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몽고메리/최로미 옮김/글항아리
문어 제철을 검색해 본 적이 있을까? 금어기를 제외한 나머지 시기를 각자 다른 이유로 제철이라고 부르지만 대체로 가을부터 겨울까지 먹는 문어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능이 있고 인간과 교감이 가능한 동물을 먹는 것을 꺼려한다. 문어는 어떨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식탁 위에 올라온 문어를 보는 것이 조금은 괴로워질 수 있다.
몇 년 전, 넷플릭스에 올라온 한 바다 생물 다큐멘터리가 화제를 모았다. 바로 <나의 문어 선생님>이다. 이 영화는 문어가 가진 지능을 널리 알리는 데에 큰 몫을 했다. 이번에 소개할 것은 이 영화보다 몇 년 더 일찍 문어를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다.
저자인 사이 몽고메리는 우리나라에서 <유인원과의 산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연구는 한 종에 국한되지 않고 '교감'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문어와 인간이 감정을 나눈다니, 낯설다. 만약 <나의 문어 선생님>이나 문어의 지능을 언급하는 다른 다큐멘터리 혹은 정보를 접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다루는 문어와의 교감이라는 주제가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아테나가 빨아들이는 느낌은 집요하지만 부드러웠다. 마치 외계인의 입맞춤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그녀는 수면을 따라 멜론만 한 머리를 깐닥대면서 눈구멍 안에서 왼쪽 눈알을 굴리며 내 눈을 바라보았다. (중략) 동공의 표현을 보면 회화 속 힌두 신이나 여신의 눈에 나타난 표정이 떠올랐다. 평온하며 모든 걸 아는 듯한, 시간을 초월한 지혜로 묵직한 느낌의. 22쪽
이 책을 접했던 2017년만 해도 동물과 나누는 교감, 문어의 지능 같은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문장을 보았을 때 거부감이 들었다. 조금은 비웃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말한다.
문어에게 생각과 감정과 개성이 있다는 개념은 일부 과학자와 철학자를 괴롭혔다. 우리와 수혈을 주고받을 정도로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조차 최근에서야 그 정신의 존엄성을 인정받았다. 29쪽
"다른 종의 감정과 지능을 축소하려는 노력은 늘 존재합니다." 내가 아테나를 만난 뒤,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 홍보부장 토니 라카스는 말했다. "이런 선입견은 특히 어류와 무척추동물에게 강하죠." 스콧이 거들었다. 30쪽
문어가 살아있는 모습보다는 얇게 썰려 접시 위에 올라온 모습을 더 많이 봐온 탓에, 가끔 제사상에 올라온 검붉은 고무 같은 모습이 더 익숙한 탓에 문어가 생각과 감정, 개성이 있다는 말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다. 어쩌다 문어가 직접 병뚜껑을 열고 병 안에서 탈출하거나 조개껍질로 몸을 감추는 영상을 본 적이 있지만 언젠가 수족관에서 보았던 거의 움직이지 않고 구석에 구겨져 들어간 문어와 식사 자리에서 본 문어,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아테나가 모두 같은 문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문어라고 부르지만 어쩌면 저 문어와 이 문어는 다른 종이 아닐까. 더 똑똑한 종이 있고 우리가 먹는 것은 조금 더 멍청한 문어가 아닐까 합리화를 시켜보기도 했다.
저자는 아테나, 옥타비아, 칼리, 카르마라는 이름을 가진 문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경험과 감정을 나눈다. 가끔은 과한 해석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이 책을 읽은 후로 문어에게 지적 능력과 감정, 그리고 교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문어가 지적 동물인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먹는 문어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혹은 오징어는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문어 선생님>을 포함한 바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으면 인간과는 무척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무척추 생물이 우리 인간 눈으로 보아도 지혜롭고 기발한 행동을 보일 때가 많다. 만약 문어 영상을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반대로 문어에게 지능이 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깨부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나면 접시 위에 놓인 문어숙회를 두고 멈칫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