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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n 04. 2020

삶을 피워낸 정원사, 타샤 튜더

 



닮고 싶은 사람을 단 한 사람만 꼽으라면 나는 고민 없이 타샤 튜더를 뽑을 것이다. 어린 동심을 간직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자연 속에서 정원을 가꾸며 평생을 산 사람. 그녀의 옛날식 옷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술이나 커피는 하지 않지만 차와 디저트는 곧잘 즐기는 그녀. 동물과 함께 지내며, 텃밭을 가꾸어 요리하는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 또한 그녀의 특징이다.


p 7. 타샤 튜더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외진 농가에서 정원을 가꾸고 애완동물들을 보살피고 마당에서 가축을 키우며 살고 싶었고, 동화책의 삽화를 그리고 싶었다. 타샤는 결국 양쪽 모두에서 이름을 떨치며 성공을 거뒀다.


타샤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와 같이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정확히 그릴 줄 알아야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와 달리, 나는 어릴 적은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지나서까지 원하는 삶의 모습이 확실치 않았다.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해 보지 못해서이리라.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타샤로 인해 영감을 크게 받을 수 있었다. 그녀와 같이 나 또한 자연을 좋아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서 쓰는 자급자족적 삶이 늘 좋았다. 또한 글이나 그림과 같이 예술, 문학과 함께 할 수 있는 삶. 동물이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 그녀처럼 삶 자체가 자연스럽고 능수능란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나는 그녀 덕에 내가 살고 싶은 삶을 흐릿하게나마 그릴 수 있게 된듯하다. 또한 그러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p 10. 어릴 적 꿈대로 살기 위해 타샤에게는 단호한 정신과 강한 결단력이 필요했다. 타샤는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말대로 살려했다. "정확한 구절은 기억나지 않아요. 많은 사람이 처지를 불평하지만, 나아가는 자는 자신의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내용이지요."

그녀가 인용한 조지 버나드 쇼의 말처럼 처지를 불평하는 것은 정말 아무 쓸데도 없다. 내 환경을 직접 만들어야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진리인 듯싶다. 불평불만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환경으로 지금 당장 움직이는 것이 가장 빠르고 행복한 방법이 아닐까. 늘 소망해오던 환경에서 살아간 타샤는 새벽부터 해 질 녘까지 쉬지 않고 정원 일, 염소젖 짜기, 물레질과 옷감 만드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 그리기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평생을 살았다. 벅찬 행복감을 느끼는 일들. 자신이 사랑하는 곳에서 사랑하는 것들과 사랑하는 것을 하며 세상과 함께 살았던 것이다.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마따나 인생이란 워낙 중요한 것이니 심각하게 맘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타샤 또한 어두운 때도 있었다고 한다. 마냥 햇살처럼 밝게 살았을 것만 같은 그녀에게도 어두움이 있다는 것은, (이래서는 안 되겠지만) 왠지 모를 위안을 준다. 그리고 그녀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연과 동물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자연과 동물은 그녀에게 위안이자, 조언자이자, 친구였다. 그녀가 인생을 살 때에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혼자서도 잘 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감이다. 사람들은 모두 혼자 있을 줄 알아야 한다. 혼자 있음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만이 함께 있음의 기쁨도 진정 누릴 줄 알 것이기에.


p 90.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산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위 문장에서 타샤가 말한 것처럼 요즘 사람들은 불필요한 것에 정신이 팔려 불안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유를 찾으려고 휴가를 내고, 힐링에 소비하지만 왜 그마저도 여전히 바쁘고 불안할까. 타샤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여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다. 좋아하는 일에만 단순하게 마음을 쓰면서 번뇌를 비워냈다. 그녀의 삶을 보면, 여유를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보다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환경을 갖추는 게 먼저인 듯싶다. 동화나 그림책을 주변에 두고, 예쁜 찻잔과 티팟을 보이는 곳에 두고 늘 함께 하고, 식물을 들여와 가꾸며 지내는 것.


인생은 짧다. 타샤의 말처럼 보람 있는 일을 적어두고 다 하지도 못할 만큼 짧다. 그녀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그저 자연주의적인 라이프스타일만이 아니다. 진정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바람대로 살 용기와 실천력이 아닐까.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를 후루룩 읽고는, 그녀에 관한 모든 책을 다 들여와 하루 종일 읽고만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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