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모먼트

2019년 1월10일

by 김은혜

나는 헤비 인스타그래머다, - 였다. 평균 하루~이틀에 게시물 한 개 정도는 꼭 업데이트하고 팔로워들의 피드도 열심히 구경하고 댓글도 단다. 인스타그램이 추천하는 핫한 게시물도 놓치지 않는다. 팔로워 숫자에 신경을 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뭐 그렇다고 아주 신경이 안 쓰였던 것은 또 아니다. 인스타그램 이전엔 페이스 북이었고 카카오 스토리였던 적이 있었고 고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싸이월드였던 시절도 있었다. 중간 중간 과도기 잠깐씩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어딘가에 접속되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SNS를 인생의 낭비라고 했다지만 뭐 꼭 그렇기만 할 일인가. 그거 하면서 외로움을 덜 느끼고 누군가와 약간의 교류라도 한다면 뭐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SNS에 나라를 구하라는 기대를 하는 건 아니니까. 나도 SNS를 하면서 혼자있는 시간의 심심함을 달랬고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누군가와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되고 괜찮은 정보를 얻기도 했다. 순간의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도 한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들을 업로드 하면서 간직하고, 한 끼 떼우고 잊어 버렸을 끼니를 기억한다. 아무래도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찍게 되니까 아무래도 한 순간이라도 더 저장하고 오래 기억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뇌 속에 인스타그램으로 다이렉트로 통하는 회로가 깊이 각인되어 버렸을 때 발생한다. 소중한 사람과 근사한 곳엘 가면 우선 사진부터 찍어야 한다. 실시간 업로드라도 하고 싶은 날엔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보정을 하고 적당한 멘트와 해쉬태그를 생각해 게시물을 작성해야 한다. 올리고 나면 끝인가. 좋아요, 댓글 알람이 오면 일일이 확인을 하고 적당한 대답을 생각해 답글도 달아줘야 하지. 앞에 앉아있는 사람을 배려할 여유는 뇌 속에 없다. 이미 다이렉트로 통하는 길이 나 버렸기 때문에...그러다 보면 시간은 훌쩍 가고 음식은 식어 버리고 앞에 있는 사람은 떠나고...


처음에 내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던 이유는, 내 스스로에게 내 인생에도 좋은 순간이, 멋졌던, 남에게 자랑할만한 순간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당시의 나는 병적으로 내 스스로를 불행하고 슬픈 인간이라고 여기고 있었고, 그래서 행복했던 순간은 금새 잊어 버리고 아팠던 일들은 소처럼 곱씹고 곱씹고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맛있는 걸 먹는 순간!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는 순간!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순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순간! 같은 것들을 사진으로 남겨 업로드를 한 뒤 나중에 내가 또 절망에 빠져있는 순간에 그걸 보면서 봐바, 너 꽤 행복한 사람이야. 좋았던 순간들도 있잖아. 지금만 잘 넘기면 돼. 잠깐 힘들 뿐이야. 곧 또 좋은 순간이 올꺼야. 라고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효과가 있었다. 심지어 기대치 못한 장점도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을 쭉 모아놓고 봤더니 내가 은근히 예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더라는 것이다. 전에는 몰랐다, 내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그저 이성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인간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나도 모르던 내 정체성의 한 조각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나 으레 그렇듯, 십 분 들여다 보던게 삼십 분이 되고, 한 시간, 두 시간이 되어서 어느새 무시 못할 시간을 잡아 먹고 있더라 하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두고도, 심지어 애인을 앞에 두고도 인스타그램 세상에 빠져 있었다. 음식이 나오면 코로 냄새를 맡고 눈으로 즐기고 맛을 음미하는 시간 보다는 그저 사진을 찍고 자랑을 하기에 바빴다. 내가 스스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말하기도 정말 부끄럽지만, 어느 날 집 근처 어딘가에 큰 불이 났는지 소방차가 열 대 넘게 출동해 있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찰칵하는 셔터음이 남과 동시에 너무 놀랐다. 혹시나 다쳤을지 모르는 누군가를 걱정하기 전에, 큰 불로 번지면 어쩌나, 소방관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전에 내가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누가 위험한 곳에서 셀카를 찍다가 죽었다, 누가 장례식에 가서 세상에 그걸 사진을 찍더라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남의 일이 아니지 싶었다. 아니 지금 사진 찍을 때야??!!!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은 좋은데 그게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상식, 매너, 경계, 지성, 이성, 주의, 눈치를 잃게 해선 안됐다. 그건 명백히 중독이었다.


나는 왜 그렇게 중독이 되었을까? 당시에는 답을 몰랐다. 그저 좀 자중해야겠다, 줄여야 겠다 하는 반성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건과 별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글을 써야 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그 중독 및 금단 증상이 싹 사라졌다. 매일 글을 쓴 지 거의 2 주가 다 지나가는데 그 사이에 나는 브런치 작가된 거 자랑하는 게시물 말고는 피드에 어떤 것도 업로드를 하지 않았다. 막 뭘 쓰고 싶고 올리고 싶고 하는 금단증상도 없다. 아마 나는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은 뭐랄까, 조금 더 순한 맛으로 나를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인스타그램보다 노출은 훨씬 적지만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더 넓어서 농도가 옅게 그러나 아주 충분히 나를 설명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하면 전달이 되려나 모르겠다. 이것도 입맛을 따라가나? 짜고 강렬한 것 보다 구수하고 은은한게 좋다. 무언가를 씀으로써 얻는 기대치 못했던 수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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