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종합예술?

2019년 1월14일

by 김은혜

요즘 내가 다니는 회사는 한 건축사 사무소다. 내가 직접 건축을 전공한 건 아니라 나는 그 속에서 같이 일을 하면서도 한 발짝 물러난 시선에서 보게 되는데 역시 내 일이면 고생이어도 남이 하는 일은 퍽 흥미로워 보인다.


우리 건축사 사무소는 현재 아주 큰 규모의 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사람이 먹고 사는 방법이 어쩜 이리 다양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생각지도 못하게 다양한 분야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사업을 위해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지 간략히만 말해보겠다. 구체적으로 말하려면 밤을 새도 어렵다.


어떤 프로젝트의 1번 단계는 당연히 계약을 따 오는 것일 것이다. 이때는 내가 프로젝트에 합류하지는 않았을 때라 그저 상식선에서 추론해 보자면 높은 확률로 건축에, 숫자에, 법에 기타 여러 분야에 똑똑한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많은 서류작업과 필요한 업무들을 수행하였을 것이고 엄청난 경쟁을 통해 이 계약을 따 내었을 것이다.


계약을 수주 했다면 이제 건물을 올릴 필지를 분석하고 건축 비용을 고려하여 대략적인 건물의 위치 혹은 도면 같은 것을 그려야 한다. 도면에도 단계가 있더라.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대략적으로 그린 스케치부터 시작해서 점점 구체적인 건축물의 모양을 띄어가는 도면까지, 점점 살을 붙여 간다. 클라이언트에게 확인을 받고 수정, 확인 받고 또 수정, 이 과정을 셀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도면이 모양을 갖춰가고 그 속의 건물이 쌓여 올려 간다. 일층에는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고 푸트 코트나 레스토랑이 들어갈 자리도 있어야겠다. 로비도 넓찍하면 좋겠고 특히나 건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정문은 매우 매우 중요해서 임팩트 있는 디자인적인 요소가 있어주면 좋다. 그 위로는 풀장이나 스파 시설이 들어올 수도 있겠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나 어른들을 위한 휴식공간 등도 필요할 것 같다.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요소라 함은 끝도 없이 다양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진 우리가 건물을 이용하는 입장에서의 시각이다. 나도 몰랐는데, 그런 시설들이 있기 위해서는 뒤에 숨겨진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음식을 만들 부엌도 필요하고 환풍, 냉난방 등을 위한 시설이 있을 방도 있어야 한다. 직원들 휴게 공간이나 탈의실도 필요하고 직원들이 서빙을 할 때 왔다 갔다 할 직원용 복도 및 계단도 필요하다. 나중에 건물 유지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기술자가 작업을 할 수 있게끔 미리 공간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이런 시설들은 모두 안보이는 벽 뒤쪽에 넣어 둔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아무데나 만들고 싶다고 만드는 게 아니다. 화재시 비상 대피로를 고려해서 사람이 많이 들어가는 건물이면 그에 맞춰 복도도 넓게, 계단도 충분히 있어야 하고 비상구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도 안된다.


이 수 많은 것들을 모두 고려해 건물의 골자를 만들어 놓으면 이제 디자인이다. 주어진 비용 안에서 기능과 아름다움을 고려해 디자인을 해야한다.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자재를 무엇으로 선택할 지, 단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랜드마크적인 요소는 어디에 어떻게 넣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더라. 당연히 이 모든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확인을 받고 수정하고 받고 수정하고의 절차가 셀 수도 없을 만큼 일어난다. 그렇지만 끝이 아니다. 조경과 조명이 남았다! 나무랑 풀도 적절히 심어 놓아서 보기 좋게 해야한다. 외딴 섬에 이 건물 달랑 하나만 지어 놓을 게 아니라면 주변의 경관과도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심의도 받아야 한다. 동네에 피해를 끼치는 디자인이면 안된다. 건물을 밝혀줄 조명도 디자인에 큰 요소를 차지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없는 외벽에 조명만 쏘아서 디자인을 만들 수도 있고 조명만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주어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건축물과 조경, 조명을 조화롭게 녹여 내려면 다 함께 모여서 회의를 하고 수정을 하고 그 수정본으로 클라이언트의 확인을 거치고 또 회의하고 또 수정하고...만약 건물에 분수 같은 물 장식 요소가 들어가기라도 할라치면 또 물 전문가를 모셔야 한다. 그럼 또 같이 회의하고 수정하고 또 회의하고...간판 및 표지판은 말하지도 않았다. 자동차 동선과 주차장도 필수적 고려 요소다.


제 3자로서 지켜보고 있자면 과연 이 일은 회의가 8할인가 싶다. 훌륭한 건축가가 어떤건지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듣고, 받아 들이고, 의사소통을 훌륭히 하고, 많은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 상황에서의 베스트 초이스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건축적 지식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고 갑질 비슷한 것과도 거리가 멀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보면 훌륭한 건축가로서의 자질과 훌륭한 인간 혹은 어른으로서의 자질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매년 '올해의 건축가상' 같은 걸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깨 너머로만 봐도 건물 하나가 지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데, 왜 그 상은 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일까? 수상 기준이 어떻게 되나? 베스트 커뮤니케이터상이라도 되나? 내가 뭘 몰라서 그런가? 잘 모르는 나의 생각으로는 그 상의 공로를 함께 일한 수 많은 일원들에게 돌리는 수상자가 가장 훌륭한 본보기가 아닐까 싶은데 이미 그러고들 계신지 모르겠다. 괜히 이런 말을 했다가 수 많은 올해의 건축가들에게 혼날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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