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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드림 Apr 10. 2022

내 일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딱 3년만 버텨보자!


초보 독서지도사 시절 이 일을 포기하고 싶은 적은 수없이 많이 있었다.

야심 차게 새로 시작한 일이었으나 녹록지 않은 일과 육아 가정 살림 균형을 찾지 못한 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하루하루 헤쳐 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독서지도사의 일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온라인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자격증 시험을 보아 합격이 되면 회사에 등록을 해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쉽게 시작한 이 일은 그저 남들 보기 좋은 직업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경력 단절을 끊고 새로 일하게 되는 엄마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지금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일을 포기하고 싶었던 이유 첫 번째, 아이들 때문이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시댁이나 친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래도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다니거나 초등 저학년을 다니는 아이들은 아직은 엄마 손이 많이 가는 나이이다. 따로 돌봐주는 사람이 없이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쭉 맡겨지거나 스스로 모든 일을 알아서 해야 했다.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 간 아이들이 혼자 하교를 하고 혼자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학원 차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셔틀을 타고 수업을 듣고 다시 집으로 셔틀을 타고 돌아온다.


학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혼자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와야 했다.


그리고 엄마가 올 때까지 집에서 엄마가 내 준 숙제를 하며 시간을 또 홀로 보내야 한다. 다행히 남매가 있었기에 서로 의지하며 그 시간을 견뎌 냈으리라.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큰 짐을 지어 주는 것 같아 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독서지도 공부가 아이들을 방치하게 만드는 것이라니....


아이들도 엄마의 빈자리를 아쉽게 느꼈다. 엄마가 학교에 데리러 오지 못하고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야 했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야 했다.

아이들은 많은 것을 감수해야 했다. 벌써 초등 고학년이 된 둘째는 아직도 엄마가 일을 해서 가장 싫은 것은 외로움이라고 말한다.


내가 일을 포기하고 싶었던 두 번째 이유는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은 처음부터 내가 독서지도사를 하는 것에 탐탁지 않아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며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였고 자신에게 부담을 주게 될까 걱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독서토론논술이라는 것과 독서지도사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에 더욱 신뢰를 하지 못했다.  


초창기에는 힘들 때도 힘든 내색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런 표시를 내면 남편은 뭐하러 힘들게 일하냐 그냥 집에서 애들이나 건사하라는 식이었다. 남편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니 나는 내색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 정도의 돈을 벌면서 사람을 쓰는 것은 낭비라고 여겼다.


남편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게 된 이후로 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과 하지 않았다. 모든 일을 나 혼자 견디며 꾹 참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일을 포기하고 싶었던 이유 세 번째는 학생과 학부모 때문이었다.


사교육을 하는 입장이라면 아마 공통적으로 다 느낄 것이다. 간혹 학생이나 학부모 때문에 교사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것을... 직장 생활도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서 그만두는 비율이 훨씬 높다.


독서지도사는 매일 학생과 학부모를 대면해야 되는 일이며 나는 결정적으로 을일 수밖에 없다. 특히 독서지도는 약 50분~60분 동안 이루어지고 일대일로 수업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가 협조적이지 않으면 하기가 무척 힘든 수업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뭘 가르치는 수업이 아닌 서로 책을 읽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아이가 수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하게 되면 정말 딱 그만두고 싶어 진다.


학부모의 반응 때문에 힘들 때도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나를 존중해주고 믿고 있지만 간혹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거나 아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계셔서 대화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하니 언제나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의 반응이나 학부모의 반응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보면 독서지도사 또한 감정노동자이다.


이렇게 포기하고 싶었던 매 순간마다 내가 머릿속에 되뇌었던 것은 꾹 참고 딱 3년만 버텨보자 였다.


3년만 꾹 참고 그 뒤에 결정하자


만약 3년이 지난 후에도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그때 미련 없이 그만 두자

어렵게 시작한 일 3년도 안돼서 그만두면 어디 가서 경력 인정도 안될 것 같았다. 적어도 3년은 일해봐야 어디 가서 말이라도 할 수 있고 나 자신에게도 좀 더 떳떳해질 것 같았다.


참 이상하게도 '3년만 딱 버티고 보는 거야 그때도 아니면 그만두는 거다'라고 결심한 순간 앞에서 포기하고 싶게 만들었던 이유들이, 내 속에 있던 숱한 갈등들이 다 내려갔다.


'존버'

'이유를 달지 말고 핑계를 찾지 말고 존버 하자 딱 3년이다.'라고 생각한 순간 방황했던 내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3년은 벌써 지나고 이미 8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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