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선릉의 스페셜티 카페들

토치커피, 자이와, 써트커피, 알렉산더커피, 펔스커피, 크래커스

by eune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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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병의 증세가 나날이 심각해지던 와중 회사 주변 선릉역, 삼성역엔 전국구 네임드인 로스터리와 카페들이 밀집해 있다는 걸 알아버리곤 그 자리에서 그냥 눈이 돌아버렸다.


이건 회사 주변 카페들에 대한 기억을 정리한 글이다. 멋쟁이 리뷰어처럼 무슨 드리퍼와 그라인더를 사용하고 로스팅 프로파일이 어쭈구 저쭈구 그런 건 식견이 짧아서 못하고 허접의 시선으로 쓴 일기에 가깝기 때문에 비난하고 싶으면 편하게 하셔도 됨.




1. 토치커피(T.O.CH Coffee)

https://www.instagram.com/t.o.ch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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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주변 카페 추천을 받으면 늘 빠지지 않던 곳이 토치커피였다. 안스타 유튜브에서 강남은 물론 서울 전체로 봐도 뒤지지 않는다고 하길래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토치커피 원두는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편이다.


여러 번 가봤는데, 이곳에서 마셨던 커피들은 하나같이 군고구마를 떠올리게 하는 묵직한 맛이 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계속 마시다 보면 오히려 이런 맛이 없는 다른 커피가 심심하게 느껴진다. 같이 갔던 사람은 그 맛이 취저였는지 선릉에서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고 했다. 직접 로스팅도 하는 곳이다 보니 사장님이 처음부터 의도한 방향이었나 싶기도 하다.


피크타임 혼잡도에 따라 컨디션이 널뛰는 몇몇 카페들과 달리 이곳은 피크타임에 가도 맛의 기복이 거의 없다. 매달 바뀌는 스페셜티 라인업도 다양해서 메뉴를 보는 재미가 있다(ex. 중국 네스트매너같은).


인스타그램을 보면 오늘의 커피가 가끔 올라오던데 매일 운영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리가 손에 꼽을 정도로 불편해서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2. 자이와(Zaywa)

https://www.instagram.com/zaywa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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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스타일의 테이크아웃 전문점인데 아랍풍으로 화려하게 꾸며 놓은 외관 덕분에 눈에 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매주 목요일마다 오늘의 커피로 코퍼멘테이션 원두를 쓴다는 점이다. 코퍼멘테이션은 과일을 생두와 함께 넣고 발효시켜 향을 입히는 방식인데 마치 과일 껍데기를 갈아 넣은 듯한 강한 향이 커피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징이 있다.


이곳의 아쉬운 점이라면 오늘의 커피의 원두 설명이 빈약해서 낯선 원두가 메뉴로 뜨면 기도메타로 주문할 수밖에 없다. 내가 방문했을 때 마신 와인효모 게이샤는 뜨거운 폴라포 맛이 났는데 되게 별로였다. 그럼 와인 효모에서 포도맛이 나지 무슨 맛이 나냐, 너 잘못 아니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으나 샘플 원두를 갈아서 앞에 놓아 두시거나 하다못해 아이스/핫 추천이라도 적어 놓으신다면 먹고 후회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결국 가격이나 퀄리티 면에서 다른 매장의 오늘의 커피보다 압도적인 메리트가 있는 곳은 아니라 자주 가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 근방에서 코퍼멘테이션 원두를 다루는 카페가 드문 편이라 스토리에 올라온 원두 보고 마음이 동하면 한 번쯤 들르게 된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스페셜티 라인업을 늘리실 생각인지 최근에는 프렌치프레스도 시작하셨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곳이다.



3. 써트커피(Cert Coffee)

https://www.instagram.com/cert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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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T는 선릉에서 가장 많이 갔던 카페다. 회사에서 가깝기도 하고 오늘의 커피로 나오는 배치브루가 이 근방에서 가장 퀄이 좋아서 자주 간다. 오늘의 커피는 4,500원인데 아메리카노에 천 원만 더 보태면 평소 8,000원씩 하는 필터커피를 거진 반값에 맛볼 수 있다. 배치브루 세팅이 깔끔함 위주라 브루잉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있다면 데러갸서 한 잔 사주기 좋다.


