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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Jul 07. 2023

번아웃도 습관

3개월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 또 헤어졌어요

우리는 이미 네댓 번 이별과 재회를 겪은 애증관계다.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 지 20년째. 우리 사이 제법 너덜너덜 하긴 해도 시작하면 불타오르곤 하는데.


문제는 1년 만나면 영락없이 1년은 헤어져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 만날 때마다 탈탈 털리나 보다. 매번 내 영혼을 쏙 빨아먹는 음악이란 작자. 디멘터야 뭐야.


익스펙토 패트로눔...


번아웃도 습관

사실 음악뿐만이 아니다. 호기심은 많은데 에너지는 부족하니 뭐든 불같이 타오르다 얼음같이 손절한다. 체력부족인가, 정신력부족인가.


지속성 0에 수렴할 기세라 성장하다가도 리셋되기 일쑤. 이것들도 일종의 번아웃으로 볼 수 있는 걸까?


원인은 과도한 열정이라고 자가진단했다. 똑같은 에너지를 단기간 몰아 쓸지, 장기간 나누어 쓸지의 갈림길에서 난 늘 망설임 없이 전자를 택했고, 그 방식은 영혼을 탈탈 터는지라 습관적 번아웃을 야기한다는 야매진단.




열정조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향이 “단기” 프로젝트에는 유리했다. 내 열정의 불꽃이 사그라들기 전에 프로젝트가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히 단기 프로젝트만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내 인생은 꽤 장기 프로젝트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이제 호러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제는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신난다고 하루 10시간씩 무식하게 달리지 않기로 말이다.

 

구체적인 지령은 이러하다.

하루에 한 가지 일을 6시간 하는 대신

하루에 6개의 일을 1시간씩만 하기



"매일"



핵심은 매일.

백수인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하루 한 시간 음악작업 (본업)

하루 한 시간 영상작업 (부업이고 싶은 취미생활)

하루 한 시간 글쓰기 (부업이고 싶은 자기계발)

하루 한 시간 독서 (자기계발)  

하루 한 시간 공부 (자기계발)

하루 한 시간 운동 (생존)



이중 가장 잘 되는 일은 1시간을 더 할당한다.

'하루 6시간 음악작업'이라면 오히려 쉬운 내겐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일과다.



연속된 자유시간만 주어진다면 단기집중만큼은 자신 있다. 벼락치기 퀸이니까. 그런 인간으로 오래 살아온지라 매일 조금씩 하는 것에 신뢰가 없다. ‘찔끔찔끔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미쳐서 달려들어야 성장한다'는 외골수적 가치관으로 살아왔고 그 스킬로 성과를 내보았기 때문에 "꾸준히"의 힘에 대해 회의적이다.



다소 극단전인 가정이지만

6개월 달리면 6개월 번아웃된다고 쳤을 때

1년이면



기존방식

하루 6시간씩 * 6개월 = 864시간


새 방식

하루 2시간씩 * 1년 = 576시간


뭐라카노



새 방식이 비록 288시간이나 뒤지지만 대신 하루 4시간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있다.

이 방식에 번아웃이 없다고 가정하면 털려서 쉬는 기간의 불안 대신 꾸준함에 대한 성취감만 챙길 수 있다는 완벽한 시나리오!


물론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이미 인생을 통해 충분히 체험했다. 외골수적 초반러쉬의 한계를.




21일간의 시스템 구축

더군다나 이제 점점 체력도 떨어지고, (눈물...) 기존 방식과는 정반대의 가치관을 받아들여 볼 때가 온 것 같다.


 '의지력을 쓰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내용의 책을 읽은 것이 영감을 줬다. ('더 시스템' -스콧 애덤스)  쉽게 말하면 습관화하라는 뜻.



이전 발행글에서 전략적 게으름에 대해 다짐했다.

‘이왕 불가항력으로 걸리는 브레이크에 매번 노심초사 달달 떨며 스트레스받지 말고 신선처럼 느림과 비움의 시간을 받아들이겠다 ‘

는 내용이었는데 이 새로운 일과계획이 그 첫 스텝이 아닐까 한다.



하루 6시간 할 수 있는 일을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하여 일종의 게으름을 수용하는 것이다. 대신 운동이나 새로운 공부 등의 건강하고 의미 있는 일들로 나머지 시간을 채워줌으로써 죄책감은 던다는 치밀한 계획!



습관화에는 최소 21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사람의 뇌는 시냅스가 형성되지 않은 것에 저항을 일으키고, 시냅스 형성에는 충분한 반복이 필요하다. 그 행동을 입력해 놓을 기억세포가 생성될 때까지는 의지력을 가지고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주, 시스템 구축에 의지력을 투입해 보기로 한다.




작심 3개월

하지만 3주는 뇌에 습관을 ‘각인’시키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한다. 완벽하게 ‘체화’하려면 66일을 더 유지해야 하므로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안 하는 게 더 힘든 상태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2주,

총 3개월.


‘작심 3일이 문제면 3일마다 한 번씩 결심하라’는 뛰어나고 음흉한 아이디어가 있지 않은가. 실제로 3일만 유지해 보자-고 마음먹으면 난이도는 내려간다. 그 응용버전으로 작심 3개월을 결심해보려 한다. '작심'이라는 단어를 붙이니 3개월 정도는 쉬워 보이는 느낌마저 든다. 3개월만 버티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지나치게 희망찬) 감정도 막 솟아오른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지속할 수 있는 장치를 몇 가지 해보려고 한다.




보상

습관을 유지한 기특한 나 자신에게  3개월 단위로 보상을 주는 것이 권태기 없이 좋은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작심 3개월에 성공하면 그때 나에게 (조금 큰) 선물을 주려고 한다.



위 여섯 가지 중 가장 발전이 큰 분야를 뽑아서 고급물품을 선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악작업이 잘 됐다면 '르윗 LCT 940' 마이크를,

영상작업이 잘 됐다면 '애플시네마 디스플레이'를

인테리어 공부의 성과가 좋았다면 '비초에 선반'을 사는 식으로 말이다. (스케일 머선 일...)



평균 200만 원선의 보상품을 상정해 놓으니 벌써부터 심박수가 올라간다. (더러운 자본주의...) 사실 정말로 사들일 용기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만으로 설레이니 첫 걸음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럼 실험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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