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야생을 찾아서

제임스 매키넌/윤미연 옮김/한길사

by 으네제인장
우리는 자연을 착각하고 있다


아이와 탐조를 위해 근처 숲에 들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네에 사는 온갖 새들을 다 볼 수 있던 숲이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식사를 하고, 동박새들이 모여있던 나무들이 모두 사라졌다. 몇 년 전 겨울만 해도 인적이 드물어서 초입부터 새들을 잔뜩 볼 수 있던 곳이다. 이파리가 떨어진 앙상한 가지들 위로 떨어진 침엽수 잎이 걸려있어 조금 기괴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많은 동물들이 모습을 감춘 채 안심하고 지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초입부터 숲이 훤하게 드러나 있어 산책하기에 안전해지긴 했지만 새들은 볼 수 없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갔지만 새들이 많았던 곳들일수록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작은 새들은 큰 나무보다 가는 가지가 많은 나무들이 복잡하게 자라있는 곳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니는 길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가지와 풀이 모두 베어져 있었다.

"예전에는 나무와 풀이 많아서 새도 많았는데 이제는 다 사라졌네."

하고 옆에 선 아이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 숲이 가지고 있던 원래 모습은 무엇일까. 내 기억 속 모습이 원래 모습이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이곳은 원래부터 숲이었을까. 나무들이 가득했을까. 키가 비슷한 특정 종의 나무가 가득한 걸 보면 도시 계획으로 누군가가 심은 나무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원래 모습은 무얼까. 황무지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모습의 숲이었을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이 책을 떠올린다. 바로 제임스 매키넌의 [잃어버린 야생을 찾아서]라는 책이다.


'우리는 자연을 착각하고 있다'는 문구는 책의 첫 챕터 제목이다. 우리가 대체 어떤 착각을 하고 있다는 말일까.


하늘부터 땅까지, 그 경관 저체에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것의 모습과 냄새와 느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가 다각적으로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28쪽



탐조를 위해 찾은 숲에는 새도 다양하지만 훨씬 더 폭넓은 생명이 살고 있다. 여러 식물과 균류는 물론 다람쥐, 청설모, 고라니가 있고 몇 년 전에는 붉은여우가 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중에 토종 동식물은 얼마나 되고 외래종은 얼마나 될까.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비율은 또 얼마나 될까. 내가 떠올린 자연은 인간이 우리 취향에 맞게 만들어낸 모습일까 아니면 진정한 야생의 모습일까.


지난주에는 식물에 관한 오해를 알려주는 책을 소개했다면 이번 주에는 자연에 관한 오해를 풀어줄 책을 소개한다.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지내기 위해 공원을 조성하기도 하고 숲길을 만들어 그곳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곳을 오가며 우리는 마치 자연과 가까워졌다고 착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진짜 자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동네 생태계와는 맞지 않은 외래종 꽃들이 가득한 공원 화단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모습을 바꾼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꽃으로 가득했던 곳도 어느 날에는 뿌리째 뽑힌 식물이 축 늘어진 채 쌓여있는 걸 볼 수 있다.


진짜 자연은 무엇일까. 지구상에서 가장 야생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국립공원조차도 옛날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게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을 둘러싼 자연계를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당신이 몸담고 살게 될 세계의 종류가 결정된다. 만일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바다에서 한때 고래들이 헤엄쳐 다녔다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을 그들이 그 해협과 만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그 동물들이 그곳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현재 그들의 부재를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고, 앞으로 그 동물이 그곳에 다시 나타날지 궁금하지도 않을 것이다. (뒤표지)

주변에 식물이 조금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고 착각한다. 그렇지만 그게 진짜 자연일까. 어린이는 가짜 보석 장난감을 진짜 보석처럼 소중히 여긴다. 아이가 작디작은 진짜 보석 대신 커다란 가짜 보석을 고르는 걸 보고 지켜보던 어른이 진짜 보석을 쥐어주는 것은 그것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 앞에 놓여있길 원하는 건 가짜가 아닌 진짜 자연이다.


내 기억 속 자연은 사람의 왕래가 불편하더라도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 숲길이라면 아이에게는 새는 볼 수 없지만 걷는 데에 불편함이 없는 한적한 숲길이 자신이 떠올리는 자연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자연을 기억하고 어떤 자연을 떠올리며 보호와 복원을 외칠 것인가. 내가 가까이하며 관찰하고자 하는 자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독자님의 구독과 좋아요는 힘이 됩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