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디너/강유리 옮김/윌북
어느 날 기계 소리가 들려 나가 봤더니 공원에서 풀베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공기 중에는 풀 향이 가득하다. 수분과 번식을 도울 동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향기를 뿜을 때와 달리 이 냄새는 자신이 위협받을 때 내는 냄새다. 자신을 물어뜯고 난도질하는 수많은 동물을 상대로 주먹질 대신 짙은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그 냄새를 맡으면 두 눈을 감고 '음~'소리를 내며 감탄을 한다. 작업자들 역시 풀내음을 맡는다고 해서 제초 작업을 멈출 리 없어 그대로 정해진 구역 풀이 다 베어질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털머위와 철쭉을 제외하고는 모든 꽃과 풀이 뿌리 가까이까지 잘려나갔다. 덕분에 풀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벌레까지 사라져 더 이상 공원에 가도 풀벌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잡초는 장소를 가리지 않을뿐더러 자라나는 속도가 빠르다. 풀이 무성해지면 그곳에 사는 벌레들도 많아지고 가끔은 그 틈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생겨난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 식물을 심고 공원을 조성하지만 그 식물이 조금만 방해가 되거나 보기 싫으면 금방 잘라 버린다. 잡초가 불청객인 것은 밭, 논, 과수원이나 정원뿐이 아니다. 사람이 오가는 인도, 도로, 때로는 공원에서도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다. 이 책의 제목처럼 '미움받는 식물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이 책에는 소제목이 둘 있다.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라는 것과 또 하나,
'잡초를 만든 인간의 흑역사'.
이 책을 읽고 나니 내용에 더 가까운 것은 이쪽이다. '인간의 흑역사'.
잡초가 이렇게 질긴 생명력을 갖게 된 것에는 인간의 삽질(여기서 삽질은 진짜 삽질이 아닌 헛수고라는 말) 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잡초는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이렇게 긴 기간 인간과 질긴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일까.
'잡초'라는 개념을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잡초'가 말 그대로 개념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어느 식물이 사람들에게 혐오스럽게 여겨지면 잡초가 되는 것이다.
18쪽
공원 풀베기 작업에서도 누군가는 코스모스를 잡초라며 베어버리고 누군가는 꽃이라며 살려둔다. 털머위는 매년 성공적인 번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지만 어째서인지 늘 살아남는다. 이렇듯 잡초는 정해져 있지 않다. 보는 이에게 필요가 없고 방해가 되는 풀이 잡초가 되는 것이다. 잡초는 농경의 역사와 함께 탄생하였다. 책 앞날개에 있는 글을 옮겨와 보겠다.
농경의 역사는 곧 잡초 제거의 역사였으며, 그럼에도 잡초는 인간의 도움을 받아 진화하고 결국 지구를 정복했다.
다른 식물처럼 평범하게 싹을 틔우고 자랐을 뿐인데 인간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잡초라 불리는 식물들.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지으며 살아가기 시작한 인간들이 자신들이 키우는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식물을 잡초라 명하고 그들을 제거하기 위해 온갖 수를 쓰는 동안 잡초들은 더욱 강해졌다. 책에서는 수많은 잡초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미름, 돼지풀, 강아지풀과 인간의 오랜 전쟁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 안다. 만약 인간이 승리했다면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세상에서 미움받는 식물들이라고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을 테니까. 잡초는 늘 인간을 상대로 더 빠르고 강하게 진화했다. 우리 동네 풀들이 보란 듯 더 억센 모습으로 자라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이들은 농작물이 인간을 유인해 자신을 길들이게 함으로써 생태적으로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유용한 형질을 가진 식물을 선택했고, 이를 해충과 질병에서 보호했으며, 유전자를 퍼뜨려 전 세계로 서식지를 넓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궁금하다. 그렇게 길들여지고 산업화되고 인간의 보호를 받는 종들은 과연 잡초를 선택한 친구들보다 자신이 더 성공했다고 생각할까? 어저귀는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잡초다운 유전자, 적응성, 가변성을 유지했다. 누구의 규칙도 따르지 않는다. 생존과 지속적인 적응을 위해 어떤 회사나 국가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어저귀의 관점에서는 일종의 식물 주권을 달성한 셈이다. 111쪽
식물 중에서도 진정한 승리를 이룬 잡초. 잡초는 끝없는 투쟁 끝에 더 강해지고 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간 수많은 사람과도 닮았다. 내가 나로 태어났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 그런 이들이 핍박 받으면 받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잡초 역시 제거하려면 할수록 더 강해질 뿐이다. 우리는 이들을 끝내 제거하는 쪽과 아니면 더불어 사는 쪽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