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조은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똑같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나 역시 집에 들어온 모기나 초파리를 가만히 두고 보진 않는다. 만약 바퀴벌레라도 보이는 날에는 호들갑을 떨며 사냥하고, 그런 후로도 며칠은 마음 편히 잠들지 못한다. 집안에 들어오는 바퀴벌레가 징그러우니까 이 세상에서 바퀴벌레는 몽땅 사라져 버려야 할까. 여름이면 모기 알레르기 때문에 불편하니 모기 역시 멸종해 버리는 것이 좋을까.
투정처럼 내뱉는 이 말을 반박할 책을 가지고 왔다. 바로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이다. 곤충과 벌레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되는 이유가 이 책 서문에 나와있다.
모기와 깔따구, 그리고 그들의 친척들은 물고기, 새, 박쥐, 그리고 다른 생물들에게 꼭 필요한 먹잇감이다. 8쪽
그다음으로는 조금 추상적이기만 정말 중요한 이유가 나온다.
자연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시스템이고, 우리 인간은 그 수 백만 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곤충은 이 독창적인 시스템의 중요한 일부다.
이 책은 서문에서 이미 곤충의 중요성을 다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이 정도 이야기로는 끄떡도 없을 독자들을 위해 다음 챕터에서 본격적으로 곤충을 소개한다. 무엇이든 모르면 쉽게 혐오하지만 알아갈수록 마음이 열리고 상대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곤충의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 몸이 머리, 가슴, 배 세 구역으로 나뉜다는 것 말고도 알아야 할 사실들이 많다. 곤충에 관한 여러 정보가 있지만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을 한 가지 사실을 이 글에서 먼저 공개해 보도록 한다. 바로 여러 곤충 중에서도 파리는 발로 맛을 본다는 점이다. 우리가 파리를 기피하는 것은 파리가 뭘 밟고 맛봤을지 모를 발로 내 음식 위를 디디며 맛보는 것이 불쾌하다는 이유 때문 만은 아니다. 어떠한 과정으로 균을 옮기고 다니는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 1장을 참고하길 바란다.
2장은 조금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만 해도 그렇다. 바로 '곤충의 섹스 : 연애, 짝짓기, 부모 되기'이다. 교미나 교접 같은 표현 대신 섹스라는 표현을 고른 것은 이렇게라도 독자의 관심을 끌고 싶어였을까. 아니면 그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서일까. 답은 모른다. 이 책을 읽은 내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곤충은 인간과 다르게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섹스를 하고 또 부모가 된다는 점이다.
앞쪽에서는 대체로 곤충 그 자체를 이야기한다면 뒤로 갈수록 곤충이 인간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를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신비롭고 재미있는 존재라는 것 만으로는 인간에게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 결국에는 파리든, 모기든 방법만 있다면 죽임을 당할 것이다. 꿀벌은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여왕과 일벌이라는 특수한 생활 방식으로 흥미를 끌었으며 마지막으로 꿀을 제공하고 수많은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굉장히 귀한 대접을 받는 곤충 중 하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꿀벌 말고도 이런 융숭한 대접을 받아야 할 곤충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 뒤표지에 나와있는 글을 소개해 보겠다.
신기해서 밤새 보고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곤충에 관한 99가지 놀라운 이야기
길게 설명하는 글 대신 짧은 단락으로 나뉜 책은 많은 정보를 담았음에도 깊이를 놓치지 않았다. 일단 곤충을 알게 함으로써 F 감성을 가진 독자를 사로잡은 다음, T들에게는 인간에게 어떠한 이득이 있는 지를 설명한다. 혹시나 지루해할까 봐 '시끄러운 귀뚜라미, 알고 보니 노인 정신 건강의 특효약', '혐오스러운 바퀴벌레, 알고 보니 각광받는 차세대 구조대원!'이라는 타이틀을 단 이야기도 잔뜩 준비해 놓았다.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끝까지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일단 책 표지를 펼치고 나면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어버리는 책. 일단 읽고 나면 세상에 나쁜 곤충을 없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밖에 없는 것 책이 바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