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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 Aug 21. 2021

그대 잘 가라!

의병 홍범도

유튜브에서 한 독립군의 유해가 우리 땅 고국의 품에 안기는 영상을 보았다.      


그의 유해를 실은 공군기가 하늘을 날았다. 지상에선 어린 후예가 죽은 노병의 애국가를 열창했다. 고국의 따스한 품속 흙에 묻히는 순간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

~~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다. 영상을 통해 지켜보는 사람들처럼 나도 감동의 벅찬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최고의 아름다움이었다.   


홍범도. 일제 강점기 시절의 독립군으로, 일본군에 대항하여 치열했던 여러 전투에서 커다란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 러시아 강제 이주 후에는 평생 노동자의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역사를 잘 몰라 부끄러울 때가 참 많다. 그런 마음으로 ‘홍범도’를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았다. 무지한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천애 고아로 자라 나라 잃은 의병으로, 말년에는 이국땅의 노동자로 거칠고 외로웠던 그의 삶이 100년 잠든 세월을 깨워 우리 앞에 다시 돌아왔다. 피맺힌 역사가 고스란히 가슴으로 전해진다. 영원한 이방인이었던 그가 따스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오늘, 같은 삶을 살아온 이름 없는 수많은 혼령들도 함께 평온한 잠에 이르기를.

     

유해를 실은 항공기 곁을 여럿의 또 다른 공군기가 나란히 호위하며 함께 날았다. 더 이상 그가 홀로 외롭지 않도록.

노병을 받들어 호위하는 후예들의 강하고 절도 있는 걸음은 듬직하고 정겨웠다. 씩씩하면서도 기계적이고 딱딱한 행군은 군인의 표상이라 여겼는데, 이 순간만큼은 더없이 부드럽고 포근하고 따스했다.

   


오랜 그리움으로 타국을 떠돌던 독립군의 혼령이 우리 품에 안기는 순간.

지상 최고의 예술인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동시에 또 한 사람의 소식을 접했다. 지난 80년대 군부 시절 독재자의 근황이다. 얼마 전까지도 90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만큼 정정하던 그가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같은 사람이라 믿기 힘들 만큼 급격하게 노쇠해 보였다. 과거사에 대한 세상의 단죄와 갖은 비난에도 한결같이 서슬 퍼렇게 맞서던 그였으나, 때가 되어 찾아오는 죽음만큼은 그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허물어져 가는 그의 어깨와 힘없는 눈동자 깊은 곳을 애써 살폈다. 혹시라도 지난날에 대한 후회나 슬픔의 기미라도 찾아볼 수 있을까. 지금쯤 그의 독선도 그만큼 허물어졌을까.

잠시 그에게 닥칠 죽음의 깊이를 가늠하려던 마음을 서둘러 거뒀다. 그때 그 시절, 누군가 속절없이 죽어간 흑백의 그 처절했던 장면들이 떠올라서.     


100년을 거슬러 아름다운 감동으로 살아 돌아온 독립군과 살았으되 죽은 독재자 사이에서, 상반되는 이유로 똑같이 아프고 슬프다.


사진: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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