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롤런스/노승영 옮김/엘리
북극이 녹고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제는 그 사실을 부인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장점에 주목하는 글을 더 자주 접한다. 얼음이 녹으며 새로운 해양로가 펼쳐질 경우 우리나라는 이득을 얻는다고 한다. 북극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환경 변화를 반기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기온이 높아지고 얼음이 녹아드는 미래가 밝기만 할 수 있을까.
수목한계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나는 이 책으로 인해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았고, 툰드라 역시 함께 알았다. 말 그대로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아닌 곳을 구별하는 용어지만 이 말에는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수목한계선은 선이 아니라 생태계와 생태계 사이의 이행대로, 과학자들은 숲-툰드라 이행대 forest-tundra ecotone라고 부르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 미터에서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19쪽
툰드라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오지만 그 환경을 쉽게 떠올리기는 힘들다. 우리 주변에서는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후 SBS스페셜에서 만든 [가디언즈 오브 툰드라]를 찾아보았다. 그중 두 번째 에피소드를 보면 툰드라가 어떤 환경인지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앞서 소개한 이끼와 지의류 책들을 읽었다면 지금부터 인용할 글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얼음은 숱하게 오고 갔다. 그때마다 자연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여 빙식 지대를 서서히 재정복 했다. 처음에는 지의류가, 다음에는 이끼가, 그다음에는 풀, 떨기나무, 그리고 자작나무와 개암나무처럼 토질을 개선하고 부엽을 수북이 쌓는 개척종이, 마지막으로 소나무, 졸참나무, 주목 같은 느림보 거목이 찾아왔다. 17쪽
영상 속 툰드라를 보면 높은 나무가 없다. 대체로 이끼나 지의류, 풀들이 펼쳐져있다. 겨울이면 얼음으로 뒤덮이고 여름이 오면 지의류와 이끼로 덮인 들판이 나타난다. 그런 땅 위에 나무들이 찾아와 뿌리를 내리면 반가운 일이 아닐까. 나무들이 기후 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옮겨 다닌다는 것은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예전에 소개한 <숲 아래서>에도 나온다. 인간이 억지로 옮겨 심은 것도 아니고 저절로 이동한 것이 대체 무슨 문제일까. 게다가 토양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균들도 따라갈 텐데 말이다.
북두한대수림이 지구 최대의 산소 공급원이기는 하지만 이곳에 나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대기 중 탄소를 더 많이 격리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툰드라 동토에 침입하여 영구동토대의 해빙을 촉진하는데, 영구동토대가 녹아 그 안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가 빠져나오면 과학자들의 예측을 모조리 뛰어넘는 수준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21쪽
흔히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곳들이 있다. 아마존 정글과 대산호초, 최근에는 바닷속 열대림이라고 불리는 켈프숲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김 역시 허파로써의 역할을 톡톡이 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에 의하면 '북부한대수림이야말로 지구의 진짜 허파(20쪽)'라고 한다. 이런 수림이 북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하는 것이 오히려 지구 전체를 생각하면 위험한 일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해 보일 수도 있다.
책의 초반에는 북부한대수림과 북극 수목한계선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도가 실려있다. 작가는 한 지역 한 종의 나무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4년 동안 수목한계선을 따라 이동하며 각 나무들이 어디로 이동하고,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핀다. 책 뒤에는 각 나무의 식물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이 실려있어 나무를 더 자세히 알아갈 수 있게 돕는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더 많은 연료를 써가며 몸을 데운다. 이러는 과정에서 기온은 얼마나 오를 것이며 북극은 얼마나 녹아내릴지 일일이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수목한계선이 자꾸 북쪽으로 이동하는 일은 분명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 변화를 일시적으로 반기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먼 미래를 보았을 때는 재앙임에 틀림이 없다.
번역가는 이렇게 말한다.
북상하는 숲은 정복자이지만 그와 동시에 피난민이기도 하다.
444쪽
산호초가 자꾸 북쪽 바다로 이동할 때와 마찬가지로 숲 역시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한 곳에 머무르는 시기가 자꾸만 짧아질 것이다. 그러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을 잃은 뒤엔 지구에서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고 결국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북쪽으로만 향하다 보면 나머지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는 얼마 남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북부한대수림의 덕을 보고 또 그 존재를 잃어가고 있다. 1차적으로는 벌목으로, 2차적으로는 기후 변화로. 아무리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생존이 걸린 일이라면 우리가 잃을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다음 주는 휴재입니다. 새해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