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C. 슬래트/김아림 옮김/한올엠앤씨
이 갈색 털이 부스스한 새는 강렬한 노란 눈으로 우리를 주의 깊게 살폈다. 처음에는 우리가 마주친 이 새가 어떤 종류인지 몰랐다. 부엉이는 분명했는데 내가 그동안 봤던 어떤 부엉이보다도 덩치가 컸다. 독수리만 한 크기였지만 털이 좀 더 보송보송하고 더 통통했으며 귀깃이 몹시 컸다.
지난주에 소개한 <꼬리>의 배경인 연해주에는 시베리아호랑이 말고도 사슴, 멧돼지, 곰 등 여러 동물이 서식한다. <꼬리>에서는 언급된 적이 없지만 위에 인용한 글 속 동물 역시 용의 등뼈라고 불리는 시호테알린산맥 인근에 살고 있다. 인용된 글에서 묘사된 부엉이의 정체는 바로 '물고기잡이부엉이'.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작가는 연해주에서 처음,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부엉이인 물고기잡이부엉이와 마주한다.
책 초반에 등장하는 아그주는 연해주 윗부분에 해당한다. 앞부분에 실린 지도를 참고하여 부엉이가 발견되는 장소를 살펴보면 <꼬리>에 실린 지도 속 시베리아호랑이 서식지와 정확히 겹친다. 다만 <꼬리> 작가는 호랑이가 오가는 장소를 이미 파악하고 있는 반면 <동쪽 빙하의 부엉이>를 쓴 작가는 물고기잡이부엉이를 찾아가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같은 서식지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글 전체에서 풍기는 긴장감과 떠오르는 장면이 다르다.
지난주에는 눈을 감고 쌓인 눈과 마른 가지, 낙엽 그리고 그 어디선가 모습을 감추고 있는 호랑이를 떠올렸다면, 이번 책은 두껍게 쌓인 하얀 눈과 언제, 어디서 녹아버릴지 모르는 얼음을 떠올린다. <꼬리>에서 작가가 조심해야 할 것이 호랑이었다면 <동쪽 빙하의 부엉이>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눈과 얼음, 물, 그리고 추위다. 부엉이를 발견하기 위해서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얼지 않은 탁 트인 강물이다. 한 겨울에는 먹이 활동을 잘하지 않지만 텃새인 물고기잡이부엉이는 매년 같은 장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아주 추운 날에는 얼음도 꽁꽁 얼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날레드(깨지기 쉬운 슬러시와 같은 얼음 상태)를 조심해야 한다. 작가 일행은 부엉이를 찾으러 다니는 동안 이 녹은 눈과 얼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여러 번 벌어진다.
<꼬리>에서는 제법 믿을만한 현지 동료가 있었지만 이 책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미국인 작가와 러시아인인 현지 동료 사이에서는 묘한 경계와 의심이 존재한다. 작가를 마주하는 러시아 사람마다 국적을 묻고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탐탁지 않아 한다. 작가 역시 초반에는 그들이 술만 먹고 제대로 협조는 해주지 않을까 걱정한다.
"왜 뉴욕에 살아요?"
"미국 사람이니까요."
"미국 사람이라고요?"레샤가 눈이 왕방울만 해져서 다시 세르게이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 미국인이에요?"
세르게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략)
고향 아그주에서 냉전 시대의 적 미국인과 식탁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상황도 퍽 어색했다. (46쪽)
의심과 어색한 공기 안에서도 부엉이 찾기는 이어진다. 처음부터 부엉이가 등장하고 부엉이를 관찰하는 책이 아닌 부엉이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 소개된 책이다. 울음소리를 듣고, 깃털을 찾고, 둥지를 찾을 때마다 반가워하고 또 부엉이를 보지 못한 것에 아쉬워한다. 책의 전반부가 부엉이 서식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후반부는 포획 작전에 집중되어 있다. 작가의 목표는 물고기잡이부엉이를 연구하고 그가 살고 있는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책들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일이지만 보호를 위해 연구를 하고 연구를 위해 포획하는 일이 이 책에서도 일어난다.
나는 내 머리 위 부엉이들의 울음소리에 넋을 잃었고 귀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지만 부엉이들이 내 기척을 듣고 이 매혹적인 의식을 그만둘까 봐 침을 삼키거나 움찔하지도 못했다.
<동쪽 빙하의 부엉이>는 <꼬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각각 같은 환경에서 서식 중인 다른 동물을 이야기하지만 작가의 본업에 따라 이야기 진행 방식에 차이가 있다. 다큐멘터리스트는 카메라를 통해 동물을 관찰하고 소통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연구자는 연구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담는다. 국적에 따라서 현지 동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동쪽 빙하의 부엉이>를 소개하는 글이지만 자꾸 <꼬리>를 언급하는 것은 두 권을 함께 보았을 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가보지 못하고, 해 보지 못한 일을 간접 경험하는 경우 하나의 사례를 그 전체 일이라고 믿어버리는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두 권을 읽고 있으면 그런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이왕이면 두 권을 함께 읽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