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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드림 Apr 03. 2022

반전업 반워킹 맘으로 살아가기

우선순위부터 정하라


독서지도 교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사람들에게 반전업맘, 반워킹맘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내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워킹맘에 비해 오전 시간은 조금 자유로운 편이다.

나의 오전 시간은 아이들의 등교를 챙기고 집에서 집안일과 함께 처리해야 되는 일들을 하며 아주 드물지만 친구를 만나 짧은 점심 식사 정도는 할 수가 있다.


학기 초에 학교 모임에도 나가는 나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내가 일하는 엄마인지 모를 때도 많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 나는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내 아이들의 하교는 보지 못하고 챙기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다른 워킹맘과 비슷하게 우리 아이들도 각자 집에서 놀기도 하고 시간에 맞춰 학원에 가고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한다.


그리고 워킹맘으로 일을 하다가 저녁을 먹을 때쯤 집으로 돌아온다.


반전업 반워킹맘의 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 나는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업 주부처럼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지도 집안일을 깔끔하게 해 놓지도 못하며 워킹맘처럼 능력이 출중하여 돈이나 많이 벌면 또 모를까 수입면에서는 만족하기는 어렵다.


당연히 하루에 4~5시간 정도만 일하고 버는 이 정도의 수입이라면 만족해야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욕심은 그것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 더 늦은 시간까지 하게 된다면 학생들도 더 모집할 수 있을 것이고 수입면에서도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 떠나보내야 하는 학생들을 두고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내 욕심에 그렇게 했다가는 우리 아이들 학교 준비물조차 챙기기 어렵게 될 것이며 저녁밥도 못 챙길 형편이다.


처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 일을 마음껏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이들 때문에 포기해야 된다는 생각에 원망도 되고 억울한 생각마저 들었다.


일을 하고 있는 워킹맘들의 고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지금 일을 하고 싶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엄마들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과 육아, 가정과 내 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전업맘, 워킹맘들......


또는 어렵게 사회에 다시 나왔으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다시 고민하고 있을 재취업한 엄마들까지...


이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내 삶의 우선순위는 일인가 아니면 육아인가

아이들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더라도 일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아이들을 손수 기르는 것이 내 삶의 더 중요한 것인가


나 자신에게 있어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했으면 한다.


나 또한 오랜 고민의 시간을 거친 후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나는 아이들을 전부 남의 손에 다 맡기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일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그래서 포기가 아닌 절충을 택했다.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상관없으나 무조건 저녁 7시 전에는 끝내고 집에 돌아와야 한다는 것.

7시 이후에 일을 잡지 않도록 할 것.

아이들의 저녁은 꼭 챙길 것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그렇게 원칙을 세우다 보니 시간을 맞추지 못해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학생들이 생겼지만 미련을 갖지 말자 마음먹고 과감하게 내려놓았다.


아이들에게 부족한 저녁밥이라도 따뜻하게 챙겨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었다. 또한 우리 가족의 하루의 끝을 챙길 수 있는 엄마이길 바랐다.


내 삶의 우선순위는 나의 일을 갖는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능력 있는 독서지도사가 되어 돈 잘 버는 엄마이기보다는 내 일도 하면서 아이들도 돌볼 수 있는 독서지도사가 되는 것이 나의 우선순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 내렸던 그 결정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오전은 조금 여유롭게 아이들의 등교도 챙기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으며 오후에는 열심히 일하는 지금의 삶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나 자신을 바로 알아야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삶의 우선순위를 무엇에 둘 것인지는 나 자신만이 알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다.


반전업 반워킹맘이지만 일과 육아 가정 살림 다 잘할 수는 없다.

결국에는 어느 것을 선택하게 되어 있고 또 어느 것은 포기해야 한다.


나는 수입과 집안일을 포기했다. ㅎㅎ

대신 아이들과의 저녁 시간을 선택했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다 같을 수 없다.

사람마다 선택은 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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