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아래서

프랑시스 마르탱/박유형 옮김/주은정 감수/돌배나무

by 으네제인장

식물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나무나 풀끼리 나누는 대화가 언급될 때가 있다. 나무끼리 소통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무와 나무가 영양소를 나누고 날씨나 전염병 소식을 주고받는 방법은 바로 버섯이라는 균사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식물에만 관심을 가지던 사람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버섯 쪽으로 관심의 영역을 넓히게 되는 이유는 식물 그중에서도 특히 나무와 버섯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버섯만 다루는 책들도 조금 늘어났지만 내가 처음 버섯 책을 찾을 때만 해도 도감이 대부분이었다. 몇 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궁금증을 해결할 만한 버섯 책을 만났고 그것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숲 아래서>라는 책이다.


나무와 버섯의 조용한 동맹이 시작되는 곳


작가인 프랑시스 마르탱은 프랑스 미생물 학자로, 나무와 버섯의 관계를 30년 넘게 연구하여 그들의 공생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선구자다. 책 제목에 버섯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음에도 버섯과 균사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숲 아래서'라는 말의 뜻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누군가는 숲 아래에 있는 곤충이나 벌레를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동물, 누군가는 지질을 연상할 수도 있지만 '나무와 버섯의 조용한 동맹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소제목과 버섯 이름 별로 나뉜 목차를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숲 아래에 있는 존재가 다름 아닌 균사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책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은,

버섯이란 무엇인가.

버섯이 나무의 소통을 돕는다는 것은 사실인가.

그것의 원리는 무엇인가.

모든 나무는 균사체와 공생하는가.

하는 점이다.


모든 답을 구하지는 못 하더라도 몇 개라도 해소가 되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이 책 한 권으로 모든 의문이 풀렸다. 여러 궁금증 중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만 여기서 살짝 공개해 보겠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버섯의 정체는 포자가 담긴 생식 기관으로, 전문 용어로는 '자실체'라고 부른다. 갓과 자루로 이루어진 버섯은 '균사'라고 하는 가느다란 실로 구성된 은밀한 조직이 만들어낸 기관이다. 31쪽
균류를 차지하는 대부분이 바로 촘촘히 뻗어있는 땅속 균사체인데, 개체 무게의 99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면적에 걸쳐 분포하기도 한다. 가을날, 숲을 거닐다 마주치는 버섯이 실은 한껏 부풀어 오른 균류의 생식 기관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버섯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땅속이나 죽은 나무속에 은밀히 몸을 숨기고 있다. 32쪽


우리가 보는 버섯은 그들의 작은 생식 기관에 불과하다면 그 전체 크기는 얼마나 되는 걸까. 이 책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버섯의 종류와, 크기, 그리고 위치 또한 공개하고 있다.


버섯을 자연의 일부가 아닌 식자재로써 보는 이들이 보기에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트러플 이야기다. 트러플이 내는 독특한 향부터 재배, 그리고 암수 구별까지, 요리하는 사람이나 트러플 요리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솔깃하는 부분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참나무의 이동 경로 중 트러플의 이동 경로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을 보면, 빙하기 이후 식물이 다시 움트던 시기에 '블랙 다이아몬드'가 자신에게 호의적인 숙주와 동행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본은 아쉽게도 세상에 꼭 필요한 정보나 세상에 이롭거나 혹은 새로운 연구보다는 더 많은 자본을 불러올 수 있는 연구에 더 많이 투자된다. 수많은 버섯 중에서도 하필 트러플이라는 매력적이고도 비싼 버섯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나무와 버섯 사이에 일어나는 비밀스러운 동맹 관계가 세상에 밝혀지기까지 조금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나무와도 죽은 나무와도 공생하는 버섯. 만약 이 공생 관계가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우리에겐 석탄이라는 자원을 활용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버섯과 나무가 맺은 동맹이 인간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