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뺏긴 내 아이
나는 반 전업맘 반 워킹맘의 생활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 일을 하러 나가는 엄마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과 집에만 있으면 그저 늘어지려고 하는 남편과 함께 좁은 집에 복작거리는 것은 더욱 스트레스라 나는 어떡하든 건수를 만들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웬만한 박물관을 다 섭렵했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갔다.
모든 계획은 항상 내가 찾아서 내가 계획했고 마치 장군처럼 제군들을 끌고 여기저기 쏘다녔다.
자~제군들 나를 따르라~~
주말이 다가오면 으레 나는 이번 주말에 어딜 또 갈까 고민하며 여기저기 블로그를 뒤지기 시작하고 가는 동선이며 무엇을 체험할지 알아보았고 남편은 맛집을 찾았다.
모든 것은 아이들 위주로 세웠다. 아이들이 할 것 아이들이 먹을 것 위주로 계획하고 찾아갔던 이유는 아이들이 크기 전까지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것이었다.
가끔 무리해서라도 찾아가고 여행을 했던 이유 역시 아이들이 언제까지 우리랑 같이 다닐 것 같냐 중학생만 되어도 엄마 아빠를 따라가지 않고 혼자 집에 있는 것을 혹은 친구를 만나는 것을 택했던 내 어린 시절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두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슬슬 엄마가 정한 박물관 체험관을 가기 귀찮아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억지로 아이들을 끌고 나갔고 막상 가보면 흥미로워하며 스스로 자기들이 할 것들을 찾아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역시 나오길 잘했다며 모든 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보면 이때를 좋은 추억으로 생각할 거라며 스스로 대견해했다.
이번 주말 벚꽃이 이미 지기 시작했고 꽃이 더 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보러 가야겠다며 나는 꽃구경을 계획했고 언제나 그랬듯이 제군들을 이끌고 토요일 아침 일찍 나설 예정이었다.
아이는 금요일부터 자꾸 토요일에 어딜 갈 거냐 가서 뭘 할 거냐 꼬치꼬치 묻기 시작하고 꼭 가야 하는 것이냐며 장군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친구가 같이 놀자고 하는데 가도 되겠냐며 내 눈치를 살핀다.
아이의 눈에는 허락을 구하는 눈빛이 간절하고 나 역시 친구와 놀기를 원하는 아이의 마음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좋다고 했고 이때를 놓칠까 하며 둘째까지 자기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놀 약속을 잡았다.
졸지에 나의 꽃구경 계획은 포기해야 했다. 갑자기 약속을 잡은 친구가 펑크를 내 바람맞은 기분이 들었다. 오겠다는 친구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못 가겠다고 해 그 자리에 서서 그럼 어떻게 하지 뭐하지 라는 헛헛한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제는 내 마음대로 장군놀이를 할 수 없겠구나 싶으면서 난 아직 준비가 안되었는데..... 어느 순간에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고 난 언제든 아이들과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걸 더 원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주말에 복작거리는 집이 싫었고 빨리 혼자 있는 월요일이 왔으면 싶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찾아 내 곁을 더 필요로 하지 않기를 얼마나 오래 바랬던가
마치 친한 친구를 다른 모르는 애한테 빼앗긴 이 기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말 나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해 살다가 갑자기 아이들이 독립하면 공허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그건 아이들을 극진히 사랑하고 아이들을 위해 사는 엄마들이나 느끼는 것이라며 나는 절대 그럴 일 없으며 반가워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순간이 왔는데 기다리던 그때가 왔는데 내 마음은 왜 이리 허전한 걸까
그리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를, 연락도 없이 오랜 시간을 보내고 들어온 상기된 아이를 보며 친한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더 이상 엄마와 보내는 시간보다는 친구들이랑 보내는 시간을 더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독불장군은 인정하기 아직은 어려웠다.
네가 벌써 이렇게 다 컸구나 나만 모르고 있었네
나는 그럼 이제 주말에 누구랑 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