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훌라?

'세 달만 프로젝트' - 훌라

by 으네제인장

으아, 하기 싫다. 어쩌다 이런 약속을 해버린 걸까. 역시 입은 조심 해야 하고 SNS는 멀리 해야 한다. 덤으로 손가락도 어디다 좀 묶어 놓을 순 없을까.


운동하라는 말은 언제부터 듣기 시작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득하다. 게다가 올봄, 허리에 문제가 생겨 한동안 못 움직이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공황발작이 일어나기도 하면서 주위로부터 운동하라는 말을 더욱 적극적으로, 자주 듣게 되었다.


필라테스, 달리기, 수영이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나는 왜 이리도 집 밖으로 나가기가 싫은 걸까. 물론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위해 오가는 시간마저 절약을 해야 하는 이유도 있고, 운동을 위해 드는 비용이 비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꾸준히 하지 못할 일에는 흥미가 잘 생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거 같다.


그래도 운동은 해야겠고, 마침 글 구독 서비스에도 변화가 필요하던 참이라 충동적으로 ‘훌라를 시작하겠다!’고 동네방네 떠벌리긴 했는데 그 말을 내뱉고 지난달 내내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이대로 ‘훌라는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하고 말을 바꾸거나 은근슬쩍 다른 주제의 글을 가지고 와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성격상 그것도 쉽지가 않다. 정말이지 귀찮지만 이대로 책임감 없는 사람이 되고(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는 그런 불쌍한 어른이다.


어쨌든 그리하여 지금 이렇게 훌라를 시작하는 글을 쓰고 있다는 말씀. 그런데 여러 운동 중에 왜 훌라냐 하면, 이것도 참, 사연이 있다. 하와이를 좋아해서 하와이어도 살짝 공부해보고 제목에 ‘하와이’가 들어가는 책도 소량으로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훌라는 배워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 기회가 생기겠지, 하며 몇 년을 흘러 보냈는데 어느 날 클럽하우스에서 훌라를 하는 분과 만나게 되었다. 그분은 취미로 훌라도 추고, 댄서들이 쓰는 화관인 레이를 만들기도 하는 분이었다. 그분은 훌라에 관심이 있다는 나의 말에 친절하게도 훌라 선생님들의 SNS을 알려주었는데 나는 혹 이게 내가 기다리던 그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날 훌라와의 만남은 사실 그냥 우연처럼 지나가도 전혀 문제가 없을 일이었는데 하필이면 몸도 움직이고 글감도 될 만한 무언가가 없을까를 고민하던 시기였던 탓에 마치 필연처럼 기회를 잡아 홀린 듯이 훌라를 마음먹어버렸다. 게다가 마음만 먹어서는 금세 변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아서였는지 여기저기에 소문을 내버리기 까지 했다. 그래도 막상 글의 소재로 삼아 이렇게 글까지 쓰고 있는 것 보면 귀찮음보다 훌라에 대한 애정이 조금은 더 앞섰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와이는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사람의 손길로 인해 풍부해지고, 또 고통받는 섬이다. (BBC에서 제작한 ‘South pacific’에 의하면) 대륙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섬인 하와이는 인간의 이주로 인해 풍부한 자원을 얻게 된 곳이다. 보통은 풍부한 자연환경 틈에 인간이 들어가면서 파괴가 되기 마련인데 하와이의 위치는 대륙에서 너무 먼 탓에 자연의 힘으로는 다양한 생명이 도달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하와이를 대표하는 코코넛 나무도 인간에 의해 옮겨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하니 아마도 인간이 아니었으면 하와이는 수많은 양치식물과 미세한 크기의 곤충들로만 가득했을지도 모른다.


여러 폴리네시안 국가, 그리고 민속춤 중에서도 굳이 하와이에 가장 관심을 갖고 또 하와이의 전통춤인 훌라를 고집한 건 그래도 하와이만큼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의 덕을 보며 공생한 곳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보통 다른 지역에서는 일방적으로 인간이 자연의 덕을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하와이를 만든 건,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인간의 영향이 컸기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훌라를 알려주는 여러 랜선 선생님들 중 한 분은 인간을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라고 이야기했다. 인간을 자연에 기생하는 존재로면 여겼던 내게 선생님의 말은 위안을 주었다. 그리고 자연에게 해만 끼치는 인간이 아니라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어쩌면 훌라를 추면서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더 이상 도망치기보다는 훌라를 적어도 세 달 동안은 춰보려고 한다.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가 되기 위하여, 허리를 곧게 펴고 머리는 하늘로 발은 땅을 향해 똑바로 서 보는 거다.


음, 어? 그런데 어째 나의 몸은 하늘과 땅을 똑바로 잇지 않고 로켓처럼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 거 같지? 어? 저기요, 하늘은 저 위에 있는데요? 왜 내 몸은 마이클 잭슨처럼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