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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l 05. 2020

시골 동네에서 미니멀 라이프

제주에서 한적하게 살아보기

까맣고 구멍이 송송 난 현무암으로 담이 지어진 동네에 살러 왔어요. 캐리어 하나만 들고 간소하게 왔지만 마음의 행복은 크나크게 얻고 있어요. 자연과 고요가 이토록이나 큰 선물을 주다니요.


가만히 있어도 모든 것들이 포근해요. 낮은 지붕이며 인사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며. 중간중간 보이는 꽃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옥수수밭도 있고 양파밭도 있어요. 동네에 강아지와 고양이, 벌레까지도 친구가 되어요. 아침에는 새소리가 들립니다.

문은 열쇠로 잠가야 하고요. 열쇠는 가지고 다녀야 해요. 가끔은 같이 사는 사람들과 따로 외출했을 때에는 비밀 장소에 열쇠를 숨겨놓아야 해요. 그것마저도 정답답니다.


큰 맘먹고 간 카페는 걸어서 삼십 분 거리예요. 거기에는 귀여운 삼 개월 강아지가 있고요. 사람을 좋아하고 똘똘해서 하루 종일 손님들이 행복하도록 만드는 일등공신이에요. 저렇게 누워서 애교도 떨어요. 요즘은 이빨이 나는 시기라 발가락을 자꾸 물어요. 전혀 아프지 않게요.


사장님 부부는 케이크도 굽고 밭도 가꾸고 계세요.케익 굽는 냄새가 나고 저 멀리서 밭에 물 주는 실루엣이 보여요. 이웃집 밭일을 도와주고 얻으신 옥수수를 서비스로 주시는 따뜻한 인심까지 있어요.


우리집에서는 식사를 사 먹을 식당도 멀고 간편식을 살 편의점도 멀어요. 식재료를 영차 사 와서 매일매일 요리를 해요. 지역에서 난 재료로 채소 위주의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요. 요리가 당연하고 즐거워집니다. 나누어먹기 위한 요리라면 즐거움은 배가 되지요.


도란도란 앉아먹는 저녁은 그 얼마나 즐거운지요! 별 것 아닌 음식이라도 함께 하면 행복해요. 그래서 식구라는 말이 있나 보지요. 있었던 일을 공유하고 갖가지 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눠요. 공감하고 웃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과 같아요.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도 해요.



카페가 발 닿는 데 있지 않아요. 한참 나가야 해요. 그리고 아주 일찍 닫는답니다. 식후에 마실 차는 집에서 먹는 게 당연하지요. 내가 마실 것을 직접 준비하는 게 참 좋아요. 모든 것이 아날로그랄까요? 곧 카페의 디저트도 직접 만들어보려고 해요. 건강하고 속 편한 재료들로요. 나중에는 유기농 찻잎도 직접 키우고 싶네요.



티브이가 없는 대신 15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요. 음식 옆에는 자연스레 책이 놓입니다. 그나저나 포도주스를 와인잔에 담아놓으니 꽤 보기 좋네요. 더 무엇이 필요한가요. 채소나 과일 조금, 책 한 권, 그리고 걸어다닐 튼튼한 다리가 있다면요. 가진 게 없어도 충만한 느낌이 바로 이것일까요?


요즘은 류시화 시인님의 책을 읽고 있는데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느냐고 물어요. 그 답은 그 누구도 아닌 아마 나 자신만이 내릴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내가 좋은 것, 행복한 것, 편안한 것은 스스로만이 알 수 있잖아요. 나를 믿고 다른 이를 존중하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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