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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Sep 29. 2019

미니멀라이프가 가져온 변화

일상에 튼튼한 뿌리를 심어두는 것


예전의 나는 지금의 모습과 참 많이 달랐다. 수많은 물건과 생각과 관계 속에 둘러싸여 힘겨워하고 있었다. 사고 싶은 물건들은 모두 샀으며 산 물건들은 버리지 못했다. 방에 잔뜩 쌓인 물건들에 갇혀 생각은 정리가 되지를 않았다.


그뿐이랴. 대외활동에 참여하면서 순식간에 늘어난 관계들은 어떤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힘마저 희미해지게 했다. 정리가 되지 않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을 접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 속에 쏙쏙 박히는 듯 했다. 그것으로 생활의 많은 부분을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방에 쌓아두었던 수많은 물건과 옷들을 수거함과 나눔 장터로 치우고 천천히 물건을 줄여나갔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나를 즐겁게 하는 물건들만 남겼다. 없어서는 안 될 것들만.


많은 생각들은 물건과 함께 차곡차곡 접혀서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오롯이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다. 좋아하는 것들을 고르다 보니 취향이 생겼고 나를 좀 더 잘 대해주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난 지금, 많은 부분에서 미니멀리즘은 생활이 되어있었다. 수납이 잘 되어있는 침대 하나, 테이블 하나, 소파 하나, 의자 하나. 그리고 새로 들인 흰 수납장 하나와 방 옆의 작은 옷장이 우리 집 가구의 전부다. 주방에는 요리에 꼭 필요한 조리도구와 식기를 하나씩만 놓아둔다. 청소도구도 그저 하나씩이다. 작은 청소기, 긴 물걸레 하나, 돌돌이 하나.


화장품은 기초나 메이크업 모두 늘 같은 것을 쓴다. 순하고 좋은 것들. 여행 갈 때에도 작은 공병에 하나씩 넣어 파우치에 쏙 넣어서 가면 그만이다. 짐을 챙기는 데 20분 이상 걸리지 않는다.


옷을 고르는 데에도 정말 신중해졌다. 옷장에는 내 피부나 체형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의 옷이 나무 옷걸이에 나란히 걸려있다. 열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는 옷장이다.


여름옷을 꺼낸 뒤, 나무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색 취향이 확고하다.


단순한 생활은 나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물건을 고를 때에도 하나의 지침이 되어 주었으며, 청소도 쉽고 빨라 이 간결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지속하기에 힘이 들지 않았다. 미니멀리즘은 항상 의식하고 노력해야 할 평생의 습관이 되었다. 물론 늘 나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드는.


미니멀리즘이 참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고 꿈이 많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 튼튼한 일상의 뿌리가 되어준다는 점이다. 반복하는 일상의 루틴은 나를 건강하고 단순하고 아름답도록 해 준다. 꼭 화이트와 베이지, 블랙과 같은 베이직한 색과 같이.

이에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꿈과 즐거운 일들로 채색을 더하여 삶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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