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토박이/글 김현태/그림 천지현/ 보리출판사
도시 속에서 바쁘게 사는 우리는, 우리와 가까운 곳에 사는 새조차 거의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지 못한 2주 동안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와 주 1에서 2회 동네 탐조에 나섰다. 겨울은 꽃도 잘 볼 수 없고 나무도 앙상해지는 경우가 많아 산책하며 볼 수 있는 광경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잎과 꽃이 없어 오히려 더 관찰하기 좋은 것이 있다. 바로 새다. 다른 계절이라면 나뭇잎에 가려져 소리만 들을 수 있고 모습은 찾기 어려운 작은 새도 이맘때에는 조금만 집중하면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동네에는 다른 곳과 비슷하게 참새, 까치, 까마귀, 비둘기, 직박구리, 딱새,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쇠딱따구리, 동박새가 흔하다. 다른 동네와 비슷하게라고 말했지만 어쩌면 조금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뒤로 갈수록 새 이름이 조금 낯설다고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탐조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친근한 새들이지만 보통은 옆에 날아다니고 있어도 잘 모르고 지낸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일단 한 번 접해보고 나면 자주 보이지만 뇌가 인지한 적 없는 존재는 눈앞에 있어도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돌아다니면서 새를 발견할 때마다 이름을 말하거나 사진을 찍어 이름과 함께 SNS에 올리면 그걸 신기해하는 반응이 곧장 따라온다. 어떻게 다 아냐고 묻는데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눈에 익는 새들이 생기고 사진을 찍어서 검색하거나 눈으로 열심히 특징을 찾은 다음 집에 와서 도감을 뒤져보면 금방 이름도 외워진다. 도감이라고 하면 흔히 선명한 컬러에 두꺼운 책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 집에 가장 많은 도감은 바로 보리에서 만든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시리즈다.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서 샀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실은 아이가 생기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책들이다.
어린이를 위한 새도감이기 때문에 어린이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새 위주로 담겨있다. 전문 탐조인이 아니라면 이 도감에 있는 새들도 다 만나기 어렵다. 사진이 세밀화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보면 세밀화 쪽이 훨씬 알아보기가 쉽다. 그 이유는 사진에는 보통 배경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배경색, 날씨, 햇빛, 그림자 등 외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밀화는 하얀 종이에 새가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특징을 한눈에 알기 쉽다. 더불어 어린이 도감이라 그림도 커서 어른들에게는 더욱 유용하다.
책의 앞과 뒤로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텃새, 여름철새, 겨울철새, 나그네새를 설명하고 새에 실린 120종의 목과 분류표도 있다. 새는 텃새, 철새로도 분류하지만 서식하는 곳에 따라서도 나뉜다. 뒤쪽에는 산새, 물새 그리고 둥지와 알 모양에 대한 설명도 짧게 이어진다.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120종의 새 이야기다. 왼쪽에는 새 그림과 학명, 영명이 있고 아래쪽에 작게 물새과 산새로 분류해 놓았다. 오른쪽에는 목과 분류, 사는 곳, 먹이, 볼 수 있는 나라, 구분과 같은 정보와 함께 긴 설명이 이어진다. 그림만으로 내가 본 새를 찾기 어려울 때는 내가 목격한 장소나 계절을 참고하면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초에는 까치가 살지 않던 제주도에 까치를 퍼뜨리기도 했다.
자주 봐서 익숙한 새라도 그 새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새가 가진 깃털의 오묘하고 다양한 빛깔도 제대로 알게 어렵다. 까치는 흔히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모습으로 기억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은은하게 푸른빛을 내는 꼬리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반가운 소식을 가져다주는 길한 새로 알려져 있지만 도감에 의하면 제주도에는 없어서 1980년대 초에 일부러 퍼뜨렸다고 한다.
이제 한 달 남짓하면 나무에도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꽃을 피우는 나무들도 생겨날 것이다. 집 밖으로는 이미 싹과 꽃을 준비하는 나무들로 가득하다. 새를 보고 싶다면 지금부터 남은 한 달이 가장 알맞은 시기일 것이다. 만약 집 근처에서라도 탐조를 해보고 싶다면 두 눈과 이 책을 준비하자. 비싼 망원경, 카메라도 필요 없다. 오로지 두 눈과 이 도감만 있으면 얼마든지 탐조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