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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네가 가는데 내가 왜 꿈을

무직에 무경력 전업주부

by 으네제인장

아이가 개학을 하며 평일 몇 시간쯤 자유가 생겼다. 이 시간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돈 벌러 나가는 일. 그렇지만 당장 출근할 곳이 없다. 나이 40부터 글을 써 돈을 버는 것이 꿈이지만 30대도 이제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하루가 지날수록 불안도가 높아져 다른 일을 하면서 돈이라도 벌면 조금 살 것 같다. 이왕 시작한다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 가능하다면 40살이 되어 진짜 글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육아 만으로도 병을 얻는데 글쓰기에, 부업까지 가능할까 걱정도 들지만, 그건 해 보면 알겠지.

오늘의 나는 직장도, 직업도 없다. 전업주부지만 집안일을 끝냈고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 지망생이니 글을 써야지. 컴퓨터 앞에 앉는다고 바로 집중이 되지는 않으니 우선 타이핑웍스를 켜 타자를 10회 정도 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따라 쓰는 과정에서 마음에 위안을 얻는 동시에 손가락을 움직이며 정신도 깨운다. 그러고 나면 영어 공부. 영어 쉐도잉까지 끝내고 나면 이제는 진짜 글을 써야 할 차례. 업로드할지 말지 모를 글이지만 일단 써 내려가 본다.

예전에는 정기적으로 글을 쓰면서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써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아할 만한 글을 쓰고 싶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뚝심 있게 계속해서 뭐라도 쓰는 일뿐이라서, 누군가는 꾸준함도 재능이라고 위로하듯 말하지만 나의 꾸준함은 아직 재능이라고 부를 만큼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않아서 애가 탄다.


꾸준함이여, 그대가 정녕 재능이라면 40세에는 나를 작가로 만들어 주오!


몇 달 전 알아차린 사실인데, 내게는 경력도 없고 직업도 없다. 일도 하지 않고, 복직할 직장도 없다. 육아를 위해 잠시 일을 쉬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백수로 살아온 것이다. 참으로 운이 좋고, 팔자도 좋다. 40살부터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2, 30대를 투자하기로 했다지만 왜 하필 40이었을까, 그전에 될 수는 없었을까. 돌이켜보면 후회보다는 창피함이 크다. 그래도 역시나 다시 생각해도 더 일찍은 말고 40부터 죽는 날까지 꽉 채워 작가로 살아가고 싶다. 그전까지는 더욱 간절해하고 더욱 겸손해져야지. 원하는 글 쓰기를 하기에 앞서 30대까지는 필요한 공부를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려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래 글을 쓰며 살기 위해 지녀야 할 단단한 마음 가짐이 가장 필요했다. 오래 품어온 마음인 만큼 작가가 된 순간부터는 그 소중함을 매 순간 잊지 않으며 글쓴이로 겸허히 살아가고 싶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는 꿈이 많은 데다 걸핏하면 달라진다. 우리 아이는 아직 꿈을 위해 노력하는 단계이기 전에 꿈을 탐색하는 중인 것이다. 대체로 많은 부분에서 또래 아이들보다 부족한 것이 많은 아이지만 엄마인 나 역시도 아주 많이 느리고 부족하여 아이를 재촉할 수 없다. 나처럼 느리거나 혹은 더 느리더라도 오히려 응원할 수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꿈을 좇는 아이에게 금전적인 지원도 함께 해주려면 내년부터는 진짜 돈을 벌어야지. 올해까지는 계획대로 꿈꾸는 엄마였지만 내년에는 꼭 꿈을 이룬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남은 30대를 불태울 예정이다.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건강하게 불태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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