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이 필요할 때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할 정도로 많이 바빴다.
몸도 바쁘고 마음도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이렇게 바쁘게 살고 싶어 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모두 내가 열정을 쏟으며 하고 싶었던 일들이었다. 그래서 주저함 없이 다 달려들어서 했고 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백 미터 달리기를 전력질주하고 숨에 차서 헉헉 대는 것처럼 나는 지금 딱 그런 상태이다. 뭔가가 가슴에 막혀서 올라와 목까지 차올랐다. 입을 크게 벌려 아악~~ 하고 소리를 내지르면 뭔가가 탁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게 답답하다.
이렇게 답답함을 느끼기 참으로 오랜만이다. 오랜만인 이유는 아까도 말했지만 한동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꽉 채워서 달려왔다. 그런데 이제 그 좋았던 일들이 버겁게 느껴진다.
매일매일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는 일이 버겁고, 하기 싫은 얼굴로 나를 맞이하는 아이들이 버겁고, 되지도 않는 일들을 기대하는 학부모가 버겁고,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일과가 버겁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왜 나는 이렇게 버겁게 느끼는지 모르겠다. 왜 좋던 일이 이렇게 싫어진 건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갑자기 길이 뚝 끊겨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 듯하다.
한때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여겼다. 이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행복하지 않다니 그럼 대체 어쩌란 말인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에서 좋아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라 그 좋아하는 일을 하는 환경이 문제라는 구절이 있었다. 내가 일을 하고 있는 환경이 문제인가, 아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지친 것이다.
내가 만약 지치지 않고 열정이 가득했다면 버겁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애썼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애를 거기에다 쓰고 싶지 않게 열정이 식은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여유가 필요하니 줄이라고 쉬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안하다. 쉰다는 것이 얼마큼 어떻게 쉬어야 한단 말인가. 쉰다고 이 일이 다시 즐거워질까 그것도 두렵다. 그래서 손을 놓기가 겁이 난다. 게다가 현실적인 돈 문제는 어쩔 것인가. 그것도 쉽게 멈추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니이지.
그만하자 그만하자 이런 마음으로 모두를 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나는 책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것은 명백한 진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이겨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멈춰야 한다.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만 뛰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 때까지 그대로 있어야 한다. 이 자리가 다시 그리워질 때까지 다시 보고 싶어질 때까지 잠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