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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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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네제인장 Apr 17. 2023

세상 모든 빨간 음식엔 산초가루를



좋아하는 게 생기면 한동안은 그것만 보거나 먹거나 듣거나 하는 성격인데 최근 새로이 빠진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산초 가루다. 한 번은 엄마가 우리 집에 와서 매운탕을 끓여준다는데 아쉽게도 집에 방아도 산초가루도 없어 급한 마음에 비를 맞고 마트로 뛰어가 방아 한 팩과 산초가루 한 봉지를 얼른 구입해왔었다.(부산에서는 매운탕에 방아나 산초가루를 넣어먹는다) 평소 내가 해 먹는 요리 중에는 방아나 산초가루가 별로 필요하지 않아 살 일이 없었는데 그날 이후 남아있는 방아는 양파, 애호박과 함께 된장찌개를 끓여먹었고, 산초가루는 쓸 곳이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냥 통에 옮겨넣어 선반 안에 넣어두기만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댁에서 곱창전골을 받아오게 되었는데 낮에 혼자 먹으려 보니 당면을 넣으면 더 맛있겠다 싶어 자른 당면을 사 와 어머님표 곱창전골에 넣어먹었다. 어머님은 라면사리를 추천했지만 역시 내 입맛에는 어머님이 추천해준 라면사리보다 당면이 훨씬 내 입맛에 잘 맞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산초가루가 생각에 곱창전골을 덜어놓은 그릇에 산초 가루를 소심하게 몇 번 털어 넣었더니 ‘음?!’ 맛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래서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산초가루를 듬뿍 넣어보았더니 입맛이 얼얼해지는 것이 마치 마라탕을 먹을 때의 느낌이 나는 듯했다. 평소 마라탕을 좋아했기 때문에 산초가루를 넣은 곱창전골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그 후로 자신감이 생긴 나는 빨간 음식을 볼 때마다 산초가루를 넣어 먹기 시작했다. 

남은 곱창전골도 산초가루를 넣어 먹어치웠고 새로 끓인 김치찌개도 산초가루를 넣어 먹었다. (남편의 취향을 위해 덜어먹는 그릇에만 산초를 뿌려 먹었다) 새로 나왔다는 비빔면에도 송송 썬 오이와 함께 산초가루를 넣어먹었고 그것은 그 비빔면이 맛있는 건지 산초가루 덕분인지 몰라도 정말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었다. 가능하다면 떡볶이에도 넣어먹고 싶고 명란찌개에도 제법 잘 어울릴 거 같았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이제야 이렇게 활용할 생각을 하게 된 걸까 하는 지난 날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엄마에게 말하니 시락국(시래기국)에 넣어먹으면 국에서 추어탕 맛이 난다고! 세상에 이런 마법같은 재료를 봤나! 나는 앞으로도 산초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계속 나아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면, 또 이곳에 글로 남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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