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like a book

우리는 서로의 열렬한 독자가 되어

by 김은혜

오늘로 72일째인 아기를 키우고 있다. 신생아 시절에는 엄마 아빠가 먹이면 먹이는 대로 재우면 재우는 대로 잘 따라주는 아가였다면, 조금씩 커 갈수록 자아라는 게 생기는 건지 이제 슬슬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울음으로 요구할 줄 알고 선호도 생기는 것 같다.


아기 잠 재우는 것과 관련해서 듣고 있는 강의가 하나 있다. 우리 부부는 어떻게든 잠은 독립적으로 혼자 잠들 수 있게 하자는 주의라서 아이에게 잠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강의를 듣는 중인데, 이 강의자의 말에 따르면 이 맘때 쯤부터 아기들은 부모를 마치 책처럼 읽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read like a book).


무슨 말인고 하니, 엄마가 자기를 안아 재울 때 핸드폰을 보고 있다면 이제 엄마의 관심이 자신에게 100%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걸 눈치 챈다는 뜻이다. 아빠가 티비를 보면서 우유를 먹인다면 아빠가 온전히 수유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걸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낀다는 걸 말한다. 말 그대로 양육자의 상태를 읽는거다.


그런데 이 강의자가 아기를 잘 재우기 위한 비법으로 제일 먼저 꼽는 것이 바로 아이가 보내는 신호(sign)를 포착하라는 것이다. 아이를 관찰하다 보면 아이가 보내는 졸음 신호가 있다. 예를 들면 하품을 한다던지 눈가가 빨개지고 눈을 비비기 시작하는 것 또는 엄마의 눈을 피하거나 고개를 돌리는 것도 ‘엄마, 나 졸려요.’ 하는 신호다. 이 신호를 잘 알아차려 너무 많이 졸리기 전에(overtired) 아이를 침대로 데려가야 잘 재우고 오래 재울 수 있다. 엄마가 해야 하는 일의 팔할은 아이를 잘 관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바로 아이를 읽는 행위 아닌가?


이 비법을 아기 재우는 데 접목 시키고 나니, 이제 나의 아기와 나는 서로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아기를 잘 재우기 위해 열심히 아이의 신호를 읽고 있고 또 아기가 나를 잘 읽을 것이기 때문에 한층 더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서로를 관찰하는 것이 아기를 잘 재우고 잘 키우는 데에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행위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오은영 박사가 한 말이 떠오른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부모가 혼자 결정 짓고 그 틀에 맞춰서 아이를 키우려고 하지말고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걸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하라고 했다. 내 아이가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는 의사가 되어야 해 라고 결론을 지어놓고 거기에 맞춰서 아이를 키우려면 서로 힘들고 불행해질 확률이 높다. 그보다 부모가 내 아이는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아이인지를 물어봐 주고 궁금해 해준다면 당연히 훨씬 행복한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


내 아이는 나를 읽고 있는데 (read) 나는 아이를 쓰는 (write) 부모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아이를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라고 하는 작가가 될 것이 아니라 아이를 열심히 읽고 열렬히 사랑하는 독자가 되어 주어야지. 아직 아무 것도 못 알아 들을 내 아기이지만 오늘도 나는 아기에게 혼잣말을 해본다. ‘엄마는 우리 재현이가 뭘 좋아하고 뭐가 되고 싶어할지 너무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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