이 별 차이가 없어 걱정이 컸다. 그런데 오늘 검사에서 라임이가 30데시벨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정도면 건청 아동 수준이다. 청신경이 이제야 보청기에 적응하는 듯하다. 청능사 선생님은 계속 이런 반응이면 언어를 배우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거라고 했다.
아내와 나는 이런 상황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 귀가 안 좋으면 보청기를 착용하는 거라고. 라임이가 어떤 삶을 살든 묵묵히 디딤돌이 되어 주는 게 우리 일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