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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드림 Mar 13. 2022

누군가의 무엇으로 산다는 것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무게

내 이름 석자로 살아오다 결혼을 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내 이름 석자를 쓰기보다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독서지도사를 하게 되면서 나에게는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처음에 아이들이 불러주는 또는 엄마들이 부르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기만 했었다


선생님 하면 나는 가장 먼저 학교 선생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를 또 달리 뭐라고 부를 수 있으랴 빨리 내가 그 호칭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선생님이라는 그 이름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에 어색했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자격을 갖춘 것이 맞을까 그저 자격증을 하나 땄다고 해서 내가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그래서 그 호칭에 익숙해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초보 시절이니 실력은 부족했는지 몰라도 열정은 충만했다


부족한 실력을 열정으로 만회해보고자 했던 것 같다

그들이 부르는 대로 어디든 달려갔으며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서 수업을 했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자료를 찾고 공부를 했다 시간이 넘어가도 개의치 않고 끝까지 하게 만드는 끈질긴 선생님이었다


지금도 그 시절의 열정을 생각하면 참 대단하는 생각이 들면서 넘치는 열정 때문에 시달렸을 아이들도 동시에 떠올라 조금은 미안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가끔 나는 나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본다

'내 아이를 나 같은 선생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정신이 번쩌 나면서 나태해지려고 했던 마음도 다잡게 된다


나라면 나 같은 선생에게 도저히 맡길 수 없다는 결론이 나면 나는 이 일을 당연히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무엇 즉 선생님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무겁다 진짜 학교 선생님도 아니면서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따로 부를 호칭이 없어 선생님이라고 하는 것을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워해야 할 것인가?

하지만 나는 아니다 아이들 앞에 서는 나는 그 어떤 호칭에도 무거운 무게를 느껴야 한다


그 호칭이 담고 있는 '가르침'이라는 것 때문에 그것이 항상 옳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긴장을 한다

아이들 앞에서 나는 항상 옳은 가르침을 전달하는 사람인가


내가 얻은 또 다른 이름인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오늘은 부끄럽지 않았는지 흩트려지려는 내 마음을 다시 붙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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