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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Jun 22. 2024

경주 청년 마을 방문기 4 : 언제든 자유로울 수 있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프리뷰 정진주 대표

제주도에서 7년을 살며 편집샵을 운영하던 정진주 대표는 감포 가자미 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경주에 정착해 로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리뷰를 창업했다. 프리뷰의 철자는 Preview가 아니라 Freeview로,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며 다양한 의류와 잡화를 제작하여 판매한다. 로컬의 이야기를 발굴하여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로컬 여행 프로그램도 함께 기획 중이다.








✔️ 창업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리뷰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프리(Free)와 뷰(View). 자유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사람들이 자유를 잊지 않게 계속해서 자유를 이야기해주는 브랜드이고 싶어요. 기념품이 소비되어 돌아가 방치되는 상품보다는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나 그때 무척 좋았지. 무척 자유로웠지.’하는 기억을 상기할 수 있는 상품이요. 사람들이 보통 여행을 할 때 자유를 느낀다는 것에서 착안했어요.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들에게 망설일 때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를 전하는게 목표예요. 그래서 브랜드의 슬로건도 "Let's Go Right Now"로 정했어요.



✔️ 진주님이 생각하는 자유는 무엇일까요?


자유는 용기를 낼 수 있는 마음과 책임감을 포함하는 개념이에요. 책임감 없는 자유는 단순한 쾌락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는 책임을 질 용기를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제주에 있던 겨울, 친구들이 놀러 와서 같이 술을 마신 채로 밤바다를 보러 간 적이 있었어요. 너무 추운 날이었는데 바다에 발을 담그고 싶은 거예요. 친구들은 춥고 귀찮으니까 하지 말자고 했는데 제가 말했어요. “하기 싫은 것 투성이인 세상에서 이것마저 고민하고 억누르고 살면 언제 행복을 느껴?” 자유란 이런 작은 용기를 내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오늘 날씨가 좋잖아요. 만약 수영을 하고 싶은데 옷이 없어서 망설이게 될 때 “젖으면 좀 어때? 씻으면 되잖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자유인 것 같아요.



✔️ 일상 속에서 어떨 때 자유롭다고 느끼시나요?


저는 자연을 좋아해서, 자연 한가운데에서 자유로움을 느껴요. 창업을 하다 보니, 근무시간을 비교적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요. 일을 빨리 끝내고 바다나 산에 갈 때, 소소한 행복을 느끼죠. 서울에 있을 때는 이런 작은 행복이 일에 파묻히곤 하는데, 로컬에 살 때는 쉽게 꺼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 사람들이 자유롭지 못하고, 이거 해야 되고 저거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면에는 보통 안정감을 중요시 여기는 태도가 있는 것 같아요.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면서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을까요?


물론 있었죠. 그렇지만 저는 자기 자신 자체를 인정하고 제 삶을 사랑하는 게 가장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안정감이 필요해서 남들이 결혼하니까 결혼하고, 취직하니까 취직하고, 대기업 가야 되니까 대기업에 가는 것 같아요. 저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거든요. 그런 평범함에서 오는 안정감이 없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저는 제 삶을 사랑하면서 남들과 다른 안정감을 느껴요. 남들과 같다는 안정감 없는 삶에서 나를 믿고 가는 게 가장 중요해요.



✔️ 삶의 위치를 바꾸면서 기존의 관계에서 멀어지기 쉬운데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며 외로웠던 순간도 있었나요?


네, 외로움을 많이 느꼈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쉽지 않았죠. 그래서 커뮤니티를 찾아보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외로움을 극복하려고 했어요. 정 외로울 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성장하려고 노력했고, 혼자 술을 마시러 가서 사장님들과 친해지기도 했어요. 그런 활동들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 타 인터뷰에서 “가자미마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주에 있을 때도 로컬과 여행 프로그램 기획에 관심은 있었어요. 아무래도 제주가 로컬의 시초이자 대명사이니까요. 창업에도 관심이 있었고요. 다만 로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창업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러던 차,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자 가자미 여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마을에서 두 달 동안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하면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여행을 위해 사람들이 여행 다닐 때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옷이나 잡화들을 만들 생각은 있었는데 거기에 로컬을 더 해야겠다라는 확신이 든 거죠.



✔️ 진주님의 경주살이와 라이프스타일이 프리뷰를 탄생시켰듯, 반대로 창업과 경주살이가 진주님의 라이프스타일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 있나요?


제주를 거쳤지만, 처음 경주에 올 때도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살 생각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프리뷰를 창업하면서 노마드적인 삶을 확고히 하게 되었어요. 경주에 정착하면서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는 방법에 대한 감이 생겼고, 덕분에 이제 다른 지역에도 갈 수 있을 것 같고, 다음 지역의 의류를 런칭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어요. 제 라이프스타일과 프리뷰 간에 선순환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청년마을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지역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숙소를 지원받은 채로 지역을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잖아요. 이런 좋은 기회가 ‘한국에서도 노마드로 살 수 있겠다’라는 확신의 근거가 되기도 했어요.



✔️ 제주도에서 경주로 이주해 살아야겠다고 확신하게 된 순간이 있을까요?


제주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자 예전 같은 소소한 행복이 느껴지지 않기 시작하더라구요. 퇴사를 결심하고, 가자미 마을에서 두 달간 ‘가자미 여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프로그램을 하면서 처음 제주에서 느꼈던 소소한 행복이 다시 느껴졌어요. 감포항을 산책하거나 송대말 등대에서 맥주 한 캔 마시며 별을 올려다보곤 했어요. 그 소소한 행복들이 경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 경주가 청년들이 이주하여 정착하기에 좋은 도시라고 느끼나요?


애매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경주는 청년들이 정착하기에 좋은 점도 있지만, 부족한 점도 있어요. 생활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지만, 일할 공간이 부족해요. 공유 오피스가 없어서 카페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카페들이 비교적 일찍 문을 닫아서 오래 영업하는 카페를 찾아 전전하기도 해요. 그래서 청년 커뮤니티를 구해서 정보를 얻는게 중요해요.



✔️ 서울이나 제주도와 비교했을 때 생활 인프라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셨나요?


제주도는 자연이 정말 아름답지만,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요. 병원이나 은행 같은 기본적인 시설을 이용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물론 유명 지역은 인프라가 충분하지만 그런 지역은 제주의 매력을 느끼기 어려우니까요. 반면, 경주는 그런 시설들이 가까이 있어서 생활하기 편리해요. 서울은 살기는 편하지만, 자연과의 거리가 멀어서 아쉬웠어요. 


경주는 이 부분이 충족돼요. 건물이 낮아서 하늘을 보기 쉽고 제가 좋아하는 바다를 찾아가기 쉬워요. 경주는 서울과 제주의 장단점이 적절히 배합된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 이 맛에 로컬 산다 하는 게 있다면?


로컬에 사는 건, 그 지역만의 무언가를 찾는 맛이 있어요. 예를 들면 랜드마크가 아니라 랜드마크 옆의 장소나 가게를 가보는 것. 더불어 그 지역의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좋아요. 그럴 때 내가 그 지역에 녹아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과 대화하고 친해지고, 내 사업을 연계시키다 보니 내가 정말 이 지역에 녹아들고 있구나 싶고, 그 지역을 더 좋아하게 돼요.


로컬이라는 것은 그 지역을 의미하는데, 한국에서는 로컬을 시골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경주의 감포를 예로 들면, 경주 전체가 로컬이 아니라 경주의 감포가 로컬인 거죠. 저는 로컬은 그 지역 자체라고 생각해서, 어느 지역을 가서 그 지역성을 느끼지 못하면 그게 로컬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어떤 모습일까요?


장기적으로는 '프리뷰 타운'을 만들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와서 잠도 자고,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는 그런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경주로 삶의 자리를 2번이나 옮긴 정진주 대표는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흩뜨리며 자유를 전한다. 여행지에서 자유로운 나의 모습을, 내가 누린 자유를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일상에서도 언제든 자유로울 수 있기를 응원하며.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음을 아는 한, 우리는 자유롭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Let's Go Right Now.



프리뷰의 경주 랜드마크 티셔츠와 모자





프리뷰 홈페이지 https://www.freeviewtown.com

프리뷰 SNS @freeview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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