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페터 볼레벤/강영옥 옮김/더숲

by 으네제인장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우선 책 앞날개에 있는 저자 정보를 언급해 보겠다.


독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논픽션 작가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숲 해설가.



페터 볼레벤의 직업은 작가이기 이전에 산림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가 낸 수많은 책을 통해 주로 나무와 숲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 일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는 수년간 직접 보고 겪은 숲을 그만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책을 읽다 보면 처음 알게 되는 사실 투성이지만 의외로 알아듣기 어려운 말은 없다. 자연 생태계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책 중 페터 볼레벤이 쓴 책이 가장 인기인 것은 아마 이 점 때문이 아닐까.


그가 쓴 책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무엇일까. 내가 처음 접한 책은 바로 <나무 수업>이었다. 여기서 소개할 페터 볼레벤의 첫 번째 책으로 <나무 수업>과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두 권을 고민한 것은 둘 다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이 책을 먼저 소개한 것은 우리가 자연을 보고 배울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바로 '연결과 상호작용'이라서다.



나무가 구름을 만들고 지렁이가 멧돼지를 조종하는 방법


윗글은 이 책의 소제목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빗방울이 모여 바다가 되고 기생충이 숙주를 조종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뜬금없이 나무가 구름을 만들고 지렁이가 멧돼지를 조종한다고 말한다. 만약 어느 어린이가 어른에게 이 말을 전한다면 대부분의 어른은 농담이나 헛소리라며 흘려들을 것이다. 하지만 숲을 관찰해 보거나 자연 생태계에 관한 책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이것이 결코 누군가가 지어낸 말장난이 아님을. 그러니 더 궁금해질 것이다. 도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나무는 구름을 만들고 지렁이는 멧돼지를 조종하는 것인지 말이다.


인간은 이처럼 복잡한 생태계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채 방심하며 살아간다. 5쪽


이 착각 때문에 인간은 멋대로 생태계에 손을 뻗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혹은 자연을 위한다는 착각에 의해. 인간이 멋대로 자연을 파괴하고 또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모든 자연 위에 인간이 군림한다는 듯 말이다.


목차를 보면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또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수많은 네트워크의 예시를 나열하는 책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간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등장한다. 바로 생태계를 위한답시고 어느 한 종을 모두 없애버리는 일이다.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가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늑대를 말살시킨 일이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가. 먹이사슬 바로 아래에 있는 동물이 급증했다는 것 정도를 예상했다면 놀라지 마시길. 실제로 벌어진 것은 바로 강가의 황폐화, 잦은 홍수, 그리고 토양 침식의 가속화다. (14쪽)


생태계라는 거대한 시계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톱니바퀴가 있다. 33쪽


우리가 흔히 갖는 오해 중 하나를 더 소개해 보겠다.


노루는 나무와 사이가 좋지 않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노루는 숲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숲 속에서 노루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고 하여 노루를 숲 속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79쪽


디즈니 영화에서도 사슴은 숲에서 등장한다. 해리포터에서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고라니 역시 숲에 산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래라고 한다. 나무와 사이가 좋지 않고 숲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찌 된 사연인지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여기서 밝히는 것보다는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읽고 나면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페터 볼레벤의 책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그가 하는 대부분의 말을 신뢰하고 또 동의하지만 사실 아닌 부분도 있다. 특히 동물원에 가지는 시각에는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내가 동물원의 존재에 반대하지 않는 수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동물원에 종의 다양성과 특성을 존중하며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나는 동물원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동물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동물에 대해 끈끈한 정을 느끼고 보호해 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착한 동물원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페터 볼레펜 입장에서 보자면 그 동물원은 오히려 우리가 자연과 동물을 더 보호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 그렇지만 '종의 다양성과 특성을 존중하며 살 수 있는 여건'이라는 것이 지극히 인간의 주관적 시각이라는 점에서 반대한다. 동물원에서 동물을 보지 않아도 우리 곁에 있는 동물부터 사랑하기 시작하면 된다. 오히려 동물원에 들어갈 법한 동물을 사랑하기란 쉽다. 매일 볼 수 있는 개미, 거미, 벌레 같은 것을 사랑하는 것이 더 어렵지. 그들 역시 자연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책을 읽어본 후 페터 볼레벤의 의견과 내 의견 중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진딧물과 개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어느 봄날 아이와 길을 가다 소리쟁이에 가득 생긴 진딧물과 그 위를 마구 밟고 걸어 다니는 개미를 봤다. 개미가 진딧물을 잡아먹으려는 걸까, 아니면 도와주는 걸까 한참 고민하다 결국 이 책을 다시 펼쳤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되도록 책 속에 등장하는 진딧물과 개미처럼 둘이 서로 돕는 관계이길 바랐다. 가을이 다가온 지금까지도 우리는 소리쟁이를 볼 때마다 봄에 본 진딧물과 개미를 떠올린다. 개미의 도움을 받은 진딧물은 소리쟁이를 마구 괴롭혔겠지만 어느덧 계절의 흐름과 함께 사라졌고 소리쟁이는 씨앗을 메단 채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만약 그때 소리쟁이를 구하거나 진딧물을 구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영웅심리에 빠진 우리는 잠시 기분이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피해를 줬을지 모른다.


식물과 동물 앞에서 경솔해지지 않는 법, 위한다는 내 마음보다 상대를 제대로 배워가는 법 모두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우리가 성취욕에 불타올라 '환경 시계'를 고치려고 할 때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리가 환경 시계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하냐는 것이다.


기후 문제는 허상이니 우리는 손 놓고 자연이 스스로 되돌아가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말이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지구 곳곳에서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뭐든 소비하고 없애버려야 할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지구를 위해 아무 일이나 벌였다가는 환경은 더 망가지고 말 것이다. 지구를 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선 지구와 자연을 알아야 한다.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