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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드림 Apr 16. 2022

라면이 불어도 괜찮다

친구와의 대화라면

점심시간이  되어 빨리 먹고 나갈 생각이라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래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무 반가워 단숨에 전화를 받았다.

왜냐하면 나는 사실 친구들과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말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 바쁘다는 핑계도 있지만 친구가 바쁜데 내 전화를 받는 게 아닐까 하는 지레짐작으로 그냥 하려다가 마는 편이다.


그래서 누군가 잊지 않고 나에게 전화를 해준다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전화를 받았을 때 소스와 면을 이미 끓는 물에 넣어 버렸다.


아주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지만 우린 마치 어제도 통화를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서로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요즘 친구가 새로 들어간 직장에 대해 이야길 나누기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경단녀로 지내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친구는 초보자들이 겪는 그것처럼 매우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다.


내용을 들어보니 조건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기 딱 적당하고 가지고 있던 경력도 살릴 수 있는 것이라 무척 잘됐다고 축하를 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오랜만에 다시 일을 하자니 그리고 해보지 않던 일을 하자니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다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똑 부러진 친구라는 것을 나는 그녀를 오랫동안 보아 오면서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느끼고 있는 지금의 어설픔이 얼마나 그녀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만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초보 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해 주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를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으며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할까 나보다 훨씬 잘하겠지 하며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었다.


누가 옆에서 자세하게 알려주고 차근차근 가르쳐주면 좋으련만 1:1 방문 수업을 다니는 교사는 모든 것을 맨몸으로 부딪치면 배워 나가야 했다.


그래서 나 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친구에게 조언해주며 꾹 참고 버티다 보면 방법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네가 처음이라 힘들겠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리라 용기를 줄 수 있을 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먼저 앞서간 사람들을 보며 혹은 이미 익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자신을 깎아내린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모자라서 못하는 것이라며 의기소침해진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모두 거친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과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친구여~

지금의 너의 모습이 앞으로도 쭉 그럴 거라고 믿지 마라

지금의 너는 당연히 어설프고 능력이 부족하다.


부딪치면서 배우고 깨우치고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 뒤돌아 봤을 때 견뎌내길 잘했다 스스로 칭찬하는 날이 꼭 올 것이리라.


잘하려는 욕심보다는 배우려는 겸손한 마음으로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린다면 언젠가는 자기도 모르게 능숙한 일잘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까 넣어 두었던 라면은 이미 불을 대로 불어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서로 용기를 주는 이런 대화라면 언제든 불은 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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