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남터/고터의 스페셜티 카페들

룰커피, 빈브라더스, 커피스니퍼, 산스커피

by eune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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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페셜티 카페를 부지런히 가보는 중인데 이상하게 카페 3곳 중 1곳은 꼭 실패한다. 이러다보니 내 혀가 구려서 커피가 맛없다고 느끼는 건지 핸드드립이 애초에 쉬운 기술이 아니다보니 맛있기가 힘든 건지 헷갈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룰커피를 가라. 룰커피는 항상 맛있다'고 잠언 3장 1절 읽듯 비장하게 말해주길래 바로 다음날 아침에 눈 뜨자마자 탐방에 나섰다.


그 길로 어쩌다보니 고터까지 가서 3시간동안 4군데의 카페를 들러 3잔의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데 그것에 대한 간단한 기록을 남겨봄.




1. 룰커피

https://www.instagram.com/lullcoffe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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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팅이 있다는 말에 쫄아서 일부러 아침에 갔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가는 길이 돈냄새 풀풀나는 방배동 골목인데 더샵 에르메스?인가 그런 아파트도 있고 돈 많이 벌어서 꼭 이런데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어디서 주워들은 바로 파나마 게이샤가 있으면 꼭 마셔보라고 해서 1만 3000원이나 하는 파나마 게이샤를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맛은 초반의 프루티함, 중반의 군고구마 같은 밀도, 후반의 자스민 노트가 또렷하게 이어졌고 왜 사람들이 그렇게 게이샤 타령을 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서비스였다. 사장님이 커피를 자리까지 가져다주시며 마치 미술관 도슨트처럼 커피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시는데 이런 감동의 서비스는 처음이었다. 덕분에 커피 맛도 한층 더 좋게 느껴졌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열정을 가진 사람과 교감하는 일은 늘 즐겁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장님은 세계 2위까지 올랐던 슈퍼-바리스타라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추천해준 사람의 말처럼 하나의 기준점이 될 만한 커피를 마신 기분이었다.



2. 빈브라더스 파미에스테이션

https://www.instagram.com/bean_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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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쯤 룰커피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왔다. 외출한 김에 고터도 들러볼 생각으로 남부터미널역 쪽으로 향했다. 빈브라더스는 고속터미널 상가 2층에 꼭꼭 숨어 있어 처음 가면 찾기가 꽤 어렵다. 대신 그런 위치 덕분인지 1층의 북적임에 비하면 매장 안은 꽤 여유롭고 한산한 편이었다.


여기도 게이샤가 있지만 흐린눈을 하며 애써 참아보았다. 한 잔에 만원이 넘는 커피를 하루에 두잔이나 마시다니 누가 보면 로또라도 터진 줄 알 것이다. 여기선 제일 아래 있는 온두라스 핀코나를 먹어보기로 했는데 단지 가격 때문만은 아니고 맨날 시큼커피만 마시다보니 묵직 씁쓸한 중강배 커피가 땡기던 차였음.


빈브라더스가 원두로 유명한 로스터리다보니 기대를 좀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별로였다. 추출이 잘못된 건지 커피에서 흙맛 같은 느낌이 났고 다르게 표현하면 크레파스를 떠올리게 하는 맛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떫고 쓰다는 인상이 강해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여긴 커피보단 컵이 물건이었다. 입술에 닿는 감촉이 유난히 좋아서 따로 안 파나 둘러볼 정도였다. 그리고 자리가 널찍한 편이라 오래 앉아 작업하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3. 커피스니퍼 신세계강남

https://www.instagram.com/koffee.snif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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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에 커피스니퍼가 있는줄 몰랐는데 돌아댕기다 우연히 마주쳤다. 메뉴 사진에는 잘려서 보이지 않지만 스페셜 라인업이 두 가지 더 있었고 파나마 게이샤 하나랑 다른 하나는 코스타리카 무산소 내추럴이던 것 같다. 무산소가 급 땡겨서 마셔보려다가 자리가 없기도 했고 슬슬 카페인 리밋이 다가오는게 느껴져서 포기하고 나왔다.


원두 샘플을 매대에 올려두어서 편하게 시향해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코스타리카 무산소 향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마시러 가봐야겠다.



4. 산스커피

https://www.instagram.com/sans.found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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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우 포트가 무려 6대

인스타 릴스 넘기다가 커피없는 커피라고 PR하길래 뭔 홍철없는 홍철팀같은 소리인가 하고 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마침 신강 지하에서 매장을 발견해서 온김에 한 번 마셔봐야겠다는 싶었다. 브랜드 이름이자 컵에 적힌 문구인 sans는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왜 없다는 말을 보면 sans mom 이딴 단어만 생각나는지 모르겠네.


커없커답게 카페인도 없고 최신 트렌트인 커스터마이즈를 반영해 필요한 요소를 빼거나 추가할 수도 있다. 점원이 임산부도 마실수 있는 커피라고 홍보하시던데 괜찮은 셀링 포인트인 것 같았다. 나는 그냥 무난하게 제로카페인 아아를 시켰다.









첫모금은 편의점에서 파는 꽤괜 콜드브루 느낌인데 얼음이 녹고 점차 농도가 옅어지면서 페트병 벌크 아메리카노와 전통 한방차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놓인다.


커피라고 생각하면 맛있다고 하기 어려운데 커피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어찌저찌 비슷한 맛을 구현했다는 점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가격이 싼 편이 아니라(4,500원) 자주는 곤란하고 경험삼아 한번 먹어 볼만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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