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행복

2019년 2월18일

by 김은혜

신혼여행을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빠가 대뜸 부탄을 한 번 가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부탄? 내가 아는 그 부탄?? 신행을 부탄으로 가라구요??? 듣도 보도 못했는데...나는 사실 남들 신혼여행 어디 간다고 하면 다 비슷비슷해서 거기가 거기인거 같고 누가 어디 간다더라 들어도 금방 까먹기가 일쑤였는데 내가 부탄을 간다고 하면 적어도 사람들이 내 신혼여행지는 안 잊어버리겠다 싶었다. 생각지도 못한 추천지였는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탄은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제일 높다는 나라 아니던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산다는 곳에가서 인생 제 2막의 출발을 기념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정보나 좀 알아보자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앗, 우리보다 먼저 신혼여행을 부탄으로 다녀온 부부가 있었다. (늦었다!) 그리고 얼마나 특이했던지 그 이야기가 신문에 실렸다.


세계 행복지수 1위,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북유럽 국가들처럼 복지가 무진장 잘 되어 있어서 아파도 늙어도 걱정없고 일 안해도 기본 소득이 보장이 될 지도 모르겠다. 혹시 내가 모르는 기름이 나나? 다 기름부자인가? 인구 대비 땅이 넓나? 그래서 태어나면 무조건 땅 몇 평은 내 꺼 이런게 있나? 지금까지 내가 부탄의 행복에 대해 했던 생각은 대략 이 정도였다. 다르게 말하면, 딱 저 정도가 내가 '행복'하면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옵션이었던거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렇지만 아직 가지지는 못한 것. 아픈 거, 늙는 거 걱정할 필요없고 출근 안해도 보장되는 기본 소득, 혹은 로또 같은거 맞아서 일시불로 평생 먹고 살만한 금액이 딱! 그것도 안되면 물려 받은 땅이라도...건물이면 더 좋고...불로소득 원해요...


그 기사를 다 읽고 나서는 조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부탄의 사람들을 상상하면 당연히 활짝 웃고있는 모습일거라고 생각했다. 행복하니까 웃고 있겠지, 웃고 있어야지, 제일 행복한 사람들인데. 그런데 그 기사에 따르면 부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무표정이라고 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상태.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무표정. 심지어 부탄에서는 개들도 표정이 없다고 했다. 그 개들은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기 위해 애쓰는 것도 없다 했다. 그저 개로써 존재하고 사는 거다. 걱정이 없어서, 돈이 충분해서, 땅이 있고 건물이 있어서 행복한 게 아니었다. 부탄의 사람들에게도 슬픈 일, 안 좋은 일, 불운한 일이 (당연히) 생긴다. 그런데 이 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지는 그 일들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게 두지는 않는단다. 그저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그래서 조금 슬퍼하고 안타까워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쉬이 스스로를 불행하다 여기고 어쩔 때는 세상이 끝난 것 같고 아주 가끔은 살기도 싫어지는 나에게는 저 말들이 정확히 구체적으로 어떤 기분과 느낌인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나는 슬픈 일이 생기면 그냥 내 인생이 슬퍼지는 그런 인간이다. 그건 그거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라는 말이 뭔지 내 몸으로, 피부로 느껴본 적은 없다. 그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내 인생에 슬픈 일이 생긴 건데 그 일은 그 일이고 내 인생은 그 와는 별개다, 이런 게 가능한 걸까? 부탄이 티벳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믿음이 그런 것이라고 하는데 그럼 나도 티벳 불교를 믿으면 그렇게 될 수 있는걸까?


그렇지만 또 어렴풋이 무엇을 지향하고 살아야 할지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정말 많은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그저 벌어진 일일뿐 이것이 나의 인생이 아니고 더더욱 나의 영혼을 지배하지는 못한다 라는 주문을 수 만번 외워야 할 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행복하다 여기는 사람이 매우 드물고 행복해지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한한 부를 거머쥐고 성공을 하기가 무척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저런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훈련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하지 않으면 나는 아마 영원히 행복해지지 못할 것이다. 계속 로또를 살 것이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나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고 물려받은 건물이 없음에 슬퍼하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나 만에 하나, 정말 운이 좋아 일확천금을 거머쥔다 하더라도, 거머쥔 그 끝에 내가 원하던 행복은 없었다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해 하겠지. 그러니까 어려워도 조금씩 해야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간접적인 깨달음을 얻고, 그렇다면 이제 내가 직접 피부로 느껴보기 위해 신혼여행을 부탄으로 떠나기로 했다라고 하면 아주 바람직하고 진취적인 결론이겠으나, 신혼여행은 그냥 다들 가는 곳 중에 한 군데로 가기로 했다. 남들이 다 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테고 그저 편하게 가서 푹 쉬다가만 오고 싶기 때문이다. 거기가서 맛있는 거 먹고 누워서 쉬면서 부탄의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행복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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