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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May 06. 2023

허무가 삶에 주는 것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허무하면 '왜 사느냐'로 흘러가기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어감이었다. 파릇파릇 살아있고 재미있고 좋은 것만 찾는 것도 아까운 시간에 인생의 허무라니. 이는 죽기 전에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어쩌면, 어느 순간에서든 인생의 허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더 취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든 상실의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무언가가 사라질 때, 그것이 일이든, 목표든, 사람이든, 아이든, 계절이든. 무언가가 사라질 때 찾아오는 그 허무를 인정하지 않는 이는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유지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 버릴 수 있다. 많은 명랑한 이들의 경우를 봤다. 연인을 잃은 이가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 무언가를 이루고 난 뒤 더 이상 이보다 더한 환희가 없을 것이라고 느끼는 것, 갑자기 찾아온 텅 빈 시간에 공허를 느끼는 것. 허무는 삶의 한 구석을 늘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허무는 피해야 할 것이 아닌 고찰해보아야 하는 감정이었다.



김영민 교수는 저서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인생은 원래 허무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허무의 종류들을 그림과 문학, 영화와 일상 속의 예로 설명한다. 죽음, 상실, 쳇바퀴와 같은 일상들. 결국 누구나 죽음을 겪고, 상실은 찾아오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루하루는 반복된다.


그러나 우리는 삶의 기쁨과 환희도 알고 있다. 무언가 피어날 때,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사랑에 빠졌을 때, 좋아하는 일상의 순간들. 혹여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무언가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사랑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으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 살아간다. 김춘수의 꽃처럼, 자신이 의미를 붙일 때 그것은 사랑이 된다. 그것이 아이돌이 되었든, 음식이 되었든, 특정한 시간이 되었든. 그 사랑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삶을 만들어간다.


결국 허무함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허무하기 때문에 그래서 뭐? “로 나아간다.

허무함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어차피 찾아올 모든 일들과 감정을 오롯이 느끼며 살 것인가? 어차피 잃을 사랑이라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사라질 순간과 감정이라도 오롯이 느끼며, 내가 사랑하는 무엇을 좇으며 살아갈 것인가. 언젠가 사라지더라도 온전히 느끼고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것. 책의 메시지처럼 허무를 인정할 때 활력이 오는지도 모르겠다. 삶은 짧기에, 그리고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지기에 그래서 이 순간이 소중하고, 또 재미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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