점심시간에 가면 사람이 버글버글한데 그 바쁜 직장인들이 메가니 매머드니 다 제끼고 웨이팅까지 하면서 사가는 걸 보면 대중적인 입맛도 잘 잡은 것 같다. 피크타임엔 정말 시키기 미안할 정도로 바쁘시기 때문에 한가한 타임에 몰래 나와서 사먹는게 속편하다.



4. 알렉산더 커피스튜디오

https://www.instagram.com/alexandercoffee.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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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는 접근성으로 치면 이미 문을 닫았어야 하는게 맞는데 그 입지에서 커피 하나로 살아남는 것도 모자라 강남에 2호점까지 연 곳이다.


이곳의 장점이라면 추출이 기가 맥힌다. 차 처럼 깔끔하지만 여러 가지 노트가 섬세하게 쌓여 있어 싱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묵직한 단맛을 베이스로 노트가 하나씩 드러나는 토치커피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예전에는 밸런스가 좋다는 말이 특색 없다는 말 하기 미안할 때 쓰는 교토식 화법인줄 알았는데 이곳 커피를 마시고 나서 밸런스가 좋은 커피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직원 분들이 유별나게 친절하다. 피크시간에 필터커피 시키면 짜증 날 만도 한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모자라 메뉴 추천까지 해주신다.


직원 모두 명찰을 달고 있는 거나 매일 아침 스토리에 올라오는 오늘의 커피 소개글 등 사장님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카페를 만들어 가려는 게 느껴져서 손님을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응원하게 된다. 널찍한 테이블도 있어서 한가한 시간에 와서 작업하기에도 좋아 보인다. 재방문 의사 300%



5. 펔스커피

https://www.instagram.com/perks.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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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구글 리뷰에서 빌려옴

포스코사거리 주변을 걷다 보면 유난히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게 펔스커피다. 이름이 퍽스가 아니라 펔스인데 문자열 처리가 잘 안 되는지 카드 이용 내역에는 ‘?스커피’라고 찍혀서 불온한 상상력이 절로 발동된다.


여긴 싱글 오리진 구성이 엄청 다양하다. 족히 10가지는 되어 보이는데 이 정도면 이 근방에서는 가장 다양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가히 필터커피계의 김밥천국이라고 할 만하다. 흔히 보기 어려운 르완다 부산제도 있다.


필터커피 스타일은 깔끔한 쪽보다는 농도를 조금 더 중시하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다만 내가 마셨던 커피들은 바쁘셨던 탓인지 후미에 쓴맛이 살짝 올라와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매일 찾는 곳이라기보다는 웬만한 싱글 오리진을 다 마셔보고 질릴 때쯤 한 번씩 가게 되는 곳이다.



6. 크래커스 커피 디비전

https://www.instagram.com/crackerscoffee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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펔스커피에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선릉에서 삼성으로 가는 골목을 걷다가 갑자기 시꺼먼 공간이 나타나서 눈길을 끌었는데 첫인상과는 달리 막상 안에 들어가면 생각만큼 어둡지는 않다.


싱글 오리진 메뉴가 아주 다양한 편은 아니다. 라인업을 봤을 때 솔직히 맛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커피를 막상 받아드니 만족스러웠다. 단맛과 산미가 밸런스있게 나타난 기본을 잘 맞춰 내린 추출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케냐는 성공하면 블랙커런트 실패하면 토마토라는 말이 있던데 이곳에서는 그 토마토 노트조차 꽤 괜찮게 느껴졌다. 풋내나는 토마토보다는 케첩에 가까운 제법 인상적인 토마토 맛이었다. 바리스타 분이 서빙 전에 직접 맛을 체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지도앱에서 검색하기 힘든 점이 아쉽다. 서비스 불문, 풀네임으로 검색하면 절대 못 찾는다. 이 부분은 사장님이 한 번쯤 정비하실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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