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현암사
가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지만 산책만큼 좋은 게 있을까. 이제 막 자연에 관심을 가지며 산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당한 책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바로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다.
주위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세상과 시간의 흐름을 놓치고 있지 않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 새로운 습관을 부디 오래 지속하고 싶다.
뒤표지에 나와있는 이 문장을 산책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세상과 시간의 흐름은 어쩌다 한 번 하는 산책으로는 알 수가 없다. 적어도 사계절은 걸어봐야 '아, 풍경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책의 소제목 또한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와 함께 걷는 도시의 열두 달'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쓴 책인 만큼 표지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과 메모로 가득 차 있다. 찔레 열매를 물고 가는 직박구리부터 흔히 볼 수 있는 편백나무와 은행나무까지, 산책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자연 생물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앞날개에 있는 작가 이력을 보면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책 이후로 <이다의 도시 관찰 일기>, <초록 친구>라는 책이 연이어 출간됐다. 심지어 <초록 친구>는 이 글이 업로드되는 날을 기준으로 나온 지 일주일도 안된 따끈따끈한 신간! <이다의 자연관찰일기> 이후 산책 이야기도, 자연 이야기도 후속책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내용적으로도 충실하고 재미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 책의 차례는 특별히 네 쪽이다. 계절과 월별로 나뉘어 있고 앞부분에는 관찰 일기를 쓰게 된 연유와 관찰 일기 준비물, 쓰는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산책을 하면서 관찰 일기를 꼭 쓸 필요는 없지만 정작 나가서 매일 비슷한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하게 된다. 같은 길을 반복하면서 걷는데 기록할 것이 그렇게 많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막상 나가보면 안다. 풍경은 매일 달라지고 지금 기록해 놓지 않으면 같은 장면을 보기 위해 일 년 혹은 더 많은 나날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은 10월.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산책을 나가보면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 아직은 초라 책의 9월 기록부터 찾아보면 누리장나무 열매와 넓적사슴벌레를 봤다는 내용이 나온다. 9월이 아니라도 볼 수 있는 고양이나 집유령거미도 등장한다. 좀 시시한가. 여기서 덧붙여 내가 본 걸 이야기해 보자면 9월에는 쑥쑥 자라는 중인 무당거미나 표범나비,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를 볼 수 있다. 산딸 나무 열매는 마치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악마열매의 작은 버전처럼 생겼는데 이것도 누리장나무 열매가 맺힐 시기쯤 함께 볼 수 있다. 책은 9월보다 10월이 조금 더 재미있다. 산책 역시 비슷하다. 날씨도 한층 더 쌀쌀해지고 잎은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풍경도 더 풍성해진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즉시 <이다의 자연관찰일기>를 찾아들고 일단 한 번 밖으로 나가 보는 걸 추천한다.
산책을 처음 나서는 사람에게는 목적지도 없이 걷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길만 따라 걷느라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그때부터는 주변 풍경이 보인다. 책에서 이 시기에 뭘 봤는지 확인해 본 다음 산책 중에 비슷한 광경을 찾아보거나, 전혀 다른 걸 본다고 해도 책처럼 매일 짧게 메모를 해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산책은 결코 정적이지 않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행위인 만큼 핸드폰 화면 속 쇼츠처럼 수많은 콘텐츠가 눈앞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