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댄스 말고 훌라댄스

'세 달만 프로젝트' - 훌라

by 으네제인장

‘나 사진 하나 찍어줘’

남편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경치 좋은 곳으로 달려가 분위기 있는 척 옆으로 돌아서 마치 풍경에 정신이라도 팔린 듯 카메라 대신 정면을 응시하는 척했다. 옆으로 서서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할 점은 배에 힘을 줘야 한다는 것과 목을 힘껏 뒤로 당겨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기껏 찍은 사진에 배가 나와있거나 거북목이 심하면 아무리 풍경이 멋져봤자 SNS에 올리기에는 남사스러울 법도 했다.


남편이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고 먼저 셔터를 누를까 ‘잠시만, 잠시만’을 외치며 정확히 옆모습이 나오도록 돌아서서 두 다리에도 힘을 빡, 배에도 빡, 엉덩이에도 힘을 빡 주고 ‘이제 됐어!’하고 오케이 신호를 보냈다.

‘됐다’

방금 나온 이 ‘됐다’는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예쁘게 나왔다거나, 이렇게 하면 더 잘 나올 거 같은데 같은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사진을 찍고 그저 ‘됐다’ 한 마디와 함께 핸드폰을 건네는, 바로 남편이 내뱉은 말이다.


대부분 그런 식이기에 남편이 찍은 사진은 언제나 의심스럽다(사실 요즘에는 조금 달리 졌지만). 나름 자신 있는 표정을 한 남편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아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역시 생각했던 대로 경치는 정말 끝내줬다. 그리고 내 모습 또한 의도대로 배도 나오지 않았고, 거북목도 심하지 않으며, 나름 괜찮은 모습. ‘응?’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분명 사진 속 땅은 수평인데 내 몸은 왜 수직이 아닌 거지?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한 사진 속 내 모습은 거짓말 좀 보태서 마치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에 나오는 린댄스(Lean Dance)를 추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왜 저렇게 서있지? 의아한 마음에 남편에게 다시 핸드폰을 건네주고 다시 달려가 온몸에 힘을 딱 주고 옆으로 돌아서서 ‘이제 찍어줘!’를 외쳤다.

‘됐다’

남편의 한 마디에 멀리서 뛰어와 핸드폰 속 사진을 확인해 보니 이번에도 역시나 린댄스를 추는 중이었다. 마이클 잭슨처럼 완벽히 45도로 기울어지진 못했지만 이건 대충 봐도, 다시 봐도 역시 린댄스였다.


남편은 왜 나의 기운 몸을 보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던 거지? 의아해하면서도 내 몸이 앞으로 기울게 된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고 적어도 매번 겪던 발의 통증이 린댄스 탓이었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달리기도, 걷는 것도 다 이 통증 때문에 그만둔 거였는데 알고 보니 발이 문제가 아니라 자세가 문제였던 거다.


발 앞에 체중이 실린 채 서서히 이동을 하기도 하는 훌라를 추기 위해서는 우선 자세를 고치는 것이 필요했다. 이대로라면 훌라로 인해 발이 더 망가지는 걸 떠나 애초에 훌라 스텝을 따라갈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훌라의 기본 스텝을 익히던 것을 그만두고 자세교정 단계부터 들어가기로 했다.


도움을 주는 사람 없이 혼자 힘으로 자세를 고치는 것은 힘들지만 오히려 남의 도움을 받을 때보다 이해가 더 잘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타인이 몸을 잡아줄 때는 타인의 손이 몸에서 떨어지자마자 몸이 무너지는, 마치 혼자 서지 못하는 아이가 어른의 손에 매달려 있을 때는 서 있다가도 손을 떼면 주저앉아버리는 것처럼 금세 자세가 망가지곤 했는데 혼자서 자세를 잡기 시작하니 고쳐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바른 자세일 때 힘이 들어가는 나의 몸, 근육에 집중이 되어 좋았다.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자세가 좋은 사람들의 여러 각도, 여러 자세의 사진을 보고 거울 속 내 몸을 비교해가며 자세를 조금씩 고쳐나갔다. 벽에 기대어 서있는 연습을 하기도 하고, 평소에도 발 전체에 힘을 주기 위해 의식하며 서 있으려 했다. 처음에는 꼭 뒤로 넘어갈 것만 같았던 몸이 서서히 안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올라가 있던 어깨가 조금씩 내려가기도 하고, 덕분에 오랜 어깨 통증이 줄어들기도 했다.


한 달 내내 자세 교정에 매달린 덕분인지 어느새 정말 하늘과 땅을 잇는 그럴듯한 인간이 된 거 같아 뿌듯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곧 앞으로 엎어질 거 같거나 하늘로 제대로 닿지 못할 거 같은 연결고리가 아닌 제대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라의 기본을 이해한 거 같아 기분이 썩 좋아졌다.


이 정도면 스텝을 좀 밟아봐도 될 거 같은데 하는 용기가 조금씩 생겨날 때 즈음, 다시 한번 훌라 동작을 가르쳐주는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최대한 간단한 스텝을 사용하면서도 손동작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영상,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동작은 바다와 물고기를 표현하는 영상이었다. ‘이거다!’ 바다 덕후라면 역시 바다부터 시작해야지. 자세를 고쳐 잡는 지루한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첫 훌라 동작을 익히는 날이 찾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